[사타의 봄여행기] #제주 야생 돌고래를 만나려면 #언제 #어디로 가야할까?
2022년 봄을 맞이하여 사이언스타임즈에서는 기자의 직접 체험을 토대로, 국내외의 생태 및 문화 관광을 소재로 한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여행기’를 콘셉트로 한 과학기사로, 봄 나들이에 담긴 과학이 여행을 그리워하는 혹은 계획하는 독자들에게 기쁨이 되기를 바란다.
제주 앞바다에서 만난 제주 남방큰돌고래, 기자가 직접 촬영한 모습이다. © 사이언스타임즈 김미경
아침 해를 보며 작은 보트를 타고 해안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그때 누군가 ‘어어!’하는 소리를 내더니 이내 먼 곳에서 오르내리는 검은 지느러미들이 보였다. 좁디좁은 수족관이 아닌, 유리벽 없는 바다를 떼 지어 헤엄치는 수십 마리의 돌고래들은 장엄한 감동 그 자체였다. 마치 바다로 돌아간 제돌이가 안부 인사를 전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어느새 시동을 끈 보트 주위를 돌고래들이 에워쌌다. 보트 밑바닥을 오가며 수면 위로 멋진 호선과 물보라를 연이어 만들어냈다. 돌고래가 호기심이 많다더니, 우리가 돌고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돌고래가 우리를 구경하러 온 모양이었다. 말 그대로 손 뻗으면 닿을 거리였다. 물론 정말 손을 뻗었으면 돌고래들이 보트를 전복시켰을지도 모르겠다. 수십 마리의 돌고래 떼가 연신 넘실거린다. 여행을 다니며 마주하는 많은 경험과 장관 중 이만큼 가슴 뛰는 일이 또 있을까.
2013년 제돌이를 시작으로 돌고래들이 속속들이 제주 바다로 방류되면서 남방큰돌고래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졌다. 해안 도로에서 혹은 바다에서 돌고래를 목격하면 반가운 마음에 목격담을 인터넷에 올리는 제주도민과 관광객들이 늘기 시작했다. 돌고래 목격담의 주된 공유지는 네이버카페였으나, 인스타그램이 활성화되면서 돌고래 해시태그를 단 목격담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2013년 제돌이가 제주 바다로 돌아간 이후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네이버카페와 인스타그램에서 제주 돌고래 목격 게시물이 점점 더 증가했다. ©김현우 외, 한국수산과학회지 (2018)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연구팀은 돌고래 생태연구를 위한 자료로서 이런 SNS 목격담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제주도 여행 및 돌고래 관련 네이버카페의 게시물과 인스타그램의 ‘#남방큰돌고래’, ‘#남방큰돌고래떼’, ‘#제주돌고래’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을 토대로 돌고래의 분포 및 생태연구를 수행했다. 해당 연구결과는 2018년 10월 한국수산과학회지에 게재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제주 돌고래는 봄과 가을에 가장 발견 빈도가 높고 겨울철에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돌고래 목격담은 1월에 가장 저조하며 4월까지는 저조한 추세가 지속되다가 5~6월에 크게 늘었고, 9~10월에 다시 증가했다가 11월부로 급감하는 양상을 보였다. 돌고래가 가장 많이 목격된 장소는 제주 대정읍과 구좌읍이었다.
SNS 목격담을 보면, 돌고래는 봄과 가을에 가장 많이 발견되고 겨울에는 저조한 양상을 보인다. ©김현우 외, 한국수산과학회지 (2018)
SNS 목격담을 활용한 결과들은 기존에 실제 연구자들이 현장에서 조사한 정량화된 결과와 일치한다. 시민들의 SNS가 돌고래 연구를 위한 연구자료로서 가치가 높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이는 시민과학이 실제 연구에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남방큰돌고래 뿐 아니라 다양한 생태분야로 시민과학이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물론 게시물의 사진이나 동영상으로는 돌고래 무리의 크기나 행동특성, 개체의 특성 등 세부정보를 수집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과학자가 배를 타고 현장에서 직접 조사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자료를 별도의 소모비용 없이 수집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이점이다.
제주 남방큰돌고래는 제주 남서쪽 대정읍 연안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다. 이는 대정읍 연안이 다른 제주 연안에 비해 돌고래가 서식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돌고래의 서식 분포를 통해 해양생태환경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대정읍의 경우 해안도로를 따라 몰려있는 육상 수조식 양어장 때문에 식물성플랑크톤이 풍부하고 물고기가 많아 돌고래가 좋아하는 서식환경을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제주남방큰돌고래가 가장 많이 발견되는 곳은 남서쪽 대정읍 인근이지만, 과거에는 북쪽이 주 서식지였다고 한다. ©김현우 외, 한국수산과학회지 (2018)
돌고래가 대정읍에서 주로 발견되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개발’이 지목된다. 2011년까지는 제주 북서쪽 한림읍 일대와 북동쪽에서 돌고래가 주로 발견됐으나, 2012년부터 한림항을 오가는 선박과 그로 인한 수중소음이 증가하자 한경면 등 더 남쪽으로 서식지를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돌고래 모니터링은 해양 서식지 보호와 공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개발을 조율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제주 남방큰돌고래가 멸종위기종이자 보호종인 만큼, 연구팀에서도 “남방큰돌고래 보존을 위해 서식지 교란을 미연에 막는 한편 분포현황을 주기적으로 파악해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제주남방큰돌고래 보존을 위해 해상 돌고래 관광업에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는데, 실제로 2021년 12월 해양수산부는 선박관광 시 돌고래 무리에 50m 이내로 다가가면 안 된다는 등의 접근 및 속도 관련 규정을 마련했다. 연구팀에서는 “육상에서도 쉽게 남방큰돌고래를 관찰할 수 있도록 돌고래 서식분포 정보를 제공해 관광자원화 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제주 돌고래 생태 보호를 넘어 곳곳에서 시민과학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GettyImagesBank
해시태그가 달린 돌고래 목격담을 올리는 것을 넘어, 현재는 돌고래 생태보호를 위한 시민과학 프로젝트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에서 주관하는 남방큰돌고래 서포터즈는 올 2022년 4~5월이 활동기간이다. 제주거주민과 관광객들이 남방큰돌고래 분포조사와 해양생태계 보전에 기여하며 시민과학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제주대학교 자율운영중점연구소에서도 ‘제주남방큰돌고래 서식지 이용 장기 모니터링을 위한 돌고래 휘슬음 측정과 분석’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올해 4월부터 7월까지 시민과학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빅데이터 처리 기술의 발전과 휴대용 전자기기를 통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발달로 시민과학의 잠재가치와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많은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생태학과 천문학 등의 분야에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생태환경을 보호하고 첨단 기술을 구축하는 데에, 시민들이 응원과 담론을 넘어 과학에 직접 참여와 능동적인 기여를 하는 즐거운 변화를 그려본다.
촬영한 돌고래 영상을 날짜와 장소를 적고 ‘#제주남방큰돌고래’ 해시태그를 달아 게시했다. 돌고래들의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지키는 데에 언젠가 쓰였으면 한다. 뒷산이나 길에서 보이는 낯선 동식물 사진도 시민과학 데이터가 될 수 있다는 말에 열심히 사진을 찍으며, 다음 여행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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