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10만 년 전부터 전분 풍부한 음식 먹었다”

구강 미생물군 비교 분석해 진화 관련 중요 정보 얻어

인간 구강 미생물군(oral microbiome)의 진화 역사를 조사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고인류들은 약 10만 년 전부터 전분이 풍부한 음식을 먹는 데 적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매우 이른 것이다.

이 같은 발견은 그런 음식이 농경 도입 훨씬 전과 현대인의 진화 이전부터 인류의 식단에서 중요하게 다뤄졌음을 시사한다. 아울러 초기 인간은 깨닫지 못했겠지만, 식단에 뇌의 주요 연료 공급원인 전분이 포함됨으로써 전분 속 포도당이 인간의 뇌가 확장하는 데 도움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50명 이상의 국제 과학자들이 참여한 이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18일 자에 발표됐다.

벨기에 왕립박물관에 있는 중앙아프리카 그라워스 고릴라(Grauer’s gorilla) 표본. 초식을 했기 때문에 치아에 짙게 얼룩진 전형적인 침전물이 보인다. © Katerina Guschanski

구강 미생물군 진화 역사 탐구

논문 시니어 저자인 미국 하버드대 크리스티나 워리너(Christina Warinner) 인류학 조교수는 “우리는 일부 대뇌화(encephalization) 혹은 인간 두뇌의 성장을 돕는 매우 오래된 행동의 증거를 확인했다고 본다”라며, “이는 초기 인간이 뿌리와 녹말이 많은 채소 및 씨앗 형태로 활용할 수 있었던 새로운 식량 공급원에 대한 증거”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고인류와 영장류 및 인간의 구강 미생물군을 재구성했다. 여기에는 지금까지 분석된 것 중 가장 오래된 10만 년 전의 네안데르탈인 구강 미생물군도 포함됐다.

연구 목표는 한 개체를 질병으로부터 보호하고 건강을 증진하는데 기여하는 구강 내 미생물군의 진화 역사에 대해 거의 알려진 것이 없기 때문에, 이들이 어떻게 잘 발달해 왔는지를 이해하기 위함이었다.

워리너 교수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무엇이 정상적이고 건강한 미생물군인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해 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완전히 산업화한 맥락에서 이미 질병 부담이 높은 사람들만을 분석한다면 거기에서 정상적이고 건강한 것이 나올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하고, “우리는 미생물군의 핵심 구성원이 무엇이고, 어떤 박테리아 종과 그룹들이 실제로 우리와 함께 가장 오랫동안 진화해 왔는지를 묻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현대인과 고인류 모두의 화석화된 치석을 분석하고, 인류의 가장 가까운 영장류 친척인 챔팬지와 고릴라 및 더 먼 친척인 ‘짖는 원숭이(howler monkeys)’와도 비교했다.

이들은 새로 개발된 도구와 방법을 사용해 화석화된 치석에 보존된 수십억 개의 DNA 조각을 유전학적으로 분석해 유전체를 재구성했다. 이론적으로는 고고학자들이 고대의 깨어진 항아리를 힘들여 조립하는 방법과 비슷하지만, 규모가 훨씬 더 컸다.

고인류의 치아에 붙어있는 치석을 확대한 모습(오른쪽). 왼쪽은 우간다 키발레 국립공원의 야생 성체 암컷 침팬지의 하악골 치아. © Felix Wey/Werner Siemens Foundation, and Richard Wrangham

“전분 분해에 특화된 구강 박테리아 존재

연구팀이 이번 연구에서 가장 크게 놀랐던 점은 특별히 전분 분해에 적합한 구강 박테리아의 특정 균주가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연쇄상구균(Streptococcus) 속의 하나인 이 균주는 인간의 타액에서 전분 소화효소를 포획해 내는 고유한 능력을 지니고 있고, 이를 이용해 스스로 영양분을 섭취한다. 박테리아가 이를 위해 사용하는 유전적 기구는 전분이 정규 식단의 일부일 때만 활성화된다.

연구 결과 네안데르탈인 등 고인류들은 모두 치석에 이 전분 적응 균주를 가지고 있었으나, 대부분의 영장류는 전분을 분해할 수 있는 연쇄상구균이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위리너 교수는 “우리에게 있는 연쇄상구균이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얻은 것은 인간 고유의 진화적 특성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번 발견은 또한 네안데르탈인 등 고인류가 육식 위주로 생활했다는 생각에 의문을 제기한다. 워리너 교수는 그 이유에 대해 “뇌는 영양공급원으로 포도당이 필요하고 고기만으로는 충분치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세계 도처의 수렵-채집 사회에서는 예를 들면 땅속뿌리와 감자 같은 덩이줄기, 넓은 잎 풀, 견과류와 씨앗 등이 중요하고 신뢰할 수 있는 영양소이기 때문에 이번 발견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분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인류가 필요로 하는 열량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연구를 수행한 하버드대 크리스티나 워리너 조교수 ©Kris Snibbe/Harvard file photo

미생물군, 진화에 대한 귀중한 정보 제공

논문 공저자 중 한 사람인 하버드대 생물 인류학과 리처드 랭엄(Richard W. Wrangham) 교수는 “전분은 열대 수렵-채집자들이 다른 식품에 비해 어느 계절에나 훨씬 더 쉽게 확보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의 새로운 데이터들을 볼 때 네안데르탈인들의 식단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호모사피엔스의 식단과 같이 전분이 풍부하고 조리가 됐을 것이라는 새로운 견해를 더욱 강화해 준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에서는 또한 4,000만 년 전부터 인간과 영장류 구강 미생물군의 일부였고 오늘날도 여전히 공유하고 있는 10개의 박테리아 그룹을 확인해 냈다. 이 박테리아들은 중요하고 유익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알려진 것이 거의 없고, 일부는 이름조차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네안데르탈인과 오늘날의 현대인에 초점을 맞춘 분석에서는 놀랍게도 두 그룹의 구강 미생물군이 거의 구별할 수 없게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개별 균주만을 볼 때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예를 들면, 1만 4,000년 전 빙하기 때 유럽에 살았던 고대 인류는 오늘날의 현대인에게서 더 이상 발견되지 않는 일부 균주를 네안데르탈인과 공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우리 몸에 서식하고 있는 미생물 분석에서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워리너 교수는 “미생물군은 우리의 진화에 대한 귀중한 정보를 암호화해 종종 전혀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것에 대한 힌트를 제공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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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

  • 케미 2021년 5월 24일8:52 오후

    인류가 진화하면서 인체의 단백질에서 만들어 내는 효소도 진화에 맞게 생성되거나 없어졌어요, 전분 분해에 적합한 구강 박테리아의 특정 균주가 존재했었다는 연구인데 연구 할 수록 다른 균주도 알수 있지 않을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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