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은 율유(乙酉)년이다. 여기서 을(乙)은 십간(十干: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에서 둘째 자리를 가리키고, 유(酉)는 십이지(十二支 :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에서 10번째를 가리킨다. 십간과 십이지에서 순서대로 하나씩 뽑아 갑자(甲子), 을축(乙丑) … 등으로 수학적인 조합을 구성하면 60개의 조합이 만들어진다. 을유(乙酉)는 60개의 조합 중에서 22번째에 해당한다.
십이지는 우리들이 ‘띠’(子쥐, 丑소, 寅호랑이, 卯토끼, 辰용, 巳뱀, 午말, 未양, 申원숭이, 酉닭, 戌개, 亥돼지) 라고 부르는 동물들이다. 십이지 중 9종의 동물들이 포유류이고, 辰용은 상상의 동물이며, 巳뱀은 파충류이고, 酉닭 1종만 유일하게 조류이다. 2005년은 조류인 닭의 해인 것이다.
닭은 동물계-척추동물문-조류강-닭목-꿩과에 속하는 동물로서, 단백질 공급원으로 알과 고기를 얻기 위해 기르는 가축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백년손님인 사위에게 씨암탉을 대접하는 풍속이 있었던 것이다.
현재 사육되고 있는 닭은 3,000~4,000년 전에 미얀마/말레이시아/인도 등에서 야생의 닭을 가축화한 것으로 추측된다. 닭의 선조인 들닭에는 말레이시아/인도/인도네시아 및 중국 남부 지방의 적색들닭, 인도 대륙 중부와 서남부의 회색들닭, 실론 군도의 실론들닭 및 자바섬의 녹색들닭 등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많이 기르는 흰 닭은 알이나 고기를 얻기 위해 개량된 외국 품종을 들여온 것이다. 붉은 갈색의 깃털을 한 우리나라의 토종닭은 외국 품종에 밀려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으나, 품질의 우수성이 인정되어 최근에 점점 많이 사육되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오골계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오골계는 살과 뼈가 검다고 해서 까마귀烏자와 뼈骨자 그리고 닭鷄자를 써서 烏骨鷄라고 한다.
포유류가 털을 거지고 있는 반면에 조류인 닭은 깃털을 가지고 있다. 깃털은 조류에서만 볼 수 있는 표피의 변형물로서 날개와 꼬리깃털은 하늘을 나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닭은 가축화되면서 나는 기능이 퇴화되었고, 단지 지붕 위로 날아 올라가는 기능 외에는 더 이상의 기능이 없다.
마치 ‘닭 쫓던 개 지붕 처다 보듯이’ 처럼 말이다. 깃털에는 색소가 침착 되어 생긴 아름다운 색이 나타나 있어서 액세서리 등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실례로서 고구려 벽화에 깃털을 꽃은 고구려 인들이 묘사되어 있지 않은가?
또한 서로 겹쳐진 깃털 밑에 있는 솜 깃털은 보온 효과가 뛰어나며 정온동물인 조류의 체온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늘날 오리의 솜 깃털이 오리털 파카의 재료로 이용되지 않는가?
조류인 닭은 포유류와 같이 2심방 2심실이며 정온동물이다. 그러나 포유류가 질소성 배설물질로 요소를 배설하는데 반하여 조류는 요산으로 배설한다. 생물진화학적으로 포유류가 조류보다 진화하였지만 배설물의 화학적 측면에서는 조류가 더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생물은 바다(물)에서 기원하였고 물을 적게 이용하는 쪽으로 진화하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요소는 수용성인데 반하여 요산은 불수용성이다. 즉, 하늘을 나는 조류는 무게를 가볍게 해야하기 때문에 물을 비교적 적게 섭취하고 그에 따라 불수용성인 요산으로 노폐물을 배설하는 쪽으로 진화한 것이다. 마치 ‘물 한 모금 먹고 하늘 처다 보듯이’ 처럼 말이다.
신화와 전설 그리고 역사적 기록물 등에서 닭에 관한 내용이 비교적 많이 나타난다. 신라 시조 ‘박혁거세’의 탄생과 경주김씨 시조 ‘김알지’의 탄생 신화에 닭이 나타나고, 또한 많은 역사적 기록물에서 닭에 대한 내용이 발견되고 있다.
중국의 ‘삼국지동이전’과 ‘후한서동이전’에 우리나라에서 꼬리가 긴 닭을 키운다는 기록이 있고, 고구려 무용총 천장벽화의 ‘주작도’에 꼬리 긴 닭이 그려져 있으며, 고구려 경주의 천마총에서 계란 껍질이 출토되었고, 고려 시대의 기록에 닭이 새벽에 우는 습관을 이용해서 시보용(時報用)으로 궁중에서 여러 마리 키웠다고 되어 있다.
또한 조선 시대의 ‘동의보감’에는 닭을 붉은수탉/흰수탉/검은수탉/오골계 등으로 나누어 각각의 효험을 서술하고 있고, ‘동국세시기’에는 정월 초하루 때 벽 위에 닭과 호랑이 그림을 붙여 액이 물러나기를 비는 기록이 있다.
닭과 지네에 얽힌 전설도 많다. 실제로 닭은 곡식을 먹을 뿐만 아니라 지네와 노래기 같은 다지류(발이 많은)의 절지동물들을 잘 잡아먹는 잡식성 동물이다. 그래서 그것들을 퇴치하기 위해 닭을 마당에 내놓아 기르기도 하고, 닭이 없는 집에서는 잠시 빌어다 놓기도 하였다.
예로부터 음력 정월 초하룻날을 새벽을 여는 닭의 날이라고 하였다. 실제로 민족시인 이육사는 시 ‘광야’ 에서 닭 우는 소리로 태초의 이미지를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또한 옛날부터 닭은 길조로 여겨져 왔으며, 다섯 가지 덕이 있다고 했다. 머리에 있는 볏은 문(文)을 상징하고, 발은 내치기를 잘 한다 하여 무(武)로 여겼으며, 적과 맹렬히 싸우므로 용(勇)이 있다고 하였고, 먹이가 있으면 자식과 무리를 불러 먹인다 하여 인(仁)이 있다 하였으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시간을 알려주니 신(信)이 있다 하였다.
모쪼록 닭의 해를 맞아 우리의 청소년들이 문(文, 공부), 무(武, 건강), 용(勇, 용기), 인(仁, 정의), 신(信, 우정)을 겸비한 외유내강(外柔內剛)의 동량((棟梁: 기둥과 대들보)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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