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조상이라 할 수 있는 '오토메타'는 자동으로 움직이는 기계장치라는 뜻이다. ‘오토메타’의 시초는 청동기 시대로 보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 헤파이스토스가 로봇을 만들었다고 언급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가장 유명한 '오토메타' 작품은 체코의 '오를로이' 시계탑이다. 매시 정각이 되면 20초짜리의 공연이 펼쳐진다. 시계에서 12사도의 인형이 창밖으로 나와 움직이고 시계 꼭대기에 있는 닭이 나와서 우는 공연으로 ‘오토메타’의 걸작으로 평가 받고 있다.
'오토메타'는 과학의 로봇산업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쳤다. 1817년 메릴셀리은 '오토메타' 박물관을 방문하고 나서 "왜 인간과 흡사한 저런 기계를 만들었을까?"를 고민했다. 그의 고민은 '프랑케슈타인'이라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계기가 됐다.
이 외에도 '피노키오', '오즈의 마법사의 깡통로봇' 등이 '오토메타'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작품이다. 영화에서도 '오토메타'의 영향력을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 바로 '안드로이드', 메트로폴리스', '아이로봇', '마시로봇'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예술에서의 '오토메타'를 보면 선인과 악인, 개구쟁이와 호기심쟁이 등 마치 인간의 모습을 닮았다. 이는 오래전부터 인간이 자신과 닮은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 했던 욕망 때문이었다. 즉, ‘오토메타’는 인간의 분신인 셈. '오토메타'에 스토리가 흐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강동아트센터 아트갤러리에서 전시되는 '오토메타 전(展)-느낌이 보이니?" 역시 45여 개의 작품 하나하나에 스토리가 흐르고 있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미술에서의 '오토메타'이다.
미술사에서 '오토메타'는 움직이는 조형 작품이 과학과 결합돼 '키네틱 아트'와 유사하다. 한국에서는 아직 '오토메타'가 익숙하지 않아 같이 보려는 경향이 있지만, 해외에서는 독립적으로 분류돼 완전히 다른 영역으로 취급되고 있다.
사실 '오토메타'는 '키네틱 아트'와 비슷하지만, 좀 더 아날로그적이고 따뜻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대부분 나무로 만들어져 있고 기계가 밖으로 노출돼 있어 그렇다. 미술에서의 '오토메타'는 연극적 요소를 갖고 있다.
그 중 환경 파괴의 비판적 메시지를 담은 '끝없는 멸종'이라는 작품은 마치 소극장 공연 같다. '끝없는 멸종' 정면은 커다란 집 지붕 위에 할아버지가 지구상에서 멸종된 도도새를 안고 슬퍼 보이는 표정으로 앉아있다. 버튼을 누르면 바로 아래 칸에 작은 문이 열리면서 한 사람이 구조 신호를 보낸다. 이 모습을 보고 나면 뒤로 돌아가 뒷칸을 감상해야 한다.
여기에서는 갖가지 방법으로 환경을 파괴하는 인간의 모습들이 나타나 있다. 뒷칸 1층에서는 동물을 박제해서 현미경으로 연구하는 사람들과 나무를 잘라서 톱질하는 사람이 있다. 2층에서는 남자 둘이 새를 잡으려고 총과 망을 들고 쫒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사람들이 동물을 괴롭히는 오토메타의 움직임이 나온다. 3층에는 치타 한 마리와 그 위에 새장을 들고 있는 원숭이가 있다. 얼마나 인간이 이기적인지를 잘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이번 '느낌이 보이니?' 전시회는 '오토메타'가 작품에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입혀졌는지 감상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오토메타' 를 움직이는 과학적 원리가 무엇인지도 알 수 있다.
대부분 '오토메타'는 7가지 원리인 ‘캠,트와 기어,크랭크,지레,샤프트,링키지,래칫’로 만들어져있다. 한마디로 ‘오토메타’는 과학과 예술이 결합된 융합문화인 셈이다. 따라서 ‘느낌이 보이니?’는 작품 하나하나에 사용된 과학적 원리와 적용된 스토리텔링이 무엇인지 음미하면서 감상하기에 좋은 전시회라고 할 수 있다.
‘오토메타’의 7가지 원리 ①‘캠(CAM)’은 사람의 심장과 같은 속성을 갖고 있다.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방향성을 정한다. ② ‘벨트와 기어(Driving&Gear)’는 톱니들이 서로 맞물려 운동을 전달하는 장치다. 바퀴에 줄이나 벨트 혹은 체인을 걸어 힘의 방향을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③링키지(Linkage)'는 집에 걸려 있는 X자 모양의 옷걸이나 놀이동산에서 펀치 등에 이용되는 원리다. 가늘고 긴 막대나 봉을 ’링크‘라고 하는데, 그 링크를 핀 등으로 서로 연결한 장치를 링키지라고 부른다. ④‘샤프트(Shaft)'는 사람의 척추와 같은 역할을 하는 존재다. 회전운동이나 직선 왕복운동에 의해 동력이 떨어져 있는 곳에 전달하는 장치다. ⑤‘지레(Lever)'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놀이터의 시소와 같은 원리다. ⑥‘크랭크(Crank)’는 오토메타의 회전 운동을 상하좌우 왕복운동으로, 또는 그 반대로 바꾸는데 쓰이는 기계장치로 캠의 원리와 비슷하다. ⑦래칫(Ratchet)를 이용한 작품을 보면 특수하게 생긴 모양의 톱니를 일정한 간격으로 내어 만든 바퀴로 한쪽으로만 움직인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반대반향으로 움직이려 해도 멈춤 막대에 의해 움직일 수 없다. |
- 김연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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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2-02-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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