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살린 란다우의 목숨
물리학도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천재 이론 물리학자 레프 란다우 (Prof. Lev Davidovich Landau, 독일의 수학자 에드문트 란다우 Edmund Landau와는 다른 인물)는 1908년 독일계 러시아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수학에 천재성을 보인 그는 20세가 되었을 때 소련 국비 장학생으로 서유럽에 유학을 가게 되었다. 그는 독일, 덴마크, 영국,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에서 머물며 당대의 최고 물리학자들인 아인슈타인, 닐스 보어, 디락 등을 만나며 함께 일하는 영광을 누렸다. 란다우는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그의 나이 겨우 25살에 우크라이나 히르키우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함과 동시에 교수 및 연구소장을 겸직하게 되었다. 이곳에서 그의 전성기가 열렸으며 그가 원하던 연구를 마음껏 꽃피울 수 있었다.
천재 물리학자 레프 란다우 교수 © Nobel foundation
란다우는 그의 나이 서른에 모스크바로 돌아왔는데, 그가 러시아로 복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히르키우 대학교의 연구소에서 스탈린을 비판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서 그의 예전 동료들은 모두 처형되게 되었으며 큰 충격을 받은 란다우는 스탈린의 독재정치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그는 즉각 연구소에서 해고되었고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란다우가 위 사건으로 인해서 사형의 위기에 처하자 닐스 보어 등의 서방 유명 물리학자들은 스탈린에게 란다우의 목숨을 살려야 한다는 탄원서를 보냈으며 결국 이는 란다우의 목숨을 살리게 되었다.
국제 정세에 크게 영향을 받은 과학
이처럼 그의 목숨을 위협한 것은 정치적 이념이자 국제 정세였지만, 그의 목숨을 살린 것은 과학이었다. 이 모든 것은 과학에 국경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과학은 정치적 상황과 국제 정세에 크게 영향을 받는 모습을 보인다.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서 최소 100만 명의 우크라이나인들이 피난민이 되어 고국을 떠나야 했으며 이미 수천 명이 넘는 민간인들의 희생이 있었다. 국가 간의 전쟁은 민간을 파괴하며 점점 사회로 깊숙이 침투하고 있으며, 역시 결국 과학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최근의 과학 및 여러 연구는 대부분 국제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과학에서 국제 협력 관계가 지속되어야 하는지, 또는 글로벌 프로젝트에서 러시아의 참여가 계속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한, 각국에서 수행하고 있는 러시아에 관한 크고 작은 제재들이 과학에도 적용되어야 하는지 등에 관한 의문을 낳고 있다.
유럽 우주국 – 러시아와의 협력
유럽 대부분의 연구소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는 것과는 별개로 “과학 연구소는 항상 중립을 취해야 하며 러시아인이라고 해서 기회에 차별받으면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보다 큰 프로젝트에서 러시아 연구 기관의 참여가 예정되어 있거나 진행 중인 경우에는 조금 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서 유럽 우주국(ESA)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크게 비판하며 유럽의 천문학 프로그램들에서 유럽의 인력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유럽 연합 회원국이 러시아에 제재를 부과한다면 과학 프로그램 관련해서 모든 제대를 성실하게 이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화성에서 과거 생명체의 흔적을 찾기 위한 엑소 마스2(ExoMars 2: 러시아 우주국 ROSCOSMOS과 협력 프로그램)를 언급하며 위 프로그램의 연기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예정되었던 엑소 마스2의 2022년 발사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유럽 우주국은 유럽 연합 회원국들과 심도 있는 토론을 하며 상황을 계속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엑소마스 미션의 화성 로버 상상도 ⓒ ExoMars/ESA
국제핵융합실험로 그리고 유럽 입자 물리학 연구소 – 러시아와의 협력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는 세계 최대의 핵융합 실험으로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 (28개국), 중국, 일본, 우리나라 등을 포함한 총 3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국제연구개발 사업이다. 국제핵융합실험로 대변인 라반 코블렌츠 (Laban Coblentz)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쟁으로 인한 조직 업무 변화는 크지 않은 수준이라고 한다.
이는 유럽 우주국의 프로그램과는 달리 초대형 프로젝트에 여러 나라가 참여하고 있으며, 실험로의 직원들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공통 목표를 공유하며 정치적 이념도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코블렌츠는 국제핵융합실험로의 총 역사를 통틀어서 무역 전쟁이나 국경 분쟁 및 기타 의견 불일치 등으로 인한 회원국 간의 정치적 이념 차이 등은 그들의 일에 영향을 준 적이 없다고 주장하며 이 때문에 이를 “평화 프로젝트”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최근 전쟁은 너무 빠르게 많은 것을 무너뜨리고 있으며 이번 전쟁으로 인한 어떠한 결론을 내리기는 아직 이르다고 주장했다.
작은 규모의 ITER © ITER
한편, 세계에서 최대의 원자 분쇄기인 대형 강입자 충돌기(Large Hadron Collider)가 있는 유럽 입자 물리학 연구소(CERN)는 아직 우크라이나 분쟁에 대한 공식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
국제 과학 위원회 – 러시아와의 협력
과학을 “글로벌 공공재”로 발전시키기 위해서 여러 과학 단체의 통합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비정부 기구 국제 과학 위원회(International Science Council)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 침범에 대해서 “깊은 실망과 우려”라는 비판을 가하며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위원회는 이번 전쟁이 과학을 방해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지만, 과학 공동체에서의 고립과 배제는 모두에게 해롭기 때문이라고 밝히며 위원회 자체가 러시아와의 관계를 끊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또한 위원회는 자유롭고 책임 있는 과학 실천의 원칙과 활동에 있어서 모든 국가의 과학자들이 평등한 참여와 협력을 증진해야 한다고 밝히며 이는 “정치적인 혼란 속의 협력”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2018년 국제 과학 위원회 회의 모습 © International Science Council
국제 우주 정거장 – 러시아와의 협력
국제 우주 정거장(ISS)의 연구소에는 미 항공 우주국(NASA), 러시아 우주국,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유럽 우주국 및 캐나다 우주국 (CSA) 등 총 5개 국가 우주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국제 우주 정거장은 국경을 초월한 과학의 협력으로 오랫동안 큰 찬사를 받아왔다. 그러나 전쟁은 위 협력에도 큰 균열을 생성하고 있다.
지난 3월 3일 러시아 우주국은 트위터를 통해서 국제 우주 정거장에서 수행할 공동 과학 실험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국제 우주 정거장에 따르면 이러한 사안들에 관해서 어떤 것도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고 밝혔지만, 이어진 러시아 우주국의 트위터에서 러시아 우주국은 미국과의 우주 협력을 당분간 중단할 것이라고 추가적으로 밝혔다.
그들은 러시아가 더 이상 미국에 로켓 엔진을 공급하지 않고 유지 보수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미국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 억만장자이자 스페이스 엑스 (SpaceX) 및 테슬라(Tesla)의 CEO인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러시아가 계속해서 말썽을 피운다면, 그 공백은 스페이스 엑스의 Dragon캡슐이 메울 수 있으며 국제 우주 정거장의 운영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3월 15일 기준 러시아가 국제 우주 정거장에서 완전히 협력을 중지할지는 미지수지만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는 불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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