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인

대덕연구개발특구 향후 50년, 열린 ‘혁신클러스터’로 변신할 것

[과총 과학과기술 인터뷰대담] 김장성 대덕연구개발특구기관장협의회장·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글 : 류준영 머니투데이 미래산업부 차장(과학과기술 편집위원)

 

“지난 50년처럼 갈 순 없습니다. 앞으로의 50년을 위한 새로운 방향과 정체성을 정립할 겁니다.” 지난해 9월 대덕연구개발특구기관장협의회(이하 연기협) 이사회는 제18대 회장으로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하 생명연)  원장을 선임했다. 김 회장은 2023년까지 연기협을 이끈다. 연기협은 1976년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과학기술 전문 기관의 교류 강화와 기관 발전을 위해 창립됐으며, 현재 67개 기관 대표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에게 떨어진 첫 임무가 제법 무게감이 있다. 오는 2023년 대덕연구개발특구는 50돌을 맞는다. 대전시 주도 아래 ‘대덕연구개발특구 리노베이션’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가운데 연기협은 연구소와 기업, 시민 등이 함께 융합·혁신할 과학도시를 구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 ‘세계적 혁신클러스터’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 같은 미래상을 연출할 메가폰을 쥘 적임자로 연기협은 김 회장을 지목했다.

김 회장은 지난 3개월간 업무를 파악하며 개선점을 정리해봤다고 한다. “대덕연구개발특구하고 대전 원도심이 교류가 많이 없다는 비판을 가장 많이 들었고, 이는 비단 두 지역뿐만 아니라 산업별, 주체별 등 전반적으로 그랬습니다. 이들을 이어주는 구심체 역할을 (연기협이) 더 잘 하라는 소리로 알고 앞으로 회원들 간 소통을 더 원활히 할 장치들을 늘려나갈 겁니다.”

김 회장은 전체적으로 대덕특구 재창조 계획과 연계하 여 크게 4가지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먼저 융합 연구에 특 화된 창의적·도전적 인재 양성이다. “앞으로의 새로운 기술은 생물, 화학 등 각각의 기술 분야에서 독자적으로 개발되기보다는 학문 간 융합을 통해 이뤄지고, 전통적 시장 을 넘어 융합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시장이 지속적으로 나올겁니다. 이런 것을 감당할 수 있는 연구자들을 많이 육 성하는 일이 우선입니다.” 두 번째로 ‘규제 개혁’을 꼽았다. “많은 부분의 규제가 산업화의 발목을 잡고 있어요. 규제 프리존과 같은 제도를 통해 특구 내에서 자유로운 시도가 마음껏 이뤄지도록 해 기술창업을 이끌겠습니다.” 세 번째는 기업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이다.

“특구의 다양한 분야 연구소들에 대한 기술지원 을 통해 기술 스타트업이 국가성장동력이자 미래 신산업 에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네 번째는 대중적인 과학문화 조성이다. “특구 따로 시민 따로 형태가 아니라 어린이들이 과학자를 꿈꾸고, 과학을 생활화되도록 해 서로 간에 이질적인 것이 없도록 가깝게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그리 길지 않은 임기 동안 연기협과 장단을 맞춰줄 우호 세력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것도 숙제다. “연기협엔 능력 있 는 인재들이 많습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 말고도 기업, KAIST와 충남대학교 등 대학, 한국수자원공사 등의 공공기관, 정보통신기획평가원, 대전과학산업진흥원, 대전시일자리진흥원 등 구성원이 다양한 만큼 아이디어가 넘치는 제안들이 쏟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김 회장은 “대덕특구가 국가 혁신성장의 선도 모델로 전환될 수 있도록, 임기 동안 연기협이 국가와 지 역 발전의 디딤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 겠다”고 역설했다.

 

Q. 제18대 연기협 회장에 취임한 소감은?

A. 대한민국 과학기술과 첨단산업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연기협의 회장으로 취임하게 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1973년 조성된 대덕연구개발특구가 60여 개의 연구기관, 34개의 교육기관, 6,800여 개 벤처기업이 집적돼 있는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1번지이자 세계적인 과학기술 허브로 성장했습니다. 오는 2023년은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조성된 지 50년이 되는 뜻깊은 해입니다. 지금은 그 의미를 되새기고 앞으로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과학기술분야 출연연 최연소 기관장이기도 한 저에게 연기협 회장이라는 중책을 맡기신 것은 이제 지천명(知天命)을 바라보는 대덕연구개발특구의 과거를 다시금 돌아보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한걸음 더 뛰는 노력을 바라는 기관장님들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임회장으로서 막중한 소임에 대한 큰 책임감을 가지고 기관장님들의 기대에, 나아가 국가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산·학·연·관 간 개방·협력 체계 확립 중점 추진 회원 기관 간 가치사슬 선순환 구조 확립

Q. 임기 내에 꼭 추진하고 싶은 목표를 하나 꼽는다면?

A.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가 가속화되고,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국가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선도하기 위한 연기협으로 변화하고 혁신해야 할 때입니다. 대덕특구는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의 세계 10대 경제대국, 세계 10대 과학기술 강국 진입에 큰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하지만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 속에서 기존 성장 모델이 한계에 직면하며 대덕특구의 새로운 혁신클러스터 모델 창출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연기협 내 산·학·연·관 간 개방과 협력 체계 확립을 중점 추진하고자 합니다. 회원 기관 간 가치사슬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고, 나아가 대덕특구가 신산업 고도화와 국가 혁신성장을 이끄는 세계적인 클러스터로 발돋움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이끌어가는 데 연기협이 힘을 보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최연소’, ‘첫 연임’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

Q.  ‘최연소 기관장’, ‘첫 연임 성공’ 등 남다른 성과를 보여줬는데, 기관 경영에 대한 본인만의 철학과 원칙이 있다면?

A. 제가 생명연 원장으로 선임된 이후, 기관을 경영함에 있어 가진 키워드는 ‘혁신’, ‘가치’, ‘행복’입니다. “성을 쌓는 자는 망하고 길을 내는 자는 흥한다”라는 말처럼 변화하고 혁신하는 생명연, 인류·국민·동료에게 도움이 되고 선한 영향력을 주는 생명연, 서로의 행복을 위해 소통하고 협력하는 생명연이 되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 연구원을 하나의 팀으로 만드는 데 주력해왔으며, 크게 두 가지 사항에 역점을 뒀습니다. 첫째는 R&D 체질 개선입니다. 그동안 해왔던 개별 연구가 아닌 기관의 R&R(역할과 책임)과 부합한 조직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전문 연구그룹을 육성하고, 협업을 지원함으로써 변화에 적응하고 지속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둘째는 조직문화 개선입니다. 생명연은 그간 의도치 않은 크고 작은 사건들로 인해 경직되고 수동적인 조직문화가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활기차게 일하고 싶은 일터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끊임없이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했습니다.

이런 노력들이 빛을 발하며 생명연 구성원이 한마음으 로 임해준 결과 2021년도 기관 평가에서 과학기술출연기 관법 개정 이후 최초로 ‘우수’ 등급을 획득하고, 첫 연임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런 소통과 협업을 추진하는 모습들이 대덕특구 내의 다른 기관들에도 좋은 인상을 남겨 이렇게 연기협 회장 취임으로까지 이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회원, 시민과 친밀도 높일 기회 제공 10월 세계지방정부연합 총회 연계 ‘세계과학문화포럼’ 개최

Q. 연기협의 올해 주요 목표와 안건은?

A. 연기협은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입주한 과학기술 관련 기관들 간의 친목을 강화하고 대덕연구개발특구 발전을 모색하고자 설립됐습니다. 설립 목적에 맞게 올해에도 회원 기관 간 친목을 통한 협동 연구 및 산·학·연·관 협력 기반 을 다질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할 생각입니다. 코로나19 상황이다 보니 활동에 많은 제약이 따르겠지만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행사, 기술교류회, 포럼 등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또 대덕특구 내 각 기관에 소속된 과학기술인, 나아가 일반 시민들을 포함한 소통의 장을 마련해 과학기술에 대한 친밀도가 높아지는 기회를 제공할 생각입니다. 여러 행사와 사회공헌활동 프로그램 등을 통해 대덕특구의 과학기술인들이 사회와 함께하는, 국민과 소통하는 과학기술인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특히 오는 10월에는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총회가 대전에서 열립니다. UCLG는 도시 연합체의 성격을 갖고, 도시와 지속 가능성의 문제 등 다양한 사회 주제들을 다루는 기구입니다. 이번 총회에는 1,000개의 도시에서 약 3,000여 명 이상이 모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기협에서도 2015년 이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는 세계과학문화포럼을 총회와 연계해 개최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국민들의 과학기술 관심도를 높이고, 대전이 세계적인 과학문화도시로 발전 하는 데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연구기관들의 단절 환경, 혁신적·시장지향적 연구 부족 공공연구기관 기업·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큰 기여 못해 재창조 종합계획’ 연계 ‘혁신 클러스터’ 실행력 갖출 것

Q. 연기협 회장이자 과학기술 출연연 원장으로서 체감하는 대덕특구만의 특징이 있다면?

A. 대덕특구는 국내 최대의 R&D 집적지로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며 우리나라가 과학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연구 성과 및 사업화와 관련된 질적·양적 성과가 지속 확대되고 있고, 산업구조도 고기술 중심으로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우수한 석·박사급 연구원들과 세계적 수준의 R&D 시설과 장비로 국내 최고의 연구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한편, 연구기관들의 단절된 환경, 혁신적·시장지향적 연구 부족 등으로 대덕특구를 구성하는 한 축인 공공 연구기관의 성과가 창업·교육, 기업, 지역사회의 문제 해결에 활용되지 못하고, 다양한 주체들과 소통·공유하는 문화가 조성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 더욱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그렇기에 2023년 대덕특구 조성 50년을 맞아 추진하는 대덕특구 재창조 추진이 더욱 절실히 느껴집니다. ‘대덕연구개발특구 재창조 종합계획’과 연계해 대덕특구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개척하는 세계적 혁신 클러스터’로 성장하는 데 실행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을 연기협 기관장님들과 협력해 나가겠습니다.

 

대덕특구 폐쇄성 극복 위한 융합 프로젝트 추진 주체 간 공동 연구소 기업, 신규 스타트업 창업

Q. 대덕특구 조성 50주년을 앞두고 연기협에서 준비하고 있는 계획이 있다면?

A. 지난해 11월 대덕특구 재창조 종합계획 실행을 추진하기 위해 대전시를 비롯한 정부 부처와 산·학·연 등 다양한 관계자들이 모여 대덕특구 재창조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재창조위원회에서는 대덕특구의 새로운 미래 50년을 위한 비전과 방향성 설정, 실행계획 수립 등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연기협도 이와 관련한 세부 이행 계획을 수립하고 있습 니다. 대덕특구 내 다양한 주체들이 모인 만큼, 융합 협력할 수 있는 의제를 발굴하고 이행을 위한 협력을 이끌어 낼 예정입니다. 특구를 포함한 대전지역 기업의 기술 개발 수요를 발굴하여 특구 내 출연연, 대학의 전문가와 매칭해 지역 기업의 애로사항을 함께 해결하고,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융합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그간 대덕특구의 문제로 지적되어 온 폐쇄성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입니다.

그 밖에도 특구의 가장 큰 장점인 여러 연구 주체들이 모여 추진할 수 있는 대형 원천 융합기술을 발굴하고, 기관 간 협력으로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스타트업 창업을 크게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소통과 교류의 장을 적극 마련하고자 합니다. 대덕특구의 기관들이 벽돌이 라면 연기협은 시멘트로써 협력과 융합의 기반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대덕특구가 멋진 건물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습니다.

 

* 이 글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서 발간하는 ‘과학과기술’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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