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 김장환 책임연구원
인간에게는 재생능력이 있을까요 ?
재생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은 도마뱀의 놀라운 재생 능력입니다. 꼬리나 다리가 잘려도 다시 자라난다는 것은 정말 신기한 일이죠. 이런 현상은 SF 만화나 영화에서도 종종 소재로 활용됩니다. 학교에서 생물학을 배우면 플라나리아라는 귀여운 동물을 만나게 됩니다. 이 작은 동물은 몸을 여러 조각으로 잘라도 다시 회복되는데, 우리도 한 번쯤은 플라나리아나 도마뱀처럼 '내 몸도 그런 신기한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상상해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재생의학 분야에서 인간의 부족한 재생 능력을 보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줄기세포입니다. 줄기세포는 다양한 종류와 능력을 가지고 있고, 연구자들은 이를 이용해 치료에 필요한 세포로 분화시키려고 합니다. 하지만 재생의학적 치료법은 상상했던 것만큼 빨리 현실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많은 과학자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 과정은 시간이 걸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도마뱀 재생능력의 비밀, 아체세포
재생의학은 주로 동물들이 자신의 부위를 다시 자라게 하는 재생 능력을 연구하는 것입니다. 이 연구로 도마뱀을 비롯한 몇몇 동물은 뛰어난 재생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이는 특별히 아체 [blastema] 세포가 생성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간을 포함한 고등 포유류에서는 아체 세포가 거의 생성되지 않거나 매우 제한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우리 사람들은 도마뱀 수준의 재생 능력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왜 포유류는 아체 세포를 만들 수 없을까?'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우리 팀은 최근 몇 연구를 통해 생쥐와 같은 포유류에서도 아체와 비슷한 세포를 유도할 수 있는 단서를 발견했습니다. 이 발견을 토대로 우리는 사람도 도마뱀에 버금가는 재생능력이 있는지를 심층적으로 조사하고, 향후 사람 조직/장기의 재생의학적 치료법에 적용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세포 운명을 바꾸는 만능성인자 기반의 직접교차분화기술
일본의 야마나카 박사는 피부세포에서 4가지 특정 유전자(OCT4, SOX2, KLF4, C-MYC)를 활성화시키면 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한 세포를 만들 수 있다는 혁신적인 발견으로 노벨상을 수상했습니다. 이것은 재생의학 분야에서 가장 획기적인 결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저는 2008년에 이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처음 재현하고, 연구를 좀 더 확장하기 위해서 연수를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저에게 주어진 연구주제는 뜻밖에도 야마나카 박사의 4가지 인자를 이용하여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신경세포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교차분화 혹은 직접교차분화라는 기술에 대해 많은 분들이 알고 있지만, 당시는 무척 당황스러운 도전이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야마나카 인자를 이용하여 유도만능줄기세포 단계를 거치지 않고 목적하는 세포를 만들 수 있다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고, 이를 만능성인자 기반의 직접교차분화(pluripotency factor-mediated direct reprogramming, PDR)로 명명하였습니다. PDR 기술은 세포의 정해진 운명을 바꾸는 리프로그래밍 [reprogramming] 기술 중 하나이지만,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유도만능줄기세포 기술이나 다른 직접교차분화 기술은 세포의 운명을 목표하는 세포로 바꾸기 위해서 목표세포에서 많이 발현되는 인자를 활용합니다. 예를 들면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들기 위해서는 배아줄기세포에서 많이 발현되는 인자를 활용하고, 신경세포를 만들고 싶으면 신경세포에서 많이 발현되는 인자를 리프로그래밍을 시키고자 하는 초기세포에 발현을 시킵니다. 그런데, PDR 기술에서는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드는 인자를 적절히 발현시켜 부분적 리프로그래밍(partial reprogramming)을 유도하고 이런 조건에서는 외배엽, 중배엽, 내배엽에 해당하는 다양한 세포를 모두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특이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PDR 기전을 이해할 필요가 있었고, 그래서 리프로그래밍의 중간 단계를 연구해 왔습니다.
만능성인자 기반의 직접교차분화(PDR) 기술이 밝힌 중간단계세포의 역할
PDR 기술은 유도만능줄기세포 제작과 동일한 인자를 활용하기 때문에 우리 연구팀은 두가지 과정을 서로 비교 분석하였고, 리프로그래밍의 중간단계에 특이한 세포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중간단계세포가 있기 때문에 PDR 기술을 이용해서 3배엽성 세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했습니다. 이에 우리는 중간단계세포와 유사한 세포가 무엇인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때 아체세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도마뱀의 다리 재생 과정에서 아체세포는 다양한 종류의 세포로 변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이 PDR 기술로 얻은 결과와 유사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따라서 물고기의 지느러미 재생 과정에서 아체세포의 역할을 조사했을 때, 리프로그래밍 중간단계 세포 형성에 중요한 유전자인 데스모플라킨(Desmoplakin, Dsp)을 억제하면 지느러미 재생이 억제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유전자 발현을 비교 분석한 결과, 중간단계세포가 아체세포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즉, 리프로그래밍 과정 중 포유류인 생쥐에서 아체세포와 유사한 세포가 형성될 수 있다는 단서를 최초로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리프로그래밍 중간단계세포를 이용한 환자 맞춤형 치료세포 개발
현재 재생의학 분야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해 환자 개인 맞춤형 치료세포를 만드는 연구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연구들은 분화 효율이나 시간, 그리고 종양 발생과 같은 문제들이 많이 있습니다. 현재 우리 연구팀은 PDR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유도만능줄기세포 대신 리프로그래밍 중간단계 세포를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아직은 생쥐를 통해 중간단계세포의 특성을 연구 중이지만, 인간세포에서도 PDR 기술을 활용하여 다양한 세포들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인간 리프로그래밍 중간단계세포도 찾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유도만능줄기세포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환자 맞춤형의 치료세포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재생현상의 이해와 새로운 재생의학 기술개발
만약 포유류에서 아체세포와 비슷한 세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이는 동물들이 가진 재생 능력이 진화적으로 포유류에도 남아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 연구팀은 중간단계세포를 활용하여 재생의학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왜 포유류에서 이러한 재생능력이 제한되어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과학적 질문에 대답하기 위한 연구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재생현상을 좀 더 깊게 이해함으로써 재생의학의 효과성과 안전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최근 재생의학 분야에서 주목받는 새로운 주제는 ‘회춘(rejuvenation)’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회춘 현상이 야마나카 인자를 이용한 부분적 리프로그래밍 방법의 결과라는 것입니다. PDR 기술도 부분적 리프로그래밍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회춘을 유도하는 현상과 공통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 연구팀은 리프로그래밍 중간단계세포의 연구를 통해 다양한 재생 현상을 이해하고 새로운 치료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단
- 저작권자 2024-06-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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