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분해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1년간 소주 700병을 마신 생명공학 박사, 정부 출연 연구원장을 하고 나서 무려 13년째 작은 실험실에서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72세 사업가, 우리나라에서 특허를 획득한 숫자가 가장 많다는 칭찬을 듣던 정통 과학자.
복성해(卜成海·72) 바이오뉴트리젠 사장에게 붙은 여러 가지 수식어이다. 복 박사는 우리나라 생명공학 연구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초대 원장을 지냈다. 연구원장을 마칠 때 쯤 복 박사는 우연히 벤처기업을 세웠다. 그의 연구업적이 수없이 신문과 방송에 오르내리고, 연구성과를 보는 사람마다 대단하다고 칭찬이 자자했으니 사업을 하면 술술 잘 풀릴 줄 알았다.
실제로는 10년을 근근히 기업을 유지하다가 마침내 올해 7월 캐나다 업체인 녹토나 코퍼레이션과 계약을 맺고 연간 1,500만 달러 이상을 수출하기로 했다.
그가 개발한 것은 알코올 해독 능력이 탁월한 건강식품 JBB 시리즈이다. 과학적으로 알코올 분해 능력은 물론이고 간기능 회복에도 탁월한 기능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음에도, 까다로운 검사를 거쳐 미군 부대에 납품됐음에도, 그가 개발한 건강식품이 시장에 뿌리를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복 박사를 가장 먼저 인정해 준 사람은 슈바이처 박사의 제자인 장 피에르 윌렘 박사이다. 윌렘 박사는 인류에게 큰 빛을 던진 알버트 슈바이처 박사(1875~1965)의 제자이다.
스승의 뜻을 이어받아 ‘국경없는 의사회’를 창립한 윌렘 박사는 10여년 전 한국에 왔다가, 동료 과학자를 따라 복성해 박사의 바이오뉴트리젠 사무실을 방문했다. 윌렘 박사는 간기능 회복과 당뇨에 좋은 원료를 찾고 있었다. 그는 복 박사가 건네주는 JBB20을 가지고 가서 가지고 임상실험을 벌이고, 효능을 인정하고 그 결과를 발표도 했다.
72세에 연간 1,500만 달러어치 수출계약
JBB 20의 발견은 흥미롭다. 어느 날 연구실에서 시료를 만들어 먹은 뒤, 친구와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어쩌다 보니 소주 4병을 마시고, 2차로 옮겨 위스키 3/4병을 비웠다. 그 뒤 3시간 자고 일어나 보니 머리가 너무 맑았다. 놀란 복 박사는 다음 날 다시 시제품을 만들어 술꾼 친구들과 실험해보니 다들 "마약 넣은 것 아니냐"고 몰라워했다.
그래도 마케팅이 잘 되지 않던 초창기 답답하던 마음에 그는 자기 자신을 숙취해소의 샘플로 삼았다. 60대가 넘은 나이에 복 박사는 하루에 소주 2병 씩을 마시기 시작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1년간 마신 소주가 약 700병이다. 그리고 매월 병원에 가서 간 수치를 체크했지만, 간은 아직도 싱싱하다.
7년 전 60대 후반에 찍어 신문에 낸 사진과 며칠 전 찍은 사진을 비교하면, 하나도 늙지 않는 얼굴을 발견하고 놀라게 된다.
10년 넘게 40개국을 뛰어다닌 끝에 올해 녹토나 코퍼레이션과 맺은 계약이 더욱 반가운 것은 지금까지 숙취해소나 간 기능 보호 이외의 기능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녹토나 코퍼레이션은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에너지 음료에도 JBB가 탁월한 효능을 가진 것을 발견했다. 에너지 음료는 카페인이 많이 들어 있어서 이에 대한 반대음성도 높다.
녹토나 코퍼레이션은 에너지 음료에 JBB를 독점적으로 사용할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매년 1,500만달러 어치를 구매하겠다는 계약서를 썼다. 첫 번째 물량은 얼마전에 선적했다.
비록 느리기는 했어도 국내에서도 점차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올해 중으로 24시간 편의점에 진열되고, 중국 시장에 나가기로 대리인을 통해 계약이 체결됐다.
이제 걸음마 단계이기는 하지만, 출연연구원 원장을 지낸 원로과학자가 이렇게 끈질기게 사업에 달려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숙취해소 기능 증명하려 한 해 소주 700병 마셔
JBB20은 감 · 양파 · 감귤 · 구기자 · 콩나물 · 칡에서 추출한 원료와 비타민 C를 섞어 만든다. 모든 재료가 우리나라에서 나오기 때문에 국내 농가에도 새로운 소득원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JBB는 구 소련 정보기관 KGB요원들이 썼다고 알려진 RU-21처럼 몸안에서 알코올이 흡수되면서 아세트알데히드로 바뀌는 효소를 없애, 간 손상을 막아 준다. 그러나 기존 제품들은 알코올만 해독할 뿐인데 JBB20은 간과 뇌까지 보호한다고 복 박사는 주장했다.
충남 청양 출신인 복 박사는 어려서부터 집념과 끈기로는 알아주는 아이였다. 공부를 한 번 해볼까 마음먹은 뒤 초등학고 6학년부터 전체수석을 차지할 만큼 실력을 발휘했다. 공주사대부고를 다닐 때 만난 김성회 교사로부터 미생물학 분야의 신비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과학자의 꿈을 키웠다. 그러나 당시 대학에 미생물학과는 없었기에 그는 가장 비슷한 서울대 농대 농생물학과를 진학했다.
“원하는 전공분야를 공부하느라 매일 실험실에서 보내면서도 지칠 줄을 몰랐다”고 할 정도로 연구와 공부에 몰두했다. 대학 졸업 후 제약회사에 근무하다 미국 MIT로 유학가서 세계적인 석학 드메인 박사를 만나 새롭게 도약했다. 석사를 받은 뒤 펜실베니아 주립대학에서 발효공학 대가인 캐시타 박사를 만나 다시 한번 연구의 눈을 떴다.
40대에 유치과학자 제안이 들어오자 한국화학연구원으로 옮기면서 귀국했다. 농약오염을 막기 위해 무공해 미생물 농약 및 심장병 예방용 신물질을 4년간 개발하다가, 생명공학연구소로 옮겨 본격적인 전공분야에 뛰어들었다. 결국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1999년 생명공학연구소 소장을 거쳐 초대 생명공학연구원장으로 활동했다.
그 해 한겨레 신문이 주최한 벤처대상을 수상했는데, 상금으로 벤처기업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었다. 얼떨결에 창업한 벤처기업은 그의 인생에 새로운 문을 열었다.
복 박사는 2008년 석탑산업훈장을 받았으며 2012년에는 최우수 지식인상을 받고 수출 100만 달러를 기록했다. 2007년에는 영국 캠브리지 국제인명센터(IBC)에서 세계 100대 과학자로 선정됐다.
“얼마 전에 간 이식 수술을 기다리던 미국 교포가 우연히 알게 된 우리 제품을 먹고 수술 없이도 간 기능이 회복됐다고 감사메일을 보내왔어요. 이제 시작입니다.”복 박사는 알코올 때문에 간이 망가져 고생하는 인류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겠다는 자신감으로 충만했다.
- 심재율 객원기자
- kosinova@hanmail.net
- 저작권자 2015-11-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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