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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은영 객원기자
2016-10-24

"가상현실인데 방구냄새 나요" 현실보다 실감나는 가상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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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르 쾅쾅, 포탄이 눈 앞에서 쏟아진다. 진동과 충격이 등줄기를 타고 전해온다. 옆에 동료가 쓰러지면서 내 팔을 꽉 잡는다. 묵직한 압박이 느껴지는 순간, 눈 앞에는 초원이 펼쳐진다. 꿈인가 생시인가. 향기로운 풀꽃 내음이 사방에서 진동한다. 곧바로 산들 바람이 기분 좋게 머리 위로 불어온다.

실재(實在)보다 더 현실 같은 경험. 이러한 경험은 현실이 아니다. 가상의 장치가 우리의 뇌를 속여 만들어 낸 허구의 이미지이다. 바로 '가상현실(VR)'이다. 눈 앞에 지도가 펼쳐지고 몬스터들이 숨여 사람들을 기다리는 것은 어떠한가. 현실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증강현실(AR)'기기를 통해서는 보인다.

현실 보다 더 몰입감 높은 가상현실의 세계

지난 21일 서울 삼성동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는 미래 대표 핵심 기술이라 알려진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에 대한 올바른 이해 촉진과 더불어 메이커 양성을 위한 'VR·AR 기술 동향 컨퍼런스'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한국과학창의재단과 앱툴즈가 함께 하는 'Zero to Maker 컨퍼런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앱툴즈 대표이자 경남정보대학교 컴퓨터과 이경용 겸임교수가 무대에 나와 마이크를 잡았다.

이경용 교수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다양한 가상현실 사례 및 트랜드를 분석했다. ⓒ김은영/ ScienceTimes
이경용 교수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다양한 가상현실 사례 및 트랜드를 분석했다. ⓒ김은영/ ScienceTimes

이경용 교수는 초록색 천이 사방으로 둘러 쌓인 스튜디오 화면을 가리켰다. 화면에서는 HMD(Head Mounted Display)를 머리에 쓴 사람들이 허공에 대고 총을 쏘고 있다. 직접 총을 쏘는 듯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장갑이나 조이 스틱에 외부 센서를 적용시켜 사용자의 동작을 인식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포탄이 떨어진 듯 놀라 쓰러지기도 하는 것은 발전된 3D 실감음향 덕분이다. 발전된 음향 기술은 청각을 사로잡아 현실감과 몰입감을 극대화 시켜준다.

가상현실(VR)이란 사실 평소의 인지데이타를 가지고 인체를 속이는 일이다. 이 교수는 먼저 눈을 예로 들었다. 눈은 인체 중 가장 복잡하면서도 단순하다. 눈을 속이면 마치 실제로 존재하는 공간과 사물이 있다고 믿게 된다. 가상현실을 실재(實在)로 느끼려면 우리 눈이 보는 것처럼 넓은 범위를 한번에 볼 수 있어야 한다. 또 해상도가 높아 가공의 상태라고 느끼지 않아야 한다. 고개를 돌릴 때 보여지는 사물의 변화가 늦으면 뇌에서는 '신호'를 보낸다. 어지럽고 구역질이 날 수 있다.

1995년에 닌텐도사에서 출시한 '버추얼 보이'라는 가상현실게임은 금세 시장 밖으로 사라졌다. 이 게임 기기는 무게가 무려 2kg에 달했다. 지금처럼 자연스럽게 몸에 착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 교수는 "삼각대가 있어서 잠망경으로 들여다 보는 수준이었는데 10초만 봐도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마련된 한국과학창의재단 주최 'VR AR 컨퍼런스'에는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파가 몰려 관심을 보였다.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마련된 한국과학창의재단 주최 'VR AR 컨퍼런스'에는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파가 몰려 관심을 보였다. ⓒ 김은영/ ScienceTimes

이질감 느끼던 가상현실 세계의 경험, 오감으로 해결

기술의 발달로 지금 사용되고 있는 가상현실 기기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형태로 발전했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가상현실체험 기기는 보통 4K(가로 픽셀 수가 3840, 세로 픽셀 수가 2160)의 초고화질 해상도를 자랑한다. 텔레비전은 초당 24프레임~26프레임인 데 반해 가상현실은 80~100프레임이기 때문에 눈 앞에서 빨리 돌아도 부자연스럽다고 느끼지 못한다.

오큘러스나 삼성 기어, HTC 바이브 등 고급화 된 VR체험 기기는 몸의 방향과 기울기를 측정하는 센서를 달아 더욱 현실감 있는 장면을 연출한다. 최근에는 손을 움직여 사물을 인지할 수 있는 핸드 컨트롤러와 충격과 진동을 느낄 수 있는 바디 슈트는 물론 각종 냄새를 맡을 수 있는 후각 컨트롤러까지 나온 상태이다.

방구뀌는 게임에서는 실제 후각 컨트롤러에서 방구냄새를 맡을 수 있다. ⓒ https://youtu.be/22KZBhrksbk
방구뀌는 게임에서는 실제 후각 컨트롤러에서 방구냄새를 맡을 수 있다. ⓒ https://youtu.be/22KZBhrksbk

후각 컨트롤러는 기존의 가상현실 출력기기와 연동하여 사용자에게 냄새를 맡을 수 있게 해준다. 이 교수는 "꽃향기가 나는 후각 컨트롤러는 주로 정신 치료용으로 많이 사용된다. 힐링 효과를 가져다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방구냄새나 똥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업체까지 등장했다. 노설러스 리프트(Nosulus Rift)는 방구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게임을 만들었다. 현실감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증강현실(AR)은 어떻게 발전될까. 이 교수는 최근 증강현실 분야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극비리에 진행되었던 이 프로젝트는 바로 '홀로렌즈(Holoren)'이다. 가상현실(VR)이 가상의 공간에서 허구의 이미지를 보는 것이라면 증강현실(AR)은 현실 공간상에 있는 사물에 가상의 이미지를 덧씌우는 작업이다. 홀로렌즈를 통하면 내 방 책상이 게임 스테이지가 되기도 하고 세면대 배관이 막혔을 때 멀리 있는 배관공이 원격으로 도움을 줄 수도 있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은 갑자기 나온 신기술이 아니다. 오래된 기술이다. 기술의 발달은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던 경험을 우리에게 선사해준다. 이제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은 그동안의 수많은 단점과 갈등을 극복하고 우리 생활 저변에 걸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새로운 세계를 선물할 준비를 하고 있다.

김은영 객원기자
teashotcool@gmail.com
저작권자 2016-10-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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