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침팬지 등 다른 영장류는 매우 유사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인간과 챔팬지는 약 98%, 오랑우탄과는 97%의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이 같은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는 양상은 크게 다르다. 그 이유를 설명하는 한 가지 중요한 발견이 추가됐다.
이번에 발견된 새로운 증거는 유전자가 조절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이 연구 결과는 인간과 침팬지 및 히말라야 원숭이 등 세 종의 영장류 여러 개체에 대한 종합적인 전유전체 컴퓨터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네이처 생태와 진화’(Nature Ecology and Evolution) 최근호에 보고됐다.

유전자 조절 증강자와 촉진자에 초점
연구팀은 유전자 증강자(gene enhancers)와 촉진자(gene promoter)로 불리는 조절 DNA(regulatory DNA)에 연구 초점을 맞췄다. 촉진자들은 유전자의 ‘상류’에 자리하고 있어 발현 스위치가 켜진 유전자들을 위해 활성화되도록 되어있다.
증강자에 대해서는 알려진 점이 많지 않다. 증강자는 이들이 조절하는 유전자의 ‘상류’ 및 ‘하류’의 다양한 거리에 위치할 수 있다. 증강자는 촉진자보다 유전자 몸체에서 훨씬 멀리 떨어져 있을 수 있으나 유전체를 포장하는 염색질의 고리 모양 구조 때문에 유전자 가까이로 올 수 있다. 때때로 여러 증강자들은 다른 환경에서 다른 조합으로 주어진 유전자의 활성화에 관련된다.
미국 콜드 스프링 하버 연구소(CSHL)의 아담 지펠(Adam Siepel) 교수와 코넬대 찰스 댄코(Charles Danko) 교수팀은 유전자의 상ᆞ하류에 있는 유전체 DNA의 RNA 사본을 생성하는 초기 전사를 측정하기 위해 PRO-seq라 불리는 기술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어떤 촉진자와 증강자가 활성화돼 유전자를 조절하는지를 검색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단일 세포 형태인 면역시스템의 CD4+ T세포를 연구해 세 영장류 종에서 세포가 정지상태에 있을 때와 활성화 상태에 있을 때의 RNA 복제 수준을 비교했다.

유전자 조절 방식에 흥미로운 차이
실험 결과 CD4+ T세포에서 세 종의 유전자 활성화 상태는 비슷했으나 유전자가 조절되는 방식에 매우 흥미로운 차이가 있었다. 연구팀은 증강자 무리가 하나로 뭉쳐 표적 유전자 발현에 공동으로 영향을 주는 것에 특히 주목했다. 지펠 교수는 “이렇게 뭉치는 앙상블들은 크기가 다양하다”며, “크기가 크면 표적 유전자의 발현 수준은 진화하는 시간 동안에 안정적인 경향이 있고, 반면 작으면 발현 수준이 덜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유전자 발현에서의 안정성은 과학자들이 진화적인 보존, 즉 그 이점 때문에 종 전체에 걸쳐 나타나는 특성의 보존이라 부르는 일종의 증거다.
연구팀은 신중한 분석을 통해 빠르게 진화하는 증강자와 느린 증강자를 구별하는 다양한 특징들을 확인했다. 지펠 교수는 “특히 흥미로운 것은 수많은 증강자들이 함께 표적 유전자의 발현을 결정하는 경우들이었다”며, “이때 유전자들은 더욱 안정적인 경향이 있지만 각 개별 증강자들은 변화하기가 쉽다”고 말했다. 주어진 유전자의 목표 발현 수준은 진화적 선택에 따른 것으로, 이들 경우에는 전체 앙상블에 의해 공동으로 결정된다.
이번 연구는 진화하는 동안 유전자 발현 프로그램이 어떻게 변화해 인간과 다른 영장류 간의 행동과 모양 차이를 이끌어냈는지를 보여준다. 지펠 교수는 이 같은 진화 상의 신비는 또한 유전자 조절을 변화시킴으로써 질병을 일으키는 돌연변이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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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1-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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