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중순 일본 구마모토에서 2차례 발생한 지진은 예전의 일본 지진과 달리 우리나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각판에서 발생한 것이고, 이에 따라 우리도 비상한 관심을 갖고 이후 한반도의 지진과 백두산의 분화 등 화산 활동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국과 한반도 일대의 동아시아는 유라시아판에 속하고, 일본 열도는 유라시아판과 북미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남쪽에 필리핀해판이, 동쪽에 태평양판이 자리한다.
그러므로 일본 열도의 지진은 해양지각판인 필리핀해판이나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과 북미판 지각 아래로 들어가면서 일어나는 지진과 한반도나 중국에서처럼 대륙지각 안에서 발생하는 지진으로 나뉜다.
예를 들면 2011년 후쿠시마 원전을 강타한 동일본대지진은 북미판과 이 지각 아래로 들어가는 태평양판 사이에서 발생하였다.
최근세 동아시아의 지구조(地構造·tectonic)에는 인도양판의 북상에 따라 형성된 아시아 지역의 고유 응력이 작용하는 구역과 필리핀해판과 태평양판의 이동에 따라 형성된 응력이 작용하는 구역으로 나뉜다.
일본열도에는 열도의 방향과 평행하게 중앙을 관통하는 중앙구조선(MTL·Median Tectonic Line)이 발달하여 한반도와 일본열도 서쪽 지역같은 MTL 북쪽 지역에서는 동-서 방향으로 압축력이 작용하고(히말라야 지구조 도메인), 필리핀해판의 영향을 받는 MTL 이남 지역에서는 북서-남동 방향으로 압축력이 작용한다(필리핀해 지구조 도메인). <그림 2> 참조.

구마모토 지진은 MTL의 서쪽 연장에 있는 단층을 따라 발생했고, 계기지진 자료들을 분석한 결과 깊이 약 10km에서, 동-서 압축력에 의한 단층운동이 수반된 지진이다. 이점은 바로 구마모토 지진이 한반도와 중국 지역 등이 속한 히말라야 지구조 도메인에서의 지질 현상이란 점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주장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최범영 책임연구원이 지구조 운동 특성뿐만 아니라 역사 지진과 계측 지진을 비교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제기한 것이다.
최 박사에 따르면 최근세 지구조 응력을 연구한 결과 MTL의 이북 지역은 필리핀해판의 영향을 받는 필리핀해 지구조 도메인이 아니라 히말라야 지구조 도메인에 속한다.
최 박사 또 “동아시아의 히말라야 지구조 도메인에서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날 경우 백두산을 비롯한 이 일대에서 화산활동이 일어난 경우가 적잖았다”며 “구마모토 지진은 한반도 지역에서 높은 규모의 지진이나 화산 활동이 일어날 가능성을 예보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은 과거 역사 지진을 살펴보면 히말라야 지구조 도메인에서의 지진과 백두산의 분화 활동의 상관관계가 보다 명확해진다는 게 최 박사의 설명이다.
예를 들면 일본 규슈와 쓰시마 사이에 있는 이키에서 규모 7.0의 지진(1700년)이 발생했을 때 2년 뒤 백두산 분화 활동이 있었다. 이 때 백두산 분화 활동에 대한 기록은 조선 숙종실록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숙종 28년(1702년) 5월 20일(양력 5월 14일) “함경도 부령부에는 이달 14일 오시(낮 12시 전후 2시간)에 천지가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때때로 혹 황적색이 불꽃 연기와 같으면서 비린내가 방에 가득하여 마치 화로 가운데 있는 듯하여 사람들이 훈열을 견딜 수가 없었는데, 4경(밤 1~3시)이 지나서야 사라졌다. 아침이 되어 보니 들판 가득히 재가 내려 있었는데, 흡사 조개껍질을 태워 놓은 듯 했다. 경성부에서도 같은 달 같은 날, 조금 저문 직후 연무의 기운이 갑자기 서북쪽에 몰려오면서 천지가 어두워지더니… 나는 재가 마치 눈처럼 흩어져 내려 한 치 남짓이나 쌓였는데, 주어 보니 모두 나무껍질이 타고 남은 것이었다.…” <그림 3> 참조.
현종 9년(1668년)에는 4월23일과 같은 달 28일 2차례에 걸쳐 백두산 분화가 일어났다. 백두산의 분화와 전후해 같은 히말라야 지구조 도메인에 속한 동래 울산(1643년 4월과 6월)과 중국 탄청(1668년 6월 17일)에서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다. <표>와 <그림 4> 참조.
현종 실록은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함경도에 재가 내린 이변은 몹시 놀랍도다.… 하늘 곳곳 20여 군데가 터졌다고 하는 데 좌상은 그 고장에 가있을 때 그런 말을 들었는가?” “…동쪽 하늘이 갈라졌는데 빛이 화경과 같았고, 또 붉은 말이 서로 싸우는 듯한 모양이 있다는데, 그런 말을 전하는 자가 몹시 많았나이다.…”
그 뒤 2~3년 뒤인 1670년과 1671년에는 태양의 흑점 활동이 활발해 소빙하기가 겹치기는 했지만 두 차례에 걸쳐 대기근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이 <표>에서 볼 수 있듯이 백두산에서의 분화 활동은 조선시대 이후 20세기 들어와서도 기록이 있지만 조선왕조실록처럼 분명한 기록 자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한편 한라산에 대해서는 최 박사는 “백두산의 경우 조선시대에도 많은 기록이 남아 있지만 일본과 가까운 제주도 한라산에 대해서는 고려시대 이후의 기록이 없고, 마그마가 없을 것으로 추정되어 구마모토 지진이 한라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최 박사는 그러나 “구마모토 지진으로 인한 백두산 분화 활동이나 한반도 내에서의 지진 활동이 언제, 얼마만한 규모로 발생할지는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성하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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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05-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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