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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이성규 객원기자
2019-09-27

말라리아, 2050년엔 박멸 가능 현재보다 더 많은 투자 및 관심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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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질병 중 하나인 말라리아가 2050년이면 박멸될 수 있을 거라는 주장이 나왔다. ‘빌 & 멀린다 게이츠 재단’(빌 게이츠 재단)의 지원을 받아 세계 유수의 말라리아 학자, 생물의학자, 경제학자, 보건정책 전문가 41명이 작성한 새로운 보고서를 통해서다.

이 보고서를 발표한 랜싯(Lancet) 말라리아 퇴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이자 미국 샌프란시스코대학(UCSF) 글로벌보건그룹의 리처드 피쳄은 “오랫동안 말라리아 퇴치는 요원한 꿈이었으나 이제는 2050년까지 말라리아를 박멸할 수 있다는 증거를 얻었다”고 말했다.

랜싯 퇴치위원회는 말라리아와 도시화 등 현재의 사회경제적 요인 및 기후변화 등의 환경적 요인의 복합적인 상관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머신러닝 모델을 개발했다. 그리고 이 같은 요인들이 미래의 세계 말라리아 지형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003년 기준으로 말라리아 발생 지역을 표시한 자료. 빨간색으로 표시된 곳이 말라리아 발생 위험이 높은 지역이다.  © public domain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003년 기준으로 말라리아 발생 지역을 표시한 자료. 빨간색으로 표시된 곳이 말라리아 발생 위험이 높은 지역이다. © public domain

예를 들면, 지구 온도와 강수량이 상승함에 따라 말라리아가 특정 지역에서 어떻게 증가하는지를 세계 지도상에서 그래프화했다. 그 결과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말라리아 예방 활동을 할 경우 2050년에도 말라리아는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다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보다 적극적인 예방 활동을 벌이고 살충제와 모기장 같은 용품을 더 많이 배포할 경우 그 결과는 확연히 다르게 나타났다. 즉, 2050년에는 현재 말라리아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는 아프리카에서마저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 보고서는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말라리아 발생을 급속히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세 가지 분야에 중점을 둘 것을 권고했다.

말라리아 박멸 위해선 매년 63억 달러 필요해

첫째는 보다 향상된 소프트웨어의 도입이다. 말라리아 박멸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말라리아 프로그램 관리자와 현장 직원들 간의 관리 교육의 부족에 있다. 따라서 관리 교육을 폭넓게 행하면 프로그램 운영의 질을 높이고 재정 자원이 적재적소에 사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둘째는 새로운 하드웨어의 개발이다. 말라리아를 박멸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생물학적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혁신적인 도구를 개발해 배치해야 한다. 빠른 진단법과 오래 지속되는 살충제, 그리고 새로운 약품에 대한 투자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살충제와 약품은 약물 내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말라리아 기생충은 살충제뿐만 아니라 현재 출시된 약품들에 대해 내성이 생기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유전자 드라이브 같은 방법의 연구도 촉구했다. 유전자 드라이브는 말라리아를 유발하는 모기에게 특정 유전자를 주입시키는 기술로, 유전자 조작 방식에 속한다. 모든 자손이 수컷이 되게 하거나 말라리아 기생충에 저항하는 유전자를 첨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말라리아 퇴치에 소요되는 자금 지원의 확대를 권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43억 달러가 이 질병과 싸우기 위해 사용되고 있는데, 2050년까지 말라리아를 박멸하기 위해서는 거기에다 추가로 매년 20억 달러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서는 추정했다.

2000년 이후 전 세계 말라리아 발병률은 36%, 사망률은 60% 감소했다. 특히 5세 미만 아동의 사망자 수는 2010년 44만 명에서 2016년 28만 5000명으로 급감했다. 이는 빌 게이츠 재단 같은 강력한 후원단체, 혁신적인 도구 및 전략, 그리고 2016년 43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지원금 증가 덕분이다.

말라리아 퇴치는 사회정의의 문제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말라리아 환자는 매년 전 세계적으로 2억 건 이상 보고되며, 그중 약 43만 5000명이 사망하고 있다. 심지어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의 55개국에서는 말라리아 환자가 다시 증가하고, 현재 이용 가능한 약품 및 살충제에 대한 말라리아 기생충의 내성 우려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세계보건기구(WHO)는 말라리아 퇴치가 가까운 미래에 불가능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금처럼 결함이 많은 백신 등 현재 사용하고 있는 방식과 도구로는 말라리아를 없애는 게 거의 불가능할지 모른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이런 시점에 발표된 랜싯 퇴치위원회의 보고서는 말라리아 근절을 위해서는 보다 더 큰 관심과 자금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말라리아는 가난한 국가,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인도 및 동남아시아에서도 유행하고 있다. 따라서 말라리아는 단지 건강상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평등 및 사회정의의 문제이기도 하다.

랜싯 퇴치위원회도 이번 보고서에서 말라리아를 박멸하는 행위는 선진국의 자원을 사용해 궁극적으로 말라리아 유행지역 국가들의 개발 및 경제적 번영을 증진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저작권자 2019-09-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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