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유럽의 비만 및 과체중이 전염병 수준에 도달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만큼 비만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인데, 실제로 유럽 지역 성인의 59%는 과체중이나 비만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에서 비만율이 가장 높은 미국에 가까워진 수치다.
하지만 이 같은 추세에도 불구하고 유럽과 북미 전역의 비만 및 과체중 청소년이 자신의 체중을 과소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비만 문제 해결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유럽 및 미국, 비만 인구 증가 위험 수준
비만 인구 비율이 높은 유럽, 북미권에는 사실상 적색 신호가 켜졌다. 비만은 최소 13가지 유형의 암, 심혈관질환 및 제2형 당뇨병을 비롯한 비전염성 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매년 최소 20만 건의 신규 암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즉, 비만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사회 문제가 됐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 등 대부분 고소득 국가에서 비만 인구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WHO가 발표한 2022년 유럽 지역 비만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의 59%와 어린이 3명 중 1명이 과체중이거나 비만으로 조사됐다. 만성적 과체중과 비만은 유럽에서 사망 및 질병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매년 120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비만과 관련된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전체 사망률의 13%에 해당한다.
미국의 상황도 비슷하다. 시카고대학교 여론연구센터는 올해 보고서를 통해 미국 성인 5명 중 2명은 비만이라고 밝혔다. 이는 2021년 기준 미국 인구 3억3190만 명 중 1억 명 이상은 비만이라는 뜻이며, 10년간 비만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는 동안 신체활동은 줄고, 식품 소비 패턴에는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WHO는 “비만의 원인이 단순 건강에 해로운 식단과 신체활동 부족보다 훨씬 다양하고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유럽과 미국의 비만 인구 증가, 특히 소아·청소년기의 비만율 증가는 위험 신호라고 경고했다.
비만 청소년의 체중 과소평가 인식, 위험하다
과체중 또는 비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감량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이 먼저다. 그런데 최근 유럽과 북미 전역의 41개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자신의 체중을 과소평가하는 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WHO와 연구를 수행한 국제전문연구팀은 2002년부터 2018년까지 4년 간격으로 수집된 41개국 746,121명의 아동·청소년의 설문 데이터를 조사해 Nature Reviews Disease Primers에 발표했다. 75만 명에 이르는 아동·청소년의 체중인식(body weight perception, BWP)변화 유형 결과는 다음과 같다.
▲ 자신의 체중 상태에 대한 인식 : 과소평가 증가, 과대평가 감소(남녀 모두)
▲ 적정 체중에 대한 인식 : 여자 증가, 남자 감소
▲ 기타 : 적정 체중 및 체중 상태 인식 변화는 국가마다 차이 있음
결과에 따르면 자신의 체중이 지나치게 높다고 인식하는 청소년은 남녀 모두 감소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반대로, 자신이 적정 체중 이상이라고 인식하는 비율은 낮아지는 추세다. 특히 여자의 경우 체중을 과대평가하는 비율이 낮아지고 있다.
연구진은 이 결과가 이것은 ‘몸’, ‘건강한 신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해석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청소년들의 임상 및 공중 보건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우선 자신을 과체중으로 인식해 불필요하고 건강에 해로운 체중 감량을 하는 행동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과체중이나 비만인 청소년의 경우 자신의 체중 상태를 과소평가하는 것은 궁극적인 비만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연구 책임자인 제라츠(Anouk Geraets) 박사는 “자신을 과체중이라고 인식하는 청소년이 줄어드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청소년기에 증가하는 비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과체중인 사람은 체중 감량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건강에 해로운 생활방식을 선택하거나 유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올바른 체중 인식을 강화하기 위한 개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비만 ‘안전국’ 아니야
비만은 1996년 WHO으로부터 질병으로 규정됐다. 그로부터 26년이 지나도 비만은 여전히 각종 질병을 야기하는 것은 물론 이에 따르는 사회·경제적 비용 증가에 영향을 미쳐 최근에는 ‘21세기 신종 전염병’이라는 경고까지 나왔다. 특히 소아·청소년기의 비만은 단기적인 문제 이상의 위험요소가 내재해 있다.
소아·청소년기 비만의 80~85%는 성인비만으로 이행된다. 또한, 이 시기의 과도한 체중증가는 대사성질환을 조기에 발생시키는 요인으로 알려져 소아의 비만은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된다. OECD 국가 중 비만 인구 비율이 두 번째로 낮은 한국도 최근 5년간(2017~2021) 비만으로 병원 지료를 받은 청소년이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 봄에 개최된 대한비만학회에서는 이런 추세가 계속해서 이어지면 10년 뒤에는 중고생 3분의 1이상이 비만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사회적 분위기, 국가 정책 등 다양한 요인을 통합해 비만을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한 종합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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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3-08-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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