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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권예슬 리포터
2024-10-31

“과학도 ‘아직 모른다’는 것이 있다는 점에서 영화적 상상력 얻었죠” 지하 1,000m 지하실험실 배경 영화 「모든 점」 작가와 협업 과학자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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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든 점」 포스터 ⓒ시네마 달

강원도 정선 신동읍 예미산 아래 지하 1,000m엔 특별한 실험실이 있다. 땅속 깊은 곳에서 우주의 신비를 풀고 있는 ‘예미랩’이다. 이곳에서는 우주의 26.8%를 차지하지만 아직 정체가 규명되지 않은 암흑물질, 모든 특성이 밝혀지지 않은 중성미자 등 연구를 통해 우주 근원을 규명하고자 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예미랩이 의외의 장소에서 대중과 만났다. 바로 예미랩을 배경으로 촬영한 다큐멘터리 장편영화 「모든 점」이다. 영화 「모든 점」은 올해 개최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와이드 앵글-장편 경쟁 다큐멘터리’ 섹션에 선정됐다.

 

「모든 점」은 ‘나’라는 화자가 ‘그’로부터 받은 필름 한 통을 그리며 시작한다. 아무것도 찍혀 있지 않은 필름에서 ‘나’ 다른 것들을 발견한다. 인간이 사라져도 끝내 사라지지 않을 물질의 세계를 테마로 영화가 흘러간다. 영화를 만든 이소정 감독과 함께 협업한 소중호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 연구단 책임기술원을 서면으로 만났다.

 

Q. 기초과학을 소재로, 그중에서도 ‘예미랩’에서 촬영을 결정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이소정: 촬영을 준비하면서 제가 알게 된 암흑물질이라는 소재는 여러 영화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소재였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 그리고 그 안에 속한 우리 자신 자체가 아직 알 수 없는 물질로 이뤄졌다는 사실은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해 상상해 보게 합니다. 우리 스스로가 진실이라고 믿고 있던 여러 가정을 다시 상상하게 하며, 더 나아가 우리가 세계 혹은 타자와 맺고 있는 관계를 다른 방식으로 되돌아보게 합니다.

저는 그간 과학이 분명하고 객관적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과학에도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 있고, 그것이 열어주는 무한한 가능성과 시적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직 알 수 없는 것’ 안으로 뛰어들어 실험과 연구를 시도하는 예미랩이라는 공간이 한국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자연스레 촬영을 하기로 결정하게 됐습니다.

 

Q. 예미랩에서 다양한 과학문화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과학 연구 현장에서 적극적 과학문화 행사를 개최하고 계신 이유가 있을까요?

소중호: 전 세계 지하 실험실이 위치하고 있는 곳은 예미랩이 위치한 정선 신동읍과 같이 문화 소외지역입니다. 그래서 많은 지하 실험실 연구진들이 지역 주민 및 학생들을 대상으로 과학문화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 전통을 따르는 측면도 있고요. 무엇보다도 지하 실험실에서 우주의 기원에 대한 연구를 한다는 것 자체가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좋은 소재라 과학대중화에 아주 효과적이라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예미랩에서 진행된 과학문화 활동을 통해 물리학에 뜻을 품었던 고등학생이 올해 물리학과에 진학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영화 「모든 점」 스틸컷. 영화에 등장한 소중호 책임기술원의 뒷모습. ⓒ시네마 달

 

Q. 촬영 과정에서 애로사항은 없으셨나요?

이소정: 촬영은 2023년 12월 7일 하루 진행됐습니다. 촬영 장소 자체가 평소 접근할 일이 없는 지하 1,000미터에 위치한 실험실이다 보니 낯설었고, 무엇에 대비해야 할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한번 실험실로 내려가고 나면 다시 지상으로 올라오기 어렵기 때문에 촬영 장비 등 준비를 철저히 하여 내려가야 했습니다. 그렇지만 어렵거나 힘들기보다는 설레고 기대되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실제 촬영 때는 소중호 책임기술원이 무척 친절하게 안내해 주셨기에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찾아간 지하 실험실은 시각적으로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은 경험과 공상과학적인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이었습니다. 만약 더 오랜 시간 충분히 머물며 이미지를 담을 수 있었다면, 다양한 구성과 연출을 시도해 볼 수 있었을 것 같아 그 점이 아쉽다면 아쉽습니다.

 

Q. 기사나 방송, 뉴미디어 콘텐츠로는 예미랩이 많이 등장했었는데 영화로는 처음입니다. 소회가 어떠신지요?

소중호: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영화는 직접적이고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는 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학창 시절에 1997년 개봉했던 영화 「콘택트」를 보고 과학자를 꿈꿨던 것 같아요. 영화에서 주인공인 엘리 애로웨이(조디 포스터 분)가 미국 뉴멕시코의 전파망원경(VLA) 앞에서 헤드셋을 끼고 있는 장면이 가장 명장면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영화를 본 이후 외계의 지적 생명을 탐사하는 SETI 프로젝트에 제 개인 컴퓨터 활용을 위한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작게나마 기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로부터 약 27년이 지나서 제가 연구하는 곳인 ‘예미랩’이 순수 예술의 영역인 독립영화의 배경이 되고, 국제영화제에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인생의 숙제 하나를 마친 것 같은 만족감이 있었습니다.

영화 「모든 점」 스틸컷. 지하실험 연구단의 실험 장비. ⓒ시네마 달

 

Q. 과학자와 협업하신 경험은 어떠셨는지요?

이소정: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전파천문학, 지질학, 입자물리학 등 다양한 과학 분야 전문가들과 협업했습니다. 각 분야 전문적인 내용까지 제가 깊이 알지는 못해도 하나의 구체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하고,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조금씩 해답에 가까워진다는 점에서 예술가와 과학자가 비슷한 태도와 방법론을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주와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을 서로 다른 방법과 언어로 해답을 찾아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학자분들의 열정을 가까이서 보고, 들을 수 있던 것은 경이로운 경험이었습니다.

 

Q. 끝으로, 영화를 통해 예미랩을 접할 대중들이 어떤 메시지를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소중호 :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시면 좋겠습니다. 영화 「모든 점」을 통해 하나의 현상을 다양한 방향에서 보고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시길 바랍니다.

권예슬 리포터
저작권자 2024-10-3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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