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창의재단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7일부터 이틀간 서울대 시흥캠퍼스 컨벤션센터에서 ‘2024년 청소년 과학페어(이하 과학페어)’를 개최했다. 과학페어는 미래 꿈나무인 청소년들의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높이기 위해 전국 청소년들이 모여 과학을 탐구하는 경연 대회다. 과학페어 대회 종목 중 하나인 ‘청소년 과학탐구 발표대회(이하 발표대회)’는 청소년들이 과학탐구 동아리 등 협업을 통해 도출한 과학적 실험이나 탐구 성과를 발표하는 경연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예선 심사에서 선발된 170여 명의 초·중·고교생이 46개의 팀을 이뤄 경연을 펼쳤다. 발표대회에서 중학부 대상을 수상한 경기도 성남 백현중 1학년 ‘Discovery Debate’ 팀의 이원형, 심현수, 박서준 학생을 서면으로 만났다.
Q. ‘Discovery Debate’ 팀의 과학탐구,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이원형: 저희가 재학 중인 성남 백현중 옆으로는 탄천이 흐르고 있습니다. 등하교 때 이 탄천을 가로지르려면 돌다리를 건너야 합니다. 매일 지나가던 이 다리를 자세히 관찰해보니 돌다리 상류와 하류의 물 흐름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돌다리 상류는 유속이 느리지만, 하류는 유속이 빨랐고 또 돌들과 나무 기둥들이 설치되어 있었죠. 이유를 알고자 여러 문헌을 찾아보고 전문가들께도 여쭤봤어요. 그 결과 돌다리의 이러한 구조가 수질을 깨끗하게 하기 위한 구조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희 팀의 연구는 이렇게 등하굣길에 관찰한 세상에서 시작되었어요. 탄천의 오염 상태를 확인해보고, 자정작용을 통해 산소의 양을 더욱 증가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기로 했죠. 더 나아가 하천의 수질 개선 장치를 만들어내고자 과학탐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주제 선정 후 실험을 어떻게 설계했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심현수 : 돌다리에서 모티브를 얻었던 것처럼 다양한 조건의 수로를 제작해서 수질 개선 효과를 비교하는 실험을 설계했습니다. 일자, 좁아지는 모양, 삼각기둥 모양 등 다양한 수로를 제작해 실험을 진행했죠. 물의 깊이에 따라서도 수질 개선 효과가 다르다는 점에 착안해 수로의 깊이를 조정하는 등 다양한 조건에서 수질 개선 효과를 탐구했습니다. 하지만 자연을 실험실 내에서 똑같이 구현해 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실제 하천은 용존 산소량(DO,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의 양)과 생물학적 산소 요구량(BOD, 미생물이 일정 기간 동안 물속에 있는 유기물을 분해할 때 사용하는 산소의 양)에 의해 오염도가 결정되는데요. 자연과 동일한 조건으로 평가하긴 어려워서 생물에 영향을 주는 산성도(pH), DO, 세균 배양으로 범위를 제한했습니다.
또, 수로 실험 시 최대한 자연과 동일한 조건 하에서 차이점을 찾아내기 위해 미니 양수기를 이용해 지속적으로 물이 흐르게 만들기도 했어요. 시행과 착오를 거쳐 우리가 기대했던 실험 결과를 도출했을 때의 성취감을 잊지 못합니다.
Q. 설계한 대로 실험 결과가 잘 나왔나요?
박서준 : 수로의 모양, 물 깊이, 물이 흐르는 방향 등 3가지로 변인을 나눠 세균 배양 실험을 진행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변인 통제가 잘 이뤄지지 않아서 여러 번의 실험과 연구를 반복했습니다. 그 결과, 수로의 기둥 모양이 좁아질 때 그리고 물의 깊이가 얕고 흐르는 방향이 곡선일 때 유입되는 산소의 양이 극대화된다는 연구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우드락으로 만든 수로였지만, 실제 탄천에 유속의 흐름을 빠르게 하는 구조물을 설치한다면 산소량을 증가시켜 미생물이 증식되고, 수질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화학약품이 아닌 구조물이라는 물리적 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환경이나 경제적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죠.
Q. 대회 준비과정이나 발표대회 중 잊지 못할 순간을 꼽는다면?
이원형 : 더운 여름날 팀원들과 함께 탄천에 가서 물을 채취하여 연구했던 모든 순간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연구 주제를 탐구하고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면서 항상 즐거웠던 과학 탐구 동아리 시간이었습니다. 장기간 프로젝트는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긴 만큼, 팀원들과의 팀워크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프로젝트 과정 동안 늘 즐겁고 행복하게 준비해서였는지 대상으로 호명되는 순간, 그간의 모든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어요. 좋은 팀원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고마웠습니다.
Q. 한편으로는 아쉬웠던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요.
심현수 : 저희 팀의 경우 과학적 가설을 먼저 세우고 풀어나간 탐구가 아니었고, 매일 건너는 하천의 돌다리를 보고 실험 주제를 잡은 것이기 때문에 적합한 과학적 원리를 찾는 과정이 조금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근데, 어려웠던 만큼 궁금증을 해소해 줄 과학적 원리를 발견했을 때 성취감과 재미도 더 컸습니다. 과학적 지식이 조금 더 해박했더라면 하는 저 자신에 대한 아쉬움은 조금 있습니다.
발표 중에는 심사위원들의 날카로운 질문도 꽤 있었어요. 몇 가지 질문에는 답변이 미흡했는데, 그런 부분들이 두고두고 아쉽습니다. 발표대회가 중학교 입학 후 치르는 첫 내신 시험 바로 전주에 열려서 마음이 조급했던 것도 있고요. 대단한 답변은 아니더라도 모든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변을 하려고 노력한 점을 좋게 봐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Q. 내년 과학페어에 도전할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박서준 : “나도 처음에는 학교 공부와 학원 때문에 시간도 부족하고, 장기 프로젝트라는 부담도 있겠지만 다 끝내고 난 지금 시점에는 시간을 쪼개서 틈틈이 연구하면서 새로운 실험 결과가 도출될 때마다 신기하고 새로운 결과에 흥미가 증폭되었어.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궁금한 과학적 원리나 문득 호기심이 생기는 것이 있을 거야. 그것을 탐구해 보라고 조언하고 싶고, 내년에 열리는 과학페어에서 만나길 바랄게.”
Q. ‘2024 청소년 과학페어’ 참여 경험이 향후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는지?
이원형 : 초등학교 시절 2년간 특허청 발명 기자로 활동하면서 발명·체험·성장 3가지 요소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었어요. 그 덕분에 용기를 얻어 과학페어라는 큰 무대에 직접 서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2024 청소년 과학페어’의 경험은 자신감은 한층 더 높여주었어요. 어떤 긴장된 상황에서도 대회 순간을 생각하며 견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여러 다양한 과학적 주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적극적인 자세, 늘 노력하는 마음가짐을 갖게 된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심현수 : 축구만을 사랑하던 제게 수술 후 가장 재밌는 과목은 과학이었습니다. 과학페어 이후 과학은 그저 재밌는 과목이 아닌 탐구하고 싶은,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게 하는 학문이 되었습니다. 대회를 통해 친구들과의 협업으로 더 성장했고, 시간을 들인 노력과 끈기가 주는 힘을 배웠으며, 수상 후 과학에 기여하는 미래의 제 모습을 구체적으로 꿈꾸게 되었습니다.
박서준 : 대회 준비 과정에서 과학이라는 학문에 매력을 느끼게 됐습니다. 우리 주변의 현상을 이해하고 설명하게 되면서 자신감도 얻었습니다. 그리고 발표대회라는 큰 경험을 통해 물리 외에 화학, 생명과학, 지구환경과학 분야에도 호기심을 갖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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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4-09-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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