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창의성’은 분명 창의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세상에 없던 생각이 아니더라도 아이디어의 시작점은 있을 터. 성균관대학교 이정모 명예교수는 ‘몸 활동’이라고 답을 했다. 그에 대해 “우리는 사람, 인공물, 문화 등과 같은 환경과 몸을 부딪쳐 가며 상호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물론 이때의 몸 활동은 말이나 글, 혹은 영상 활동도 포함된다.
사실 창의적 재구성은 상호작용에서 얻어지는 어떤 단서에 자극되어 촉발된다. 그래서 관련이 없어 보인 것, 연결이 멀어 보이던 것이 새 틀에서 새로운 의미를 지닌 개념적 구조로 탄생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창의성의 기본, 몸 활동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예술적 창의성 활동 과정은 다분히 몸 활동 과정에서 비롯된다. 음악이나 미술 등 일반적 예술적 활동은 어쨌든 몸 활동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몸 활동을 통해서 환경 내의 다른 사람이나 작품, 다른 자극과 상호작용하며 창의적 재구성의 단서를 얻는다. 창의적 예술적 개념 구조나 생각 틀의 재구성도 이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럼 과학적 창의성도 ‘We-창의성’으로 설명이 가능할까. 과거에는 예술과 과학의 두 개 영역의 창의성이 서로 다를 것이라는 편견이 지배적이었다. 아무래도 예술적 창의성은 감성적이고 과학적 창의성은 논리적이기 때문이라는 기존의 고정관념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인지과학, 심리학, 뇌과학적 연구의 최근 경향은 예술 창의성과 과학적 창의성이 유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비록 두 분야가 그 활동 영역이 다르지만 창의적 재구성의 인지과정은 예술이나 과학이나 같은 원리에 의해 일어난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창의성이 가동되기 이전의 예술적 경험과 활동, 과학적 경험과 활동이 각기 다를 뿐 발현되는 프로세스는 같은 것으로 여기는 시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과거의 인물들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코페르니쿠스와 파스퇴르, 오일러, 아인슈타인 등은 과학자이자 예술가들이었다. 심지어 낭만주의 작가 괴테는 생물학자이기도 했다. 그는 ‘형태학’의 개념을 도입했다. ‘자연의 나선 형태’라는 그림에서는 잎에서 꽃으로 변하는 돌연변이를 보여주고 있다.
‘카오스 현상’의 기본인 프렉탈을 연구하기 15년 전,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화가인 잭슨 폴락에 의해 프렉탈이 완성됐다. 그는 그림을 그릴 때 붓 대신 물감통을 들고 뛰어다니면서 물감을 부어댔는데, 이렇게 무작위로 뿌리며 그린 그림에서 ‘프렉탈’ 구조가 명확히 발견됐다. 과학과 예술적 창의성이 별개였다면 이런 호모컨버전스 현상이 나타날 수 없다.
이 교수는 “어떤 분야에서건 새로운 연결이나 그를 넘어선 다른 창의적 생각의 창출은 개인과 그가 속한 집단의 여러 사람들이 공유하는 생각 틀에서 단서가 나오기 때문에 창의적 인지과정은 예술 영역이나 과학영역이나 유사하다”면서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몸으로 상호작용 하면서, 직접적으로 문화적 내용과 상호작용하면서 얻어지는 것이므로 예술가나 과학자 모두 그들의 환경을 이루고 있는 집단의 문화나 생각과의 밀접한 상호작용을 떠나서는 창의적 산물을 내어 놓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오픈 마인드 라이프, 창의성 향상 방법
여기서 궁금증 하나가 생긴다. 누구나 하는 것이 몸 활동이고 누구나 주변과 상호작용을 한다. 그렇다면 창의성은 훈련에 의해 키워질 수 있는 것일까.
이정모 교수는 “삶의 여러 장면들을 능동적으로 찾아 경험하고, 항상 여러 사람과 함께 서로 주고받으며 몸을 부딪혀가며 사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런 상황 속에서 모든 것을, 즉 아이디어 자체나 문제를 해결하는 심리적, 인지적 과정 자체를 여러 사람에게 공개하여 나누는 오픈 마인드 라이프를 지향하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여럿에게 나누어주며 상호작용하는 것은,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더 좋은, 더 높은 수준의 창의적 산물을 내놓게 하는 단초가 되는 길”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결국 창의성은 교육으로 얼마든지 가능한 셈이다. 창의성의 본질이 사회문화적으로 협동하여 이루어지는 작업이어서 그렇다. 오히려 ‘He-창의성’이나 ‘I-창의성’ 교육보다 수월할 수도 있다. 타고난 개인적 능력이라면 교육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창의성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창의성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수행한 학자들이 먼저 그들 스스로 창의성 전문가가 돼야 한다”면서 “그러고 난 다음 창의성 육성교육 정책이 탄탄한 과학적 연구 자료에 근거하여 입안되고, 이에 따른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한다면 충분히 창의적 인재를 많이 키워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 김연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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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3-08-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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