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이 정부나 공공기관의 도움을 받아 연구한 내용들이 공유되지 않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
그 이유 중 하나가 폐쇄적인 정보 유통이다.
과학자들이 연구결과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평판이 높은 저널에 발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명성있는 과학저널은 대부분 유료화된 구독자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그런데 최근 이 유료화의 벽을 깨기 위해 유럽 과학계가 노력하고 있다. 유럽 11개국가들이 바로 이 유료화와 구독자 시스템이라는 장막을 거두기로 한 것이다.
유럽 11개국은 ‘코알리션 S’(cOAlition S) 조약을 맺고 2020년 1월 1일부터 공공자금 지원을 받는 모든 과학적 연구결과를 ‘자유롭게, 즉시, 완전히’ 공개(OA open access)하기로 결정했다.
이 조약에 참여한 유럽 국가는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폴란드, 슬로베니아, 스웨덴이다.
사이언스 얼러트(ScienceAlert) 등 관련 언론에 따르면 이는 유럽이 10여년 전 부터 생각해 왔던 꿈을 현실화 시키는 조치다.
과학적 성과물을 구독해서 보는 방식은 과학역사의 어느 시점에 불가피하게 나타난 현상이다.
연구 논문 결과를 출판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타이프를 쳐야 하고, 레이아웃 디자인을 꾸며야 하며, 인쇄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이를 책으로 만들어서 전세계에 배포하는 과정에서 자연히 비용이 들어갔기 때문에 결국 유료화나 구독시스템이 나왔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변했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됐기 때문에 더 이상 구독자 시스템에 바탕을 둔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해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새 계획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주장하고 있다.
EU 연구과학 및 혁신위원장인 카를로스 뫼다스(Carlos Moedas)는 성명서에서 “공공자금 지원을 받는 연구의 과학적 간행물에 무료로 접근하는 것은 시민의 도덕적 의무”라고 말했다.
유럽은 개방과학의 선두에 올라설 것
그는 이번 계획이 최근 과학계에서 일어난 가장 중요한 정치적인 조치로서, 유럽을 개방과학의 세계적인 선두에 올려 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계획의 큰 틀을 짠 사이언스 유럽(Science Europe의 마크 실츠(Marc Schiltz)는 “이번 조치가 결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의 가장 큰 목표는 연구자들이 다른 연구자가 한 연구결과나 아이디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특히 공공자금 지원을 받는 연구는 납세자들이 낸 비용에서 나온 열매이기 때문에 공유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 취지다.
다만 이 계획을 실제로 실행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규정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현재 존재하는 과학저널의 85%에 연구결과를 발표할 수 없다.
유료화와 무료 공개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저널 역시 마찬가지다.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를 발간하는 미국과학진흥회(AAAS) 대변인은 “이 계획은 학문적 소통수단을 뒤집는 것이며, 학문 자유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조치가 전통적으로 신뢰를 받아온 높은 수준의 피어리뷰(전문가심사)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이에 기존의 유료저널을 타도의 대상으로 삼지 말고 변화에 동참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등 많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과학소통 방해, 피어리뷰 무력화 우려도 있어
이 문제가 어떻게 정리가 될 것인지, 그리고 2020년 1월까지 정말 새로운 공개 플랫폼이 설치될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과학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번 연구성과 공개 조치가 과학계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심재율 객원기자
- kosinova@hanmail.net
- 저작권자 2018-09-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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