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을 울리는 음악’이라는 표현이 있다. 댄스음악의 강렬한 비트가 심장 박동 속도를 높였을 때도, 애절한 발라드 노래가 심장을 절절하게 아프게 할 때도 쓰인다. 상당히 다른 음악임에도 같은 표현이 통용된다. 일본 연구진이 심장을 때리는 음악이 무엇인지에 대한 과학적 정의를 내렸다.
음악이 신체를 흔드는 법
음악은 문화와 세대를 넘어 역사 전반에 걸쳐 인류와 함께했다. 때로는 흥분시키고, 때로는 차분하게 만들며 음악에는 사람의 감정에 호소하는 힘이 있다. 음악의 호소력은 상업적으로도 이용된다. 헬스장에서는 심장 박동 수보다 빠른 박자의 음악을 틀어 운동 효과 극대화를 노린다. 술집에서 빠른 음악을 틀면 사람들이 맥주를 더 빨리 먹어 매출이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박자나 화음이 일정하지 않은 음악은 청중에게 더 많은 자극을 준다는 연구도 있다. 일정하지 않은 자극이 뇌 활동을 증가시켜 사람을 신나게 만들기 때문이다. 공연을 펼치는 DJ는 이런 원리를 이용해 음악을 잠시 멈추는 ‘브레이크’ 등 기술을 구사해 청중의 호응을 유발한다. 이처럼 음악은 청각이라는 감각을 넘어 신체와 감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어떤 음악이 구체적으로 어느 신체 부위를 자극하고, 어떤 감정을 유발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음악이 자극하는 부위, 지도로 그렸다
감정이 어떤 신체 부위의 감각과 연결되는지에 대한 연구는 있었다. 가령, 두려움·분노·슬픔·불안과 같은 부정적 감각은 신체 상체의 감각을 자극하고, 행복·사랑과 같은 긍정적 감정은 더 넓은 부위를 활성화하는 식이다. 감정이 신체 내에서 공간적으로 구체화되어 나타난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음악이 유발하는 감정이 신체에서 어떻게 공간적으로 나타나는지 파악하기 위한 간단한 실험을 설계했다. 우선, 연구진은 빌보드차트에 올라온 890개의 곡을 분석하여 화음을 추출했다. 이후 이들 화음을 조합해 4개의 코드로 진행되는 8가지 유형의 짧은 곡을 만들었다. 527명의 참가자에게 이 곡들을 들려준 뒤, 10초 안에 음악을 들은 후 자극을 느낀 신체 부위, 각 곡이 불러일으킨 감정 등을 대답하도록 했다.
참가자들의 응답을 종합하여 연구진은 심장을 울리는 음악의 화음 구성을 정의 내렸다. 1~3번째 화음은 낮은 놀라움·낮은 불확실성을 가지다가 마지막 4번째 화음은 높은 놀라움·낮은 놀라움을 가지도록 구성된 시퀀스의 음악에서 참가자들은 심장에서 가장 강한 감각을 느꼈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이 현상을 ‘예측 처리 원칙’으로 설명했다. 우리의 뇌는 이전의 경험을 기반으로 앞으로 이어질 감각적 경험을 지속적으로 예측하는 데, 예측한 감각과 실제 입력된 감각이 일치하지 않으면 예측 오류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즉, 지금껏 익숙하게 들어온 음악을 바탕으로 화음 진행을 무의식적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예상과 벗어난 화음이 나와 심장 박동이 갑작스럽게 변하고, 놀라움과 관련된 감정이 급증한다는 의미다.
반면, 4개의 화음이 모두 낮은 놀라움·낮은 불확실성으로 진행되는 시퀀스에서는 참가자들은 복부에 강한 감각을 느꼈다. 진행을 예측하기 쉬운 이 곡으로부터 참가자들은 안정감, 안도감, 만족감, 향수 및 공감을 느꼈다고 기록했다.
타츠야 다이코쿠 일본 도쿄대 부교수는 “익숙하고, 진행을 예측하기 쉬운 음악은 안정감과 만족감을 주고, 예측하기 어려운 놀라운 음악은 심장을 울린다”며 “음악의 불확실성, 예측 오류 및 시간적 역학이 신체 감각과 감정을 유발하는 복잡한 상호작용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실험 참가자들의 주관적 감각과 감정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연구진은 후속 연구를 통해 심장 박동 변화 등 정량적 생리 반응이 ‘음악 신체 감각 지도’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다이코쿠 교수는 “음악은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전신으로 느끼는 감각이다”라며 “이번 연구 결과가 향후 스트레스 해소 및 정신 건강 향상을 위한 음악을 구성하는 등 치료 등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4월 4일 국제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게재됐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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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4-05-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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