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몇 번이나 ‘화(火)’를 냈을까.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화, 분노가 일상적으로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거나, 해소하지 못하고 쌓아두면 개인의 건강은 물론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이른바 ‘화를 올바르게 내는 방법’은 스트레스로 인한 화(火)가 많은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화두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분노를 낮추는 데는 심호흡, 명상, 마음 챙김, 타임아웃 등이 분노를 터트리는 것보다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임상 심리학 분야 국제 학술지 ‘Clinical Psychology Review’에 게재됐다.

터트려야 시원하십니까?
수년 전, 돈을 내고 물건을 마음껏 때려 부수는 ‘스트레스 해소방’이 등장해 관심을 끌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사라지고 없지만, 미국,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에서는 여전히 분노방(Anger room, Rage room)이라는 이름의 서비스업이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러한 서비스의 콘셉트는 억압된 감정의 응어리를 언어나 행동을 통하여 외부에 표현함으로써 안정을 찾는 카타르시스 이론에 근거를 둔다. 즉, 화가 날 때는 화를 표출해야 풀어진다는 통념을 서비스에 적용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심리학·커뮤니케이션학 연구진은 ‘카타르시스 이론’의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브래드 부시먼(Brad Bushman) 오하이오대학 교수는 “분노를 터뜨리는 것은 그 감정을 해소하는 데 효과적일 것처럼 들리겠지만, 화가 나면 화를 터뜨려야 한다는 통념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구팀이 만 명 이상의 참가자가 참여한 154개 연구를 재분석한 결과 분노를 줄이는 데는 생리적 각성을 낮추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분노, 참지 말고 호흡하세요
연구팀은 뇌의 각성 여부가 정서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두고 이 연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연구 방법은 인지행동치료를 수행한 1만 189명 대상자를 뇌의 각성 여부에 따라 분류하고, STAXI-K(상태-특성 분노 표현 척도) 수치를 비교 분석하는 방법으로 이 연구를 진행했다.
우선 연구팀은 기존 연구 케이스의 대상자를 각성을 증가시키는 활동과 각성을 감소시키는 활동을 한 그룹으로 분류했다. 전자에 속한 대상자들은 샌드백 치기, 조깅, 수영, 사이클 등을 수행했고, 후자에 속한 대상자들은 심호흡, 마음 챙김, 명상, 요가를 수행했다. 그리고 이들에 대하여 분노 표현 척도인 STAXI-K를 활용해 분노 억제, 분노 표출, 분노 통제 점수를 부여했다. 그 결과 각성을 감소시키는 활동이 개인의 분노 수준을 낮추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심호흡, 명상, 요가 등을 통한 점진적 근육 이완은 신체 근육의 이완을 유도하고, 중추 및 자율신경계의 이완 상태로 이어진다. 결국 마음이 평온해지고 분노와 같은 부정적 감정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특히 각성을 낮추는 요소만 적용한 경우에 비해 인지 요소와 각성 감소 요소를 모두 적용했을 때 분노 관리에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명상은 감정을 조절할 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연민과 공감을 증가시키고, 마음 챙김은 심박수·호흡수·혈압 등 분노의 생리학적 지표를 낮추는 데에 효과가 드러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각성 감소 활동을 하면 분노, 공격성, 적대감 등이 유의미하게 낮아지고, 각성 감소 후에 참가자가 자극을 받은 경우에도 전반적으로 그 추이에 큰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화났을 때 조깅은 분노를 더 부추겨
반면에 각성을 증가시키는 활동은 오히려 분노를 증폭시키거나, 분노 조절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분노를 표출함으로써 얻는 일시적 해소의 감정은 결국 공격성을 강화시켰다. 부시먼 교수는 “각성을 높이는 특정 신체활동은 심장에 좋을 수는 있지만, 분노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은 확실히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분노는 인간의 두뇌가 위협을 감지하면서부터 시작된다. 두뇌의 편도체가 외부 자극을 즉각 감지하고, 위협을 인지하면 자율신경계의 기능을 조절하는 시상하부로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생성되어 심장이 빠르게 뛰고 폐가 확장되는 신체 반응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분노의 매커니즘에서 각성을 증가시키는 활동은 촉매가 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지적이다.
실제 연구결과에 따르면 다양한 신체활동 중 조깅과 계단 오르기가 분노를 유의미하게 증가시켰으며, 특히 조깅은 분노를 가장 많이 상승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조깅의 단조롭고 반복적인 동작이 좌절감을 유발하거나 분노를 되새김할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축구·배구와 같은 구기 스포츠와 체육수업, 복합 유산소 운동은 분노를 현저히 감소시켰다. 연구팀은 이러한 유형의 활동이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놀이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활동의 유형과 분노 사이의 관계를 뒷받침하는 매커니즘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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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4-05-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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