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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충전식 콘크리트 배터리 교량 균열 감시 센서의 에너지원 등으로 활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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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파도에도 끄떡없고 세월이 지나면 더욱 단단해진다네.”

로마의 정치가이자 박물학자였던 대(大)플리니우스가 저술한 ‘자연사’ 중 한 구절이다. 백과사전의 원조라 불리는 ‘박물지’의 저자로도 유명한 그가 세월이 지나면 더 단단해진다고 칭송한 것의 정체는 바로 로마의 콘크리트다.

그의 말대로 로마시대 때 부두와 방파제, 항구 등에 지은 콘크리트 건축물은 1500년 이상 지난 오늘날까지 멀쩡하게 남아 있다. 현대식 콘크리트와 달리 로마 콘크리트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 단단해지기 때문이다.

거대한 배터리처럼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시멘트 기반 충전식 배터리에 대한 개념이 발표됐다. ©Yen Strandqvist(Chalmers University of Technology)

로마인들은 콘크리트를 만들 때 생석회와 화산암, 그리고 화산재를 사용했다. 석회 성분과 시멘트에 포함된 화산재 성분이 바닷물과 만나면 발열 현상이 일어나 토버모리트(tobermorite)와 필립사이트(Phillipsite) 같은 희귀 광물 성분을 새롭게 생성한다.

즉, 콘크리트에 바닷물이 스며들면 화산 결정 등의 물질은 용해되고 그 자리에 알루미늄 성분이 포함된 단단한 물질이 결정을 맺어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강력해지는 것이다.

이에 비해 포틀랜드 시멘트를 주성분으로 하는 현대식 콘크리트는 한 번 굳고 나면 그 성분이나 화학적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 때문에 세월이 갈수록 어떤 물질에든 반응함으로써 콘크리트는 상하게 된다.

기존 상식 벗어난 새로운 개념의 콘크리트

그저 부식되고 스러지는 과정으로만 여겼던 물질과의 반응에서 오히려 더 단단하게 해주는 물질을 만들어낸 로마인들은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콘크리트를 바라본 셈이다.

그런데 이처럼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콘크리트가 최근 스웨덴 찰머스공과대학 건축토목공학과의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거대한 배터리처럼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시멘트 기반 충전식 배터리가 바로 그것이다.

이 콘크리트는 전도성과 휨강도(flexural toughness)를 높이기 위해 소량의 짧은 탄소섬유를 첨가한 시멘트 기반의 혼합물을 포함하고 있다. 그 혼합물 안에는 금속으로 코팅된 탄소섬유 그물망(양극용 철과 음극용 니켈)이 들어 있다.

이번 연구의 저자 중 한 명인 엠마 장(Emma Zhang) 박사는 “우리는 전극을 생산하는 새로운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기존 상식에서 벗어나야 했다”라며 “재충전이 가능한 이 특별한 아이디어는 이전에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스웨덴 찰머스공과대학 건축토목공학과의 연구진이 개발한 콘크리트 배터리의 프로토타입. ©Chalmers University of Technology

연구진은 자신들이 개발한 시멘트 기반 배터리의 프로토타입이 6번의 충전 및 방전 주기 동안 1㎡당 7와트(또는 1ℓ당 0.8와트)의 평균 에너지 밀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에너지 밀도는 배터리의 용량을 나타내는데 사용된다.

상업용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는 낮지만, 건물에서 사용할 경우 배터리를 건설할 수 있는 용량이 매우 크다는 장점을 지닌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콘크리트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에너지 위기에 대한 대안적 해결책 제시

연구진은 이 개념을 발전시켜 상용화할 경우 건축물 외부의 LED에 대한 전원 공급, 외딴 지역에서의 4G 연결 제공, 콘크리트 인프라 부식에 대한 모니터링 등등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면 태양전지 패널과 결합해 전기를 공급하면 콘크리트 배터리가 고속도로나 교량의 균열이나 부식을 감시하는 센서 시스템의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 스웨덴 에너지청에서 자금을 지원받은 이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빌딩(Buildings)’ 최신호에 발표됐다.

이런 식으로 구조물과 건물을 이용하는 개념은 에너지 위기에 대한 대안적 해결책을 제시하고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혁신적일 수 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찰머스공과대학의 루핑 탕(Luping Tang) 교수는 “향후 이 기술은 기능성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다층 건축물의 전 구간에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미래의 건축 자재가 재생 에너지원과 같은 추가적인 기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기술을 상용화시키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콘크리트 인프라는 보통 50~100년 동안 지속되도록 건설되므로 배터리 역시 이와 일치되도록 사용 수명 연장이 필요하고, 사용 수명이 끝나면 교환과 재활용을 더 쉽게 할 수 있는 정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저작권자 2021-05-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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