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도에서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증가하고 있는데 비해 관광객이 감소로 인해 전력수요가 저하됨에 따라 출력 제어만으로 초과발전량을 해소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교류전력의 특성상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지면 대규모 정전사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전력 계통 유연성(Power system flexibility) 확보가 중요하다. 전력 계통 유연성은 비용 효과적으로 전력 수급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발전과 부하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현재 재생에너지 수용성이 한계에 다다른 제주도는 풍력발전을 대상으로 출력 제어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전력 계통 유연성 확보가 힘든 상황이다. 이 같은 문제가 재생에너지 확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는 비단 제주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우리나라 전역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전환 기술 개발과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에너지 전환 기술 개발과 제도적 보완 시급
이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지난 16일 ‘제주 사례로 본 재생에너지 확대 이슈와 해법’을 주제로 에너지전환 테크포럼을 열고, 전문가들과 함께 재생에너지의 단순 보급 확산을 넘어 에너지전환 관점에서 어떤 제도적 장치와 기술적 해결이 필요한가를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보급을 가속화해 2025년까지 태양광·풍력 설비를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수준으로 대폭 확대하여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2025년 42.7GW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급증으로 접속 지연이 일어나거나 전력 수급 균형 유지를 위해 원전과 풍력 등의 출력 감발(발전량을 줄이는)을 시행하는 경우가 늘어날 우려가 크다. 지난 5월 3일 연휴와 코로나 영향, 태양광 일사량 증가 등으로 전력수요가 급감하여 원전 출력을 처음으로 감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조성수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 융복합프로젝트연구소 신재생연계연구팀 팀장은 “출력 변동성 재생에너지원을 풍력, 태양광과 같은 자연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라며 “태양광의 경우 정오의 수요 급감과 일몰의 수요 급증에 대비한 발전력 감발과 순시 예비력, 유연성 자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전력변환장치(인버터)로 계통 연계하는 재생에너지 증가로 전력계통의 관성에너지가 감소하게 되어 주파수 변화율이 증가하는 것도 문제다. 조성수 팀장은 “작년 8월에 영국에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한 것도 전력계통 고장으로 순간 전압 강하, 발전소 탈락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라며 “배전선로의 전압이 적정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전압 품질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시간 재생에너지 통합 감시제어 시스템 필요
뿐만 아니라 신재생 수용 용량(DER Hosting Capacity) 향상도 필요하다. 신재생 수용 용량은 현재의 전력계통 운영방식에 추가적인 설비의 보강 없이 전력계통의 전기품질과 신뢰도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고 연계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용량을 뜻한다.
이를 위해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재생에너지 통합관제시스템을 구축, 재생에너지를 일단 접속시키고 계통 과부하나 과전압 발생 시 출력 제어로 계통 제약을 해소하는 유연 접속(Flexible Interconnection)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조성수 팀장은 “재생발전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단위 신재생 출력량을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고, 계통 용량 급증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수용 한계 평가와 출력 제어 기술이 필요하다. 발전량 감시와 예측, 인프라 문제를 해결하려면 모니터링 단말기와 연계 장치 개발 기술이 필요하다”며 “이 같은 기술 개발을 통해 전력계통 유연성을 확보를 위한 ‘실시간 재생에너지 통합 감시제어 시스템’을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 사례로 본 재생에너지 확대 이슈와 해법
또 2012년부터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에너지 기반 탄소 저감 프로젝트인 ‘카본프리 아일랜드’를 추진해온 제주도는 전체 발전 가능량 중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14.4%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체 전력수요 중 신재생에너지 활용이 32%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최근 5년간 발전출력제약이 125회나 발생할 정도로 전력계통 불안정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노희섭 제주특별자치도 미래전략국장은 “태양광의 가파른 증가로 주간 시간대 발전량이 급증한 것에 비해 제주도가 관광도시라 주간에는 전력 사용량이 적고 저녁에 늘어나기 때문에 전력 수급의 불균형으로 인해 발전출력제약이 자주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년간 제주도는 재생에너지 발전출력제약과 계통 유연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노 국장은 “V2G(Vehicle to Grid) 활용기술과 에너지 저장 기술, 에너지 전환 기술, 에너지 제어 기술 등 기술 개발을 통해 수급과 공급원 인프라 확보, 잉여전력을 이용한 신규 에너지원 개발, 신재생에너지 발전 예측 능력 강화 등으로 재생에너지의 활용도를 높임으로써 계통 유연성도 확보하고 에너지 낭비도 제로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노 국장은 “재생에너지의 단순 확산만으로는 재생에너지 활용에 제약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 제주도의 발전출력제약 문제가 곧 국가 전체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며 “신재생 확충 규모 중 국가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발전출력제약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순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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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7-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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