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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심재율 객원기자
2020-12-04

여름에 보관한 태양에너지를 겨울에 사용한다? 결정물질 발견…분자구조의 데이터 저장도 가능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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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중심이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화석 연료에서 벗어나 재생 에너지로 이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생 에너지를 포착하고 저장하는 새로운 기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랭커스터 대학에서 결정 물질(crystalline material)을 연구하는 연구원들은 결정 물질이 태양에서 오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결정 물질은 상온에서 태양에너지를 수개월 동안 저장할 수 있으며, 필요할 경우 열 형태로 꺼내 사용할 수 있다.

추가 연구가 이뤄지면 이러한 결정 물질이 여름 동안 태양 에너지를 포착했다가, 태양 에너지가 줄어드는 겨울에 사용하기 위해 저장하는 새로운 방법의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전망했다.

겨울철 손난로와 유사한 기능 발휘

랭캐스터 대학의 재료화학 시니어 강사인 존 그리핀(John Griffin) 박사는 “이 재료는 손난로에 열을 공급하기 위해 사용되는 상변화 물질과 약간 비슷한 기능을 한다”고 말했다.

손난로를 충전하기 위해서는 가열해야 하지만, 이 재료의 좋은 점은 태양으로부터 직접 무료 에너지를 포착한다는 것이다. 이동 부품이나 전자 부품도 없어 태양광의 저장과 방출에 따른 손실이 없다.

결정 물질의 하나인 돌소금
결정 물질의 일종인 돌소금 ©위키피디아

이는 거대한 규모의 에너지 저장 시스템인 그리드 시스템에 연결하지 않아도 되고, 발전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 잡아 전원공급을 받기 어려운 지역에 난방을 공급하는 장치로 응용될 수 있다.

또는 주택 및 사무실의 난방 보조 장치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얇은 코팅으로 생산되어 건물 표면에 바르거나, 추운 겨울 아침에 차유리에 달라붙은 얼음을 제거하기 위해 자동차 윈드 스크린에 사용될 수 있다.

차세대 에너지 저장 장치로 부상한 이 결정 물질은 일종의 '금속유기구조체(MOF)' 물질이다. MOF는 3D 구조를 형성하기 위해 탄소 기반 분자에 의해 연결된 금속 이온 네트워크로 구성된다. MOF의 주요 특성은 다공성이기 때문에 구조 내에 다른 작은 분자를 유치함으로써 복합 물질을 형성할 수 있다.

랭커스터 연구팀은 이전에 일본 교토대학 연구팀이 개발한 'DMOF1'로 알려진 MOF 복합체가 에너지를 저장하는데 사용될 수 있는지 연구에 착수했다. 이 물질이 에너지 저장 기능을 가졌는지는 연구되지 않았다.

MOF 모공에는 빛을 강하게 흡수하는 화합물인 아조벤젠(azobenzene) 분자가 가득했다. 아조벤젠 분자는 빛이나 열과 같은 외부 자극이 가해질 때 모양이 변하는 ‘분자 기계’의 일종인 광스위치 역할을 한다.

연구원들이 이 물질을 자외선에 노출시켰더니, 자외선이 MOF 모공 내부에서 아조벤젠 분자의 상을 바꿨다. 마치 구부러진 스프링이 에너지를 저장하는 것과 유사한 방법으로 결정 물질이 에너지를 저장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좁은 MOF 공극이 아조벤젠 분자를 긴장된 형태로 가두는데, 이는 잠재적 에너지를 상온에서 장기간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부에서 열이 들어가서 저장된 열을 '전환'하기 위한 방아쇠로 적용하면 에너지가 다시 방출된다. 그런데 굽었던 스프링이 빠르게 복원하듯이, 에너지 방출은 매우 신속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열이 발생하는 것이다.

추가 실험 결과 이 물질은 적어도 4개월 동안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었다. 이것은 다른 여러 가지의 빛반응 물질들이 저장한 에너지가 몇 시간 또는 며칠 안에 다시 전환되는 것에 비해서 매우 흥미로운 기능이다.

다른 결정 물질도 유사한 기능 가졌을 수도

태양 에너지를 광스위치에 저장하는 개념은 이전부터 연구되어 왔으나, 이전 연구에서는 광스위치가 액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MOF 복합체는 액체 연료가 아닌 고체이기 때문에 화학적으로 안정적이고 쉽게 통제된다. 이를 통해 코팅 또는 독립형 장치로 훨씬 쉽게 개발할 수 있다.

 

돌소금 결정의 구조. 보라색이 나트륨이고 초록색이 염소이다. ©위키피디아

이번 연구로 확인된 개념 증명 결과는 다른 다공성 물질도 좋은 에너지 저장 특성을 가질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높여준다.

연구에 참여한 네이선 할코비치(Nathan Halcovitch) 박사는 “광스위치 자체를 바꾸거나, 다공성 결정 물질의 내부 구조를 최적의 상태로 바꾸면 매우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광스위치 분자를 포함하는 결정 물질의 다른 잠재적 응용은 데이터 저장 장치가 있다. 결정 구조에서 광스위치의 질서정연한 배열은 광스위치가 원칙적으로 정확한 광원을 사용하여 일대일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CD나 DVD와 같은 데이터를 분자 수준에서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확한 약물전달 시스템에 응용될 가능성도 있다. 광스위치를 사용하여 결정 물질 내부에 약물을 저장한 다음 조명 또는 열 트리거를 사용하여 신체 필요에 따라 약물을 방출한다.

다음 단계 연구는 다른 MOF 구조뿐만 아니라 에너지 저장 잠재력이 더 큰 결정 물질의 대체 유형을 찾는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재료화학(Chemistry of Material) 저널에 발표됐다.

심재율 객원기자
kosinova@hanmail.net
저작권자 2020-12-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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