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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이근영 객원기자
2020-06-09

코로나19 여파로 석탄발전 붕괴 가속화 미국 재생에너지, 130년 만에 석탄발전 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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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생에너지가 석탄발전을 추월했다. 석탄발전소들의 퇴출이 줄을 잇고 있다. © 게티이미지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1885년에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썼다. 지금은 허물었지만 미국 시카고에 10층짜리 세계 최초의 초고층 빌딩(마천루)이 들어선 것도 1885년이다. 그해 석탄발전은 처음으로 에너지 생산에서 1위로 등극했다. 이후 130여년만에 미국에서 석탄발전이 재생에너지에 추월당했다.

미국 에너지 정보청(EIA)은 '월례 에너지 보고서(Monthly Energy Review)' 5월 호에서 지난해 연간 에너지 소비 통계에서 석탄발전이 1885년 이래 처음으로 재생에너지에 순위를 내줬다고 보고했다. 석탄발전은 2018년에 비해 약 15%가 감소한 반면 재생에너지는 1%가 증가한 결과이다.

석탄발전은 최근 6년 동안 계속 줄어들어 지난해 1만 1300조 BTU(11.3quads)까지 감소했다. 1964년 이후 4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BTU는 영국식 열량 단위로,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배럴, 제곱피트, 톤, 킬로와트 등 에너지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로 쓰이는 에너지 단위를 BTU로 환산해 비교한다. 반면 재생에너지 소비는 2015년 이래 계속 상승해 1만 1500조 BTU(11.5quads)를 기록했다. 재생에너지 주공급원은 풍력발전과 수력발전이다.

미국 에너지 소비에서 재생에너지가 130여 년 만에 석탄발전을 앞질렀다. © EIA

석탄발전의 붕괴는 10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다. 당시 석탄발전 비중은 미국 전력 생산의 절반을 차지했다. 올해 그 비중은 20% 아래로 떨어지고 향후 10년 동안에는 감소 속도가 훨씬 빨라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석탄발전의 퇴출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공장과 사무실, 각종 시설 등의 가동 중단으로 전기 수요가 급감하고 예비 전력은 더욱 많이 쌓였다. 석탄발전은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원자력보다 비싸 선택 순위에서 최하위로 밀려났다.

미국 석탄발전소들은 노후돼 운용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이 때문에 지난 10년 동안 수백 개의 석탄발전소가 문을 닫았다. 올해에만 전력회사들은 13개의 석탄발전소 가동을 멈춘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위스콘신주 셰보이건 외곽의 에지워터발전소, 노스다코다주의 콜크릭발전소, 뉴멕시코주의 포코너스발전소 등이 포함돼 있다. 포코너스발전소는 미국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주범의 하나로 꼽힌다. 뉴욕주에 남아 있던 마지막 석탄발전소도 올해 초 폐쇄됐다.

미국 에너지정보청 전문가들은 올해 전력 생산이 5%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주로 석탄발전 감소 때문으로, 석탄발전은 25%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반면 재생에너지는 11% 성장이 점쳐지고 있다.

미국 재생에너지의 주요 공급원은 풍력발전과 수력발전이다. © EIA

영국 5월 한 달 석탄발전 없이 지내다

코로나19로 석탄발전이 외면당하기는 영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영국의 전력시스템은 5월 한 달 동안 석탄발전이 생산한 전기를 전혀 쓰지 않았다. 영국의 한전인 '내셔널 그리드'는 “올해 봄철 일조량이 역대 최고여서 태양광 발전을 충분히 가동함으로써 탄소집약도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탄소집약도는 소비된 연료당 배출된 탄소의 양을 말한다.

영국 전력시스템은 4월 이후 54일 동안 석탄발전 없이 운용됐다. 그 결과 전력망의 평균 탄소집약도가 사상 최저인 킬로와트시당 143gCO₂로 기록됐다. 가장 낮았던 날은 일요일인 5월 24일로 46gCO₂/㎾h였다. 이는 한편으로는 맑으면서도 바람이 많이 분 덕에 태양광과 풍력발전이 5월 전력 생산의 28%를 감당했기 때문이다. 30%인 가스 발전에 거의 근접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코로나19 사태로 봉쇄 정책이 펼쳐지면서 전기 수요가 크게 낮아져 최종 예비전력인 석탄발전을 가동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로이스 퀸 내셔널 그리드 관리소장은 “에너지 수요 급감에는 코로나19에 따른 봉쇄와 2주에 걸쳐 두 번의 공휴일이 겹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봄철답지 않게 햇볕이 강했던 것이 주요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영국 기상청(Met Office)은 올해 봄,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29년 이래 가장 일조량이 많았으며, 124년 동안 가장 건조한 5월이었다고 밝혔다. 3월 1일부터 5월 27일까지 해가 떠 있는 시간이 573시간이나 됐다. 이는 1948년 세워진 555.3시간을 넘어선 기록이다.

내셔널 그리드의 에너지관리부문은 올여름에 평소보다 5억 파운드(7639억원) 이상을 더 써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풍력발전 사업자들이나 태양광 발전 사업자들한테 발전기 가동을 중단하는 대신에 지급해야 할 금액이다.

한국의 경우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에너지수급브리프 2020년 5월호’를 보면 지난해 총 에너지소비에서 석탄발전은 지난해에 비해 5.7% 감소하고, 올 들어 1~2월에는 14.7% 급감했다.

이근영 객원기자
kylee386@gmail.com
저작권자 2020-06-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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