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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김현정 리포터
2025-04-24

‘소변’ 버리지 마세요, ‘토마토’에 양보하세요 인분 기반 비료 연구 활발, 도심 건물의 화장실을 지속 가능한 비료 창고로 전환하는 기술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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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로 물과 비료가 동시에 부족한 시대, 해법은 뜻밖에도 우리 몸에서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가 농업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질소 비료의 수요를 끌어올리는 가운데 바르셀로나 환경과학기술연구소(ICTA-UAB)의 과학자들이 건물 내에서 분리수거한 사람의 소변, 즉 ‘yellow water’를 활용해 비료를 만드는 실험에 나섰다. 

특히 이 연구는 도심 건물의 옥상농장에 활용 가능한 소규모 질소 회수 시스템을 검증하면서, 지속 가능한 도시농업의 구체적 모델을 제시한 점이 주목된다. 과연 사람의 배출물로부터 자원을 회수하는 ‘순환’ 전략이 건물 단위에서 얼마나 환경적으로 유리할까? 

소변으로 만든 비료가 도시농업의 해법이 될까 ⒸGettyimagesbank

소변으로 만든 비료가 도시농업의 해법이 될까 ⒸGettyimagesbank


비료 위기와 순환 자원의 필요성 

유엔식량농업기구(이하 FAO)는 향후 수십 년간 세계 질소 비료 수요가 연간 1%씩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FAO의 ‘World Fertilizer Trends and Outlook to 2022’ 보고서에 따르면 질소(N)·인(P)·칼륨(K) 중 두 가지 성분 이상을 포함한 NPK 복합비료 중 질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56%에 달하며 연간 추가 수요는 약 1,074만 톤에 이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질소 비료는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하버-보시(Haber–Bosch) 공정을 통해 생산된다. 이 공정은 전체 비료 생산 중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며 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약 2%, CO₂ 배출량의 1.6%를 차지할 만큼 환경적으로도 부담이 크다. 더욱이 생산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50% 이상은 천연가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가격 변동성과 탄소중립 전환 과제 모두에서 지속가능성과는 거리가 멀다.

이러한 한계 속에서 사람의 ‘소변’은 의외의 대안으로 떠오른다. 

전체 생활하수 중 소변은 1%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 담긴 질소는 전체 하수 질소 함량의 약 80%, 인 50%, 칼륨 70%를 차지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무심코 흘려보내는 소변은 고농도 액체 비료인 셈이다. 

문제는 이를 별도로 분리·처리하지 않으면 대부분이 희석되어 하수처리장에서 제거되거나, 일부는 수계로 방출되어 부영양화를 유발한다는 점이다.

물 부족과 비료 위기와 순환 자원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Gettyimagesbank

물 부족과 비료 위기와 순환 자원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Gettyimagesbank


도시 건물에서 실험한 소변 처리 전략 세 가지

이 연구는 바르셀로나 자치대학의 지속가능환경연구소(ICTA-UAB) 건물을 대상으로 수행됐다. 

해당 건물은 옥상에 통합형 수경 온실(iRTG)을 갖추고 있으며, 화장실에서는 yellow water라 불리는 소변을 별도로 분리수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또한 LEED 친환경 건축 인증을 받은 사례로 도시 내 순환 자원 관리를 실험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장소다.

연구팀은 이 건물을 대상으로 소변을 처리하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각 방식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전 과정 평가 기법을 활용해 정량적으로 비교했다. 분석은 국제 표준인 ISO 14044를 기반으로 수행되었으며, 1㎥의 소변을 기준 단위로 설정하여 각각의 처리 전략이 발생시키는 온실가스 배출, 에너지 소비, 수질 오염 가능성, 생태 독성 등 8개 항목에 걸쳐 종합적인 환경 영향을 계산했다.

첫 번째 시나리오(S1)는 건물 외부에 조성된 식생 기반 인공습지를 이용해 소변을 정화하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은 식물을 매개로 오염 물질을 흡수하고 자정작용을 유도하는 생태 기반 솔루션으로 분류된다. 

두 번째 시나리오(S2)는 건물 내부에 설치된 호기성 생물막 반응기(MBBR)를 이용해 고농도 질소가 포함된 소변을 처리한 뒤 이를 질산염 형태의 액상 비료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이 반응기는 약 2~3주 동안 소변을 산화시키며 동시에 pH 조절을 위한 탄산칼슘이 투입되고, 산소 공급을 위해 에어컴프레서가 작동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시나리오(S3)는 몬카다 하수처리시설(WWTP)에서 일반 하수와 함께 처리하는 전통적 방식으로 별도의 질소 회수 장치는 포함되지 않았다.

각 시나리오는 1㎥의 소변 처리를 기준 단위로 설정되었으며, 원재료 추출부터 운송, 에너지 소비, 오염물 배출까지 전 과정이 분석 대상에 포함됐다. 시나리오 S2의 경우 회수된 질소 비료로 인해 화학비료 생산을 대체함으로써 발생하는 ‘회피 효과’도 고려됐다.

건물 내 소변 처리 및 자원 회수 방식 세 가지의 시스템 구조와 흐름 경로 비교 ⒸResources, Conservation and Recycling

건물 내 소변 처리 및 자원 회수 방식 세 가지의 시스템 구조와 흐름 경로 비교 ⒸResources, Conservation and Recycling


사람의 ‘소변’, 건물 하나로 17.8톤 토마토 비료 확보

도심 건물 내부에서 분리수거된 사람의 소변이 질소 비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실제 환경평가 결과를 통해 확인됐다. 

연구팀은 건물 내 설치된 호기성 반응기를 통해 소변 속 질소를 회수해 비료로 전환하는 시스템을 검증한 결과 일부 환경 지표에서는 기존 하수처리 방식보다 탁월한 성능을 보였다고 밝혔다. 

특히 해양 부영양화와 물 소비 측면에서는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해양 부영양화 항목에서 기존 하수처리 방식(S3)보다 2.8배 낮은 환경 영향을 기록했다. 또한, 물 소비량은 0.558㎥ 감소, 즉 S3에 비해 약 87% 절감되는 성과도 확인됐다.

이 시스템의 실용 가능성은 도심 농업 측면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ICTA-ICP 건물 내 소변기 세 개를 통해 연간 약 9.3kg의 질소를 회수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해당 건물 옥상 수경재배 온실에서 재배되는 토마토 작물의 연간 질소 수요(4.07kg)의 2.3배에 해당한다. 전체 6개의 소변기를 사용할 경우, 이 시스템은 최대 17.8톤의 토마토를 재배할 수 있는 비료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S2 시나리오(호기성 반응기 기반 질소 회수 시스템) 결과. 해양 부영양화와 물 소비 항목에서 환경부담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그 외 대부분의 항목에서는 높은 에너지 소비와 자재 사용으로 인해 전체 환경 영향이 증가 ⒸResources, Conservation and Recycling

S2 시나리오(호기성 반응기 기반 질소 회수 시스템) 결과. 해양 부영양화와 물 소비 항목에서 환경부담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그 외 대부분의 항목에서는 높은 에너지 소비와 자재 사용으로 인해 전체 환경 영향이 증가 ⒸResources, Conservation and Recycling


보완점 존재, 하지만 13년 내 탄소 배출 상쇄 가능 

도심 속 비료 공장이 실제 가동되기까지는 몇 가지 기술적 보완 사항이 존재한다. 

우선 시스템 운영에는 상당한 에너지 소비가 수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스템은 1㎥의 소변을 처리하는 데 128kWh의 전력이 사용됐다. 이는 같은 양의 질소를 생산하기 위한 하버-보시 공정의 에너지 소비량(10~14kWh/kg-N)보다 10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연구 책임자인 베로니카 아르카스-필츠 교수는 “현재 시스템은 실험실 규모에서 구축된 것이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이 낮지만, 향후 상업적 규모로 확장하고 고효율 장비를 도입하면 이러한 환경 부담은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온실가스 배출 항목에서도 환경 부담이 높았다. 

S2 시나리오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59.1 kg CO₂-eq/m³으로 대부분 전력 소비와 질소 산화 반응에서 발생하는 직접 배출이 원인이다. 이 수치는 S1(인공습지) 및 S3(하수처리장) 시나리오보다 높은 수준이며 전체 8개 환경영향 항목 중에서도 특히 두드러진 부담 항목으로 나타났다. 

현재 시스템이 발생시키는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1,478kg CO₂-eq)은 50%의 소변기만 가동 시 약 29.4년의 환경적 상환기간이 소요되지만, 건물 내 모든 소변기를 사용할 경우 이 기간은 13.7년으로 단축된다.

ICTA의 공동연구자인 자비에르 가바렐(Xavier Gabarrell) 교수는 “이 기술은 대규모 건물이나 대학 캠퍼스처럼 사용자 밀도가 높은 공간에서 적용할수록 환경적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며 “효율적인 공기 공급 방식과 재생에너지 전환을 함께 추진할 경우, 기후변화 지표에서 최대 2배 이상 개선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우리는 도시 인프라를 단순한 소비 공간이 아니라 스스로 자원을 생산하고 회수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연구진은 도심 건물 단위에서 자원 순환을 실현하기 위해 식품안전성, 사회적 수용성, 대규모 확장성 등에 대한 추가 검증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UAB의 옥상 온실 ⒸICTA-UAB

UAB의 옥상 온실 ⒸICTA-UAB

김현정 리포터
vegastar0707@gmail.com
저작권자 2025-04-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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