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살을 빼기 위해 다이어트 약을 복용하지만 그 위험성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다이어트라는 용어 자체가 가볍게 느껴져 그 위험성마저 가벼운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을 만큼 치명적인 부작용을 안고 있다.
전문의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적은 인구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두 번째 다이어트 약 소비국"이라며 "비만이 아닌데 더 날씬해지기 위해 다이어트 약을 복용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비만치료제와 일부 약제들, 다이어트 약으로 둔갑
하지만 체중조절을 위한 치료제로 사용되게끔 허가가 난 약제는 그 종류가 많지 않으며 3개월 이상 복용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전성이 확보된 약은 거의 없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는 "현재 처방되고 있는 비만치료제로는 체내에서 지방흡수를 억제해 섭취한 음식에 포함된 지방성분의 일부를 대변으로 배설하게끔 하는 오르리스타트(지방분해제, Orlistat) 제제와 식욕이나 에너지 소비에 관련이 있는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등이 있다"면서 "오르리스타트를 제외한 다른 약제들은 오래 전부터 처방돼 온 약들이지만 장기간의 임상연구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안전성과 효과 등을 고려해 최대 12주 이상은 복용하지 않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이어트보조제로 시판되는 것들의 대부분은 실제 약이 아니라 약간의 체중감량 효과가 있는 성분이 포함된 보조제일 뿐이다.
박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보조제라고 하면 부담 없이 먹어도 되는 식품쯤으로 생각하지만 결코 가볍게 생각할 성분들은 아니다"며 "의사를 찾아가 사전에 본인의 상태를 제대로 진단받고 복용 여부를 상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소년, 질환보유자는 복용 피해야
평소 고혈압이 있거나 심장질환, 갑상선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다이어트 약을 삼가야 한다. 소아비만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청소년들도 다이어트 약을 찾는 경우가 있지만 소아의 경우 임상 데이터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신경성식욕부진증이나 폭식경향이 있는 식사장애 환자도 다이어트 약을 피해야 한다.
박가정의원 박승회 원장은 "다이어트 약을 고려할 수 있는 경우는 체질량지수가 30㎏/㎡을 넘거나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증상이 있는 환자의 경우는 체질량지수가 27㎏/㎡을 넘을 때뿐이다"면서 "이때에도 전문의와 상담해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비만을 염려하는 청소년들도 대개는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다이어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며 "단 소아비만이 심각해 의사의 처방이 내려진 경우라면 오르리스타트 성분에 한해 제한적으로 사용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체중감량을 위해 시술을 받거나 다이어트 약을 복용하는 노인들도 있지만 이 또한 주의가 필요하다. 비만을 경계하며 다이어트 약에 의존할 경우 오히려 신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북부노인병원 내과 이향림 과장은 “갱년기 이후 여성이나 비만 노인의 경우 당뇨,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뿐만 아니라 골다골증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만큼 평소 체중관리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해 칼슘대사에 이상이 생기면 골다공증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의해 충분한 칼슘섭취 및 영양관리 계획을 세워 체중을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복부 팽만감부터 폐동맥고혈압까지
지방흡수억제제인 오르리스타트는 본인이 먹은 음식 내의 지방성분 일부를 대변으로 배설시켜 대변에 기름이 섞여서 나오는 '지방변'에 대한 불편함이 있다.
또한 속이 부글거리거나 복부팽만감 등이 동반돼 불편함을 주기도 하는데 육류 섭취가 많은 사람의 경우 방귀를 뀌기만 했는데도 기름 성분이 흘러나와 실수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장혁재 교수는 "소위 식욕을 억제한다고 알려진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등은 혈압 상승과 변비, 불면증, 불안감, 가슴 두근거림, 입마름, 식은땀 등의 부작용이 동반되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무서운 부작용은 폐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에 이상이 생겨 폐동맥의 혈압이 상승하는 폐동맥고혈압에 걸릴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폐동맥고혈압은 인구 100만 명당 2명 정도에 발생할 정도로 희귀하지만 다이어트 약을 장기간 복용할 경우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재까지 완치가 어려울 뿐더러 임신을 한 여성의 2명 중 1명이 사망할 정도로 위험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질병으로도 불린다.
장 교수는 "희귀난치성질환으로 의사들조차도 잘 모르던 폐동맥고혈압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다이어트 약을 복용한 전 세계 여성들에게서 동시다발적으로 같은 질환이 발생해 약물이 퇴출되는 사건이 몇 차례 일어났었기 때문"이라며 “해당 제품은 퇴출됐지만 다이어트 약의 특징상 유사한 분자구조를 가지고 있어 그 위험성이 없어졌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방흡수억제제인 오르리스타트를 복용하는 경우 식사습관에서 지방 섭취를 줄이기보다는 '기름진 것을 먹는 날에는 이 약을 먹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장 교수는 “소화제조차도 장기 복용할 경우 없던 병도 생기게 된다”면서 “심각한 위험성을 내포한 다이어트 약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결코 안 된다. 다이어트 약을 장기 복용할 경우 심장질환뿐만 아니라 결핵과 신장질환 발생 위험 등도 크게 증가한다”고 강조했다.
상태 진단부터 정확하게
다이어트 약을 먹으면서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 위험을 줄이려면 약을 먹으면서 치료할 대상이 맞는지부터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체질량지수 25 미만은 비만이 아닌데 단지 체중을 줄이겠다는 목적만으로 비만치료제를 복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비만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대개는 2개월 정도 제대로 된 생활습관개선 노력을 해본 후에 복용이 이뤄져야 한다.
비만은 평생 치료하고 조절해야 하는 질병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짧은 기간의 약 처방으로 일시적인 체중 감량의 효과는 볼 수 있지만, 식습관 개선과 꾸준한 신체활동 및 운동을 병행하지 않아 결국 예전 체중보다 더 증가하게 된 사례도 적지 않다.
따라서 허용된 치료기간을 넘지 않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 교수는 "약제들 중에 펜터민이나 펜디메트라진 성분은 아직까지 3개월 이상 장기간 사용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은 상태"라면서 "환자들 중에는 a병원에서 처방받은 후 b병원에 가서, 이후에는 c병원에 가서 처방받는 식으로 장기복용을 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이는 바른 방식의 체중조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왕지웅 의학칼럼니스트
- 저작권자 2012-07-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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