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더위가 찾아왔다. 낮에는 뜨거운 햇볕에 자외선 지수도 훌쩍 높아졌다. 보통 자외선은 ‘미(美)의 적’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자외선을 나쁘게만 볼 수는 없는 모양이다. 각종 질병을 줄이는 것을 넘어 체중 증가까지 막아준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외선을 이용하는 새로운 비만 및 대사질환 치료 전략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름철 식욕 늘어도 체중 늘지 않는 이유
자외선은 피부에 다각적 영향을 미친다. 일광 화상, 노화, 피부암 등 해로운 영향을 유발한다. 하지만 비타민D 합성과 같은 유익한 효과도 있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연구팀은 자외선의 또 다른 장점을 새롭게 발견했다. 자외선 노출이 체중 증가를 막아준다는 결과다. 연구 결과는 지난 23일 국제학술지 ‘피부연구학회지(Journal of Investigative Dermatology)’에 실렸다.
연구진은 자외선이 에너지 대사 조절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기 위한 실험을 설계했다. 우선, 연구진은 실험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게는 정상식을, 다른 그룹에는 고지방 식단을 먹였다. 이후 각 그룹의 일부만 12주간 주 3회 자외선에 노출시켰다. 정상 식단과 고지방 식단 여부와 관계없이 자외선에 노출된 쥐들은 식욕억제 호르몬인 ‘렙틴’이 감소해 식욕이 증가했다. 하지만 식욕 증가가 체중 증가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자외선에 지속 노출되면 백색 지방의 갈색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백색 지방은 에너지를 축적하는 반면, 이 지방이 갈색 지방으로 변하면 에너지를 소모하는 역할을 한다. 즉, 자외선에 지속 노출되면 식욕은 증가하지만, 갈색 지방화로 인해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며 체중 증가가 억제된다는 것이다.
동시에 자외선에 노출되면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호르몬 분비가 증가하는데, 이 호르몬이 식욕 증가와 에너지 소모 촉진에 관여하는 것도 확인했다. 추가 실험에서 실험 쥐의 노르에피네프린 합성을 차단하자, 통제 그룹에 비해 음식 섭취량이 줄어들고, 체중이 증가했다.
연구를 이끈 정진호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자외선 노출이 식욕을 증가시키면서 체중 증가는 억제하는 메커니즘을 설명한 연구로 에너지 대사와 항상성에 미치는 자외선의 영향을 이해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며 “비만과 대사 질환의 예방 및 치료 전략을 탐구하는 새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자외선 노출의 장기적인 영향과 안정성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건강하게 자외선의 긍정적 효과만 활용하기
그렇다면 자외선의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긍정적 효과만 활용할 수 있는 노출 전략은 무엇일까. 자외선은 파장에 따라 세 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자외선A(UVA), 자외선B(UVB), 자외선C(UVC)다. 이중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비타민D 합성을 돕는 것은 UVB다. 비타민D가 부족하면 외부에서 들어온 병원균을 구분하는 면역세포가 제대로 활동하지 못한다. 즉, UVB가 합성한 비타민D는 면역세포에 영향을 줘 류머티즘성 관절염, 크론병, 다발성 경화증 등 자가면역질환 발생 위험을 줄인다.
2010년 미국 뉴욕대 연구진은 지역과 인종별로 피부 손상 없이 비타민D를 충분히 합성할 수 있는 건강한 일광욕 시간을 도출해 내기도 했다. 햇볕이 강한 미국 마이애미의 오후 12시 기준, 동양인은 여름철에는 6분, 겨울철에는 15분 정도 일광욕을 진행하는 것을 권장했다.
이동훈 서울대 교수는 “자외선 노출은 피부 노화를 가속화하고 피부암을 촉진할 수 있으므로 기본적으로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여 피부를 보호하는 것이 좋다”며 “다만 비만과 대사 조절에 자외선이 효과가 있음이 확인된 만큼, 우리 연구진은 자외선의 효과를 모방한 새로운 비만 치료 전략을 개발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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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4-05-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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