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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준래 객원기자
2021-08-10

단어만 떠올려도 내 생각을 문장으로 전한다? 진화하는 신개념 뇌와 컴퓨터 간 인터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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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통화 내용을 문자로 변환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스타트업이 16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동안 음성을 문자로 변환하는 서비스는 많이 선을 보였지만, 통화하는 음성을 문자로 변환해주는 서비스는 이번이 처음이다.

통화 내용을 문자로 변환해 주는 서비스의 가치가 이 정도인데, 하물며 생각을 문자로 표현해 주는 서비스가 상용화된다면 얼마나 많은 투자금이 몰리게 될까. 아마도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의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이다.

환자의 의사표현을 문자로 해독하는 기술인 BCI 시스템 @ Shenoy lab & Erika Woodrum

그런데 최근 들어 미국의 과학자들이 사지가 마비된 환자의 의사표현을 문자로 해독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일종의 뇌 임플란트인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거짓말탐지기 같은 장비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상대방이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것을 컴퓨터가 바로 해독하면 되기 때문이다.

사지마비 환자의 의사표현을 문자로 해독

사지가 마비된 환자의 의사표현을 문자로 해독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곳은 미 캘리포니아 대 소속의 과학자들이다. 이들은 사고로 사지가 마비된 30대 환자를 대상으로 말하지 않아도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바로 파악할 수 있는 ‘BCI(Brain Computer Interface)’ 시스템을 개발했다.

BCI는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운 사지마비 환자가 스스로 의사를 표시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뇌에 전극을 삽입한 채 특정한 철자를 떠올리면 전기적 신호를 감지해서 컴퓨터가 인식하도록 만드는 시스템이다.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것이 워낙 어려운 개념이라서 지금도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BCI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인 지난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역사가 깊다. 아직도 초기 단계이기는 하지만,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기술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생각하는 바를 실시간으로 문자로 표현하거나 명령을 내릴 수 있으면, 사지마비 환자나 말을 하지 못하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생각만으로도 기기를 조작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BCI의 수준은 느린 속도로 간신히 철자를 타이핑을 하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었다.

사지마비 환자의 생각을 하나의 문장으로 나타내주는 BCI 시스템이 개발됐다 @ UCSF

그런데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이 개발한 BCI 시스템은 사지마비 환자의 생각을 철자로 타이핑하는 정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하는 수준으로까지 향상시켰다. 예를 들어 과거의 BCI가 ‘좋다’나 ‘슬프다’라는 단어 정도를 해독했다면,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이 개발한 BCI는 ‘나는 지금 매우 슬프다’라는 문장을 해독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구진은 사지마비 환자의 뇌에 이 새로운 BCI 시스템을 삽입한 후, 환자가 수개월에 걸쳐서 생활 속 단어를 떠올리도록 훈련을 시켰다. 그리고 이를 컴퓨터 알고리즘이 학습하도록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 결과 컴퓨터는 환자가 떠올린 50개 정도의 단어를 문장으로 바꿔주는 수준으로까지 진화했다. 가령 현재의 감정을 나타낼 때 떠올리는 단어가 좋다(good)이면, 컴퓨터는 이를 인지하여 30초 내외로 “I am very good”이라는 문장을 문자로 표현하는 것이다.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이 밝힌 BCI의 해독 능력은 분당 최대 18단어 정도이고, 정확도는 75%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로서는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조만간 개선되어 실시간으로 환자의 생각을 문장으로 해독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연구진은 기대하고 있다.

뉴런 신호를 포착하는 BCI 시스템도 개발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스탠포드대 연구진도 캘리포니아대와 유사한 연구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나 화제가 되고 있다. 이들 연구진 역시 치아용 임플란트처럼 뇌에 심어 뉴런(neuron) 신호를 포착하는 BCI 시스템을 개발했다.

뉴런은 신경세포의 하나다. 감각기관에서 받아들이는 정보는 뇌로 전달되고, 이를 뇌에서 판단하여 명령을 내리게 되는데 이런 일련의 과정은 뉴런을 통해 일어난다.

연구진은 뉴런 신호를 포착하는 BCI 시스템을 척추 손상으로 사지가 마비된 65세의 남성 환자 뇌에 삽입했다. BCI가 삽입된 부위는 손과 팔의 움직임을 맡는 뇌의 한 부분이었다. 환자는 실제로 손과 팔을 움직일 수는 없지만, 뇌의 영역만큼은 정상이었다.

환자는 실험을 진행하는 동안 모두 26개의 알파벳을 머릿속에서 떠올렸다. 그리고 그 중에서 일부 알파벳을 머릿속에서 생각했는데, 그 신호를 해독한 컴퓨터가 이를 즉시 알파벳으로 바꿔줬다. 그 결과 컴퓨터는 분당 90개의 알파벳을 타이핑 할 수 있었다.

뉴런 신호를 포착하여 문장으로 전환해 주는 BCI 시스템 @ braingate.org

한편 스탠포드대의 또 다른 연구진은 브라운대의 과학자들과 함께 ‘브레인게이트(brain gate) 컨소시엄’이라는 공동 연구진을 구성하여 무선 BCI 시스템 개발에 도전했다.

이들 공동 연구진은 척수 손상으로 사지가 마비된 35세 및 63세의 남성 환자의 머리에 송신 기능이 탑재된 무선 BCI 시스템, 즉 브레인게이트를 장착했다. 이 시스템은 기존의 유선으로 된 시스템과 동일한 원리로 작동이 이루어지도록 설계되었다.

그 결과 2명의 환자들은 모두 무선 송신기가 장착된 브레인게이트 시스템을 사용하여 컴퓨터에 문자를 입력하고, 작동하는데도 성공했다. 유선 시스템과 거의 차이 없이 문자를 전송했으며 가상키보드를 사용한 타이핑도 정확하게 실행했다.

특히 놀라운 점은 무선 시스템이다 보니 환자들은 BCI 연구가 이루어지는 대학교의 실험실이 아니라 자신들의 집에서 시스템을 사용하여 문자를 전송하고, 데이터를 입력했다는 점이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21-08-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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