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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현정 리포터
2024-05-16

공룡 vs 원숭이, 누가 더 똑똑할까 뇌크기-뉴런 수에 기반한 기존 공룡 지능 추정은 부정확해, 지난해 발표된 T-Rex 지능 예측보다 낮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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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픽사의 인기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시리즈에는 티라노사우루스 장난감 ‘렉스’가 등장한다. 티라노사우루스를 묘사한 다른 콘텐츠와는 달리 ‘렉스’는 마음이 여리고, 겁쟁이인데다 머리가 나쁘기도 해서 크고 작은 사고들을 일으키는 캐릭터다. 마트에서 덤핑으로 팔려왔다는 약점과 이러한 특징들 때문에 다른 장난감 친구들에게 조롱을 받기도 하지만 영악하게 잔꾀를 부리지는 못한다. 백악기 후기를 호령했던 최상급 포식자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설정인 셈이다.

그런데 이 영화 속 ‘렉스’의 얼뜬 설정이 실제에 가깝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국제할술지 ‘The Anatomical Record’에 발표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공룡의 지능은 악어나 도마뱀 수준으로, 개코원숭이 이상으로 지능이 높다는 최근의 가설을 신뢰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애니메이션 속 얼뜬 티라노사우루스 vs 영화 속에서 영리하게 사냥하는 티라노사우루스. 어떤 설정이 실제 티라노사우루스 지능과 유사할까. Ⓒpixar

 

최상위 포식자의 지능에 대한 동상이몽

티라노사우루스는 역대 가장 크고, 무겁고, 무는 힘이 가장 강력한 수각류 공룡이다. 다만, 포악한 성격과 막강한 공격력을 가진 이 덩치 큰 공룡의 뇌는 작아서 ‘영리한’ 사냥꾼은 아니었다는 것이 이전의 학설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들의 지능에 대한 다양한 조사와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티라노사우루스를 비롯한 공룡의 지능 논쟁이 시작됐다.

먼저 지난해 미국 벤더빌트대 뇌연구소와 공동 연구팀이 일부 공룡의 뇌가 현대 영장류의 뇌처럼 뇌신경망이 촘촘하여 예상보다 더 똑똑했을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The Journal of Comparative Neurology’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공룡이 대멸종의 시기에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면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영장류 이상으로 진화했을 수 있다는 가설을 내놓아 학계에 관심을 모았다.

연구팀은 공룡에서 갈라져 나온 현생종 조류, 파충류의 뉴런 밀도를 따져 티라노사우루스의 대뇌피질의 신경세포를 추산해냈다. 주연구자인 수산나 호우젤(Suzana Houzel) 교수는 “티라노사우루스의 뇌 무게는 약 340g이며, 이를 바탕으로 추측하면 티라노사우루스의 대뇌 뉴런 수는 약 30억 개로 추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추산이 정확하다면 티라노사우루스는 긴꼬리원숭이 정도의 지능을 가졌으며, 심지어 도구도 사용할 만큼 똑똑한 지능을 가진 셈이다.

티라노사우루스는 역대 가장 큰 몸집과 포악한 성격으로 백악기 후기를 호령했던 최상급 포식자다. Ⓒwikimedia

 

공룡의 지능은 파충류 수준, 똑똑하다는 가설 맞지 않다?

그런데 지난해 발표된 ‘똑똑한 티라노사우루스’ 가설에 즉각 반론이 제기됐다.

영국 브리스톨 대학과 독일 하인리히 하이네 대학 국제공동 연구팀은 ‘뇌 크기-뉴런 수’를 기반으로 한 공룡 지능 추정은 부정확하며 신뢰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전의 연구는 엔도캐스트(endocast)를 이용해 뇌 부피를 측정하고 이를 토대로 뉴런 수를 계산하는 방식인데, 이것이 전뇌의 크기를 과대평가해 결국 뉴런 수를 과대 추정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뉴런 수 추정치가 지능에 대한 신뢰할 만한 지침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멸종 동물의 인지 복합성, 대사율, 생활사 특징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신경학적 변수에 대한 계통발생학적 모델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주장에 따라 연구팀은 중생대 수각류 공룡의 뇌 질량-체질량 데이터를 활용하여 뇌 크기과 뉴런의 밀도를 분석했다.

연구팀이 설계한 PGLS 모델에 따르면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대형 공룡에게서 상대적으로 이전 연구보다 더 큰 뇌 크기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들의 뇌 질량-체질량 비율은 수각류 계통 군의 다른 공룡들과 마찬가지로 도마뱀이나 악어 정도인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마니랍토라류의 공룡은 다른 공룡보다 더 큰 뇌를 가졌던 것으로 나타났지만, 일부 마니랍토라는 현존하는 새와 상대적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다양한 수각류 공룡의 상대적인 뇌 크기 조사 결과. Ⓒanatomypubs
(a)그림은 뇌질량으로 주황색 점선은 조류에 대한 회귀선이며, 분홍색 선은 현존하는 비조류용각류(파충류). (b)그림은 티라노사우루스와 다른 공룡의 상대적인 뇌 크기 범위. (c)그림은 현존하는 그룹에 대한 뇌질량. (d) 그림은 뇌질량 함수로서 뉴런의 밀도.

 

뉴런의 수가 인지 기능을 예측하는 지표일까?

연구팀은 중생대 공룡의 전뇌 뉴런 수 추정치를 재계산한 결과 대략 1.5B에서 최대 2B 정도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수산나 호우젤 교수 연구팀이 주장한 3.3B보다 낮은 수준이며, 특히 티라노사우루스의 뉴런 밀도가 예외적으로 높다는 주장을 신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뉴런의 수 추정치로부터 멸종된 동물의 인지 능력을 추론하려면 이 척도가 현존하는 동물 행동에 대한 의미 있는 통찰력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영장류와 조류의 인지 능력에 세포수가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는 있지만, 뉴런의 밀도를 예측할 만한 충분한 증거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뉴런 수가 현저히 높은 대형 돌고래 종은 인간의 뉴런 수(15-20B)를 훨씬 초과하지만, 고래의 인지 능력의 사람과 동등하거나 심지어 우월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오르넬라 버트란드(Ornella Bertrand) 박사는 “뉴런 수가 인지 능력을 예측하는 지표가 아니다. 때문에 특히 오래전에 멸종된 종의 지능을 예측하는 데 활용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결과를 도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구진들 역시 오래전에 멸종된 종의 지능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골격 해부학, 뼈조직학, 현존하는 친척 종의 행동 등 생물학적 데이터와 함께 화석 등 다양한 증거를 종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정 리포터
vegastar0707@gmail.com
저작권자 2024-05-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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