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와 함께 대표적인 만성 퇴행성 뇌신경 질환인 파킨슨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기초연구 하나가 발표됐다.
지난 수십년 동안의 지속적인 연구 결과 과학자들은 망가진 도파민 신경세포를 수선해 이를 환자들에게 되돌려 줌으로써 다시 도파민을 생성할 수 있는 방법을 어렵게 찾아냈다.
파킨슨병은 뇌의 흑질(substantia nigra)에 분포하는 도파민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돼 몸이 떨리고 경직되며, 행동이 느려지고 자세가 불안정해지는 증상을 나타내는 질환이다. 파킨슨병이 있으면 운동이상 증세 외에 자율신경계 이상이나 신경정신과적 증상, 인지기능 장애 등이 동반돼 노년기의 삶을 고통스럽게 이끌게 된다. 60세 이상 인구의 약 1% 정도가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치료법은 아직 없다.
도파민 복구를 연구해 온 과학자들은 그동안 구하기가 힘들고 품질에도 변수가 많은 태아 물질에서 만능성을 지닌 배아줄기세포를 얻어내 연구를 해왔으나, 줄기세포에서 도파민 신경세포를 만들어내는 일은 효율이 낮고 오래 걸렸다. 이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은 피부세포와 같이 구하기 쉬운 세포들을 도파민 신경세포로 전환시키는 방법을 찾아내려고 노력해 왔으나, 이 또한 충분한 양의 신경세포를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버펄로대 제이콥스 의학 및 생의학대학 연구진은 최근 피부세포를 도파민 신경세포로 전환시켜 증폭시키는 방법을 개발해 학계의 관심을 모은다. 이들 연구진은 이런 종류의 치료법을 개발하는데 가장 큰 장벽이었던 세포 전환 문제를 해결한 것. 연구진은 이번 발견을 통해 과학자들이 모든 세포를 이용하는 방법에도 중대한 영향을 주게 됐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7일자에 실렸다.

p53이 '세포 문지기’ 역할
이번 연구는 전사인자 단백질인 p53이 ‘문지기 단백질’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했다. 논문의 시니어 저자이자 이 대학 생리학 및 생물리학부 교수인 지안 펭(Jian Feng) 박사는 “우리는 p53이 한 세포가 다른 세포로 바뀌는 것을 막고 현 세포 상태를 그대로 유지시키려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p53이 마치 문지기 단백질처럼 다른 형태의 세포로 전환하는 것을 막고 있어 이 p53의 발현을 낮추자 섬유아세포를 매우 용이하게 신경세포로 재프로그램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진전은 기초 세포생물학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펭 교수는 “이 방법은 우리가 한 세포를 다른 세포로 전환시키는 일반적인 방식”이라며, “이는 우리가 어떤 변화를 위해 장벽을 제거하기만 하면 세포들을 소프트웨어 시스템같이 취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준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유전자의 활성화 여부를 조절하는 전사인자 조합을 식별해내면 유전자가 해독되는 방법을 바꿀 수 있고, 이 시스템을 더욱 재빠르게 활용해 신체의 어떤 조직과 유사한 조직, 심지어 뇌 조직까지도 생성해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포 전환을 통한 새로운 도파민 신경세포 생성
펭 교수는 “우리가 개발한 방법은 이전의 방법들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이라며, “이전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5%의 도파민 신경세포를 생성하는데 두 주일이 걸렸다면 우리 방법으로는 10일 안에 60%의 도파민 신경세포를 생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들이 생성한 신경세포들이 실제 파킨슨병에서 소실되는 중뇌의 기능성 도파민 신경세포인지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했다.
이번 발견으로 환자에게 필요한 신경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소실된 신경세포를 복구하도록 해당 환자에게 주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 방법은 파킨슨병의 새로운 치료법을 효과적으로 검증하는 데도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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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12-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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