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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20-05-14

피부세포를 뇌세포로 바꿔 파킨슨병 치료한다? 세포 재프로그래밍해 거부 반응 없이 증세 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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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PD)에 걸려 점차 소실되는 뇌세포를 환자 자신의 피부세포를 재프로그램해 대체함으로써 정상에 가까운 회복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하버드대의대 제휴 및 수련병원인 매클린(McLean) 병원과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 연구팀은 환자 한 명을 대상으로 한 수 년간의 연구 끝에 이 같은 세포 전환을 이용한 ‘개인 맞춤의학’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최근호에 발표했다.

피킨슨병은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이 앓고 있는, 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흔한 퇴행성 뇌질환이다. 이 병에 걸리면 알츠하이머와 같은 인지장애는 심하지 않으나 손이나 머리를 떠는 증상이 나타나고, 근육이 굳어지며 말하기와 걷기가 어려워진다.

파킨슨병의 진행에는 도파민 작용성(dopaminergic) 뉴런이라 불리는 뇌세포의 손실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는 환자 자신의 재프로그래밍된 세포를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세포를 이식할 때 나타나는 거부 반응 등의 장벽을 극복한 획기적인 진전으로 평가된다.

논문 시니어 저자이자 매클린 병원 분자 신경생물학 연구소 소장인 김광수(Kwang-Soo Kim) 박사는 “세포를 환자 자신으로부터 얻기 때문에 쉽게 이용 가능하고, 이식할 때 거부반응 없이 재프로그래밍할 수 있다”고 말하고, “파킨슨병 치료를 위한 ‘개인 맞춤의학(personalized medicine)’의 한 이정표를 세웠다”고 밝혔다.

매클린 병원은 하버드대의대의 가장 큰 신경과학 및 정신의학과 제휴병원이다.

피부세포를 유도만능줄기세포로 분화시킨 뒤 최소 미세침습 수술법으로 뇌에 이식해 도파민성 뉴런을 대체하는 새로운 치료법으로 파킨슨병 환자가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 McLean Hospital

환자 피부세포를 다능성 줄기세포로 분화시켜

매클린-MGH 협동연구팀은 환자의 피부 세포를 배아와 같은 다능성 줄기세포(유도 만능 줄기세포)로 재프로그래밍한 다음, 파킨슨병에 걸렸을 때 소실되는 도파민 작용성 뉴런의 특성을 갖도록 분화시켰다.

김 박사는 분화된 세포를 광범위하게 조사한 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단일 환자에 대한 시험용 신약(IND, Investigational New Drug) 적용을 신청하고, 병원의 인간 대상 윤리 검토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환자의 뇌에 분화된 세포를 이식했다.

논문 공동 시니어 저자이자 MGH 신경외과 주임교수인 밥 카터(Bob Carter) 박사는 “이 전략은 환자 자신의 세포를 사용해 치료가 매우 어려운 파킨슨병을 반전시키는 새 치료법의 힘을 부각시켰다”고 말하고, “여러 기관과 과학자, 의사, 수술의사들이 서로 광범위하게 협력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치료 시험 대상 환자는 2017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웨일 코넬 의료원과 MGH에서 도파민 뉴런을 대체하는 이식수술을 받았다.

사람 뇌의 주요 도파민 작용성 경로를 나타낸 그림. ⓒ Wikimedia / Patrick J. Lynch

분화된 세포, 이식 2년 뒤 도파민성 뉴런으로 기능

논문 제1저자이자 MGH 파킨슨병 전문 신경외과의사 겸 신경퇴행성 세포 치료 프로그램 책임자인 제프리 슈바이처(Jeffrey Schweitzer) 박사는 MGH 카터 박사와 웨일 코넬 의료원 신경외과 마이클 카플릿(Michael G. Kaplitt) 박사와 공동으로, 분화된 세포를 뇌에 이식하는 최소 침습적 미세 신경외과 이식수술 과정을 디자인했다.

이식 수술 2년 뒤 환자의 뇌를 영상 촬영해 조사한 결과, 이식된 세포는 살아있었고 뇌에서 도파민 작용성 뉴런으로서 올바르게 기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이식된 세포들은 환자 자신에게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면역반응을 유발하지 않았고, 면역억제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았다.

김광수 박사는 “이같이 재프로그램된 세포들은 환자의 면역시스템이 자기 것으로 인식해 거부반응을 나타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번 연구에서 처음으로 보여주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결과들은 이식 결과 세포가 생존해 있고 의도된 방식으로 기능함으로써 ‘개인화 세포 대체 전략’이 기술적인 성공을 거뒀음을 가리킨다.

환자는 아무런 부작용이 발생하기 않았고, 세포가 원치 않게 성장하거나 종양을 유발한 징후도 발견되지 않았다.

유도만능줄기세포로부터 분화된 뉴런(외배엽). 이번에 분화시킨 도파민성 뉴런은 아님. ⓒ Wikimedia / Honda, Arata, et al.

환자, 일상생활과 스포츠 활동도 가능해져

그럼 환자는 이식 수술 후 어떤 상태일까. 환자는 일상 활동이 개선되었고, 삶의 질이 향상된 것으로 보고됐다.

손의 떨림이 줄어 신발 끈을 맬 수 있게 되고, 보폭이 개선되었으며, 더욱 명확한 목소리로 말을 하는 등 일상 활동이 다시 가능해졌다는 것. 몇 년 전에 포기했던 수영과 스키, 자전거 타기와 같은 일부 스포츠도 활동 목록에 올라갔다.

이 치료법이 환자 한 명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실행 가능한 것인지를 확언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연구팀은 공식적인 임상시험에서 계속 테스트를 해볼 계획이다.

김 박사는 “파킨슨병에 대한 현재의 약물 치료와 외과적 치료는 도파민성 뉴런의 소실로 인한 증상 해결에 목표를 두고 있으나, 우리 전략은 이런 뉴런을 아예 직접 대체함으로써 한 걸음 더 나아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킨슨병 전문가로 MGH에서 연구를 이끈 신경과 토드 헤링턴(Todd Herrington) 박사는 “이번 시험 연구는 치료법 개발을 위한 첫 단계로서 아직은 파킨슨병 환자들이 이용 가능하지 않고,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더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슈바이처 박사는 이번 작업의 성공으로 파킨슨병 치료의 미래는 낙관적이지만,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결과는 한 명의 환자 경험을 반영한 것으로, 치료가 보편적인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공식적인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20-05-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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