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동국대학교 김종필 교수
맷 데이먼 주연의 영화 ‘엘리시움’에는 다리에 심각한 부상을 당한 아이가 캡슐에 눕자 로봇이 자동으로 환자를 진단하고, 세포 이식 등이 없이 직접 생체 내에서 조직을 재생해 치료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질병이 인간의 몸속에서 자동으로 치료된다는 이 기적 같은 이야기의 첫 단추는 환자에서 외부의 세포나 조직의 이식 없이 맞춤형으로 생체 내에서 재생 치료하는 기술의 발견입니다.
원하는 세포를 직접 확보하는 직접교차분화기술
생체 내 재생치료 기술로 이미 많이 알려진 방법으로는 줄기세포 기반 세포 치료제 1세대 기술로써 유도만능줄기세포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 iPSCs)를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이 기술은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야마나카 신야 교수의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치료에 필요한 세포로 분화시킨 후 환자에게 이식하는 기술입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역분화를 통해 만든 유도만능줄기세포가 무한으로 증식하는 특성 때문에 암을 형성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유도만능줄기세포를 거치지 않고, 원하는 세포를 직접적으로 확보하는 기술이 직접교차분화(Direct conversion)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를 통해 이 기술은 거의 모든 세포를 직접교차분화 방식으로 만들 수 있고, 질병모델링과 신약 발굴 등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래에는 유전자 치료 및 재생의학 등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직접교차분화를 이용한 기술도 환자에게서 체세포를 채취하여 원하는 세포로 분화시킨 뒤 이식하는 과정을 거치므로 면역반응이 일어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문제점이 존재합니다.
신개념 생체 내 신경세포 세포 전환 기술 개발
그렇다면 앞선 기술들의 단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환자의 몸 속에서 필요로 하는 세포를 직접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이 기술이 생체 내 직접교차분화 (in vivo direct conversion) 기술 즉, 세포의 체외 조작 없이 생체 내에서 직접교차분화를 유도하여 세포의 운명을 바꾸는 기술입니다. 이 기술은 손실된 세포를 외부에서 이식하지 않고, 재생이 필요한 세포를 생체 내에서 주변으로부터 직접 만들어 내기 때문에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파킨슨이나 알츠하이머 질환과 같은 퇴행성 질환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병 치료에도 효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불필요한 외부조작을 최소화하여 세포 전환 과정 중에 세포 손실을 최소화하여 경제적·시간적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활용에 대한 기대가 높은 기술입니다.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생체 내 세포 전환 기술과 관련된 연구결과가 활발하게 발표되고 있으며 다양한 세포 치료기술로 응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체 내 직접교차분화기술은 역분화 및 배아 줄기세포 등의 기존 줄기세포 기술을 대체 할 수 있는 선도적인 기술로 주목받고 있으나 현재 임상에 바로 적용하기까지 한계점이 있습니다. 직접교차분화 과정에서 다양한 세포 전환 유도인자들을 생체 내에서 무작위로 발현시키므로 불특정한 다수의 세포 전환이 유발될 뿐 아니라, 세포마다 분화 효율이 달라 기존의 줄기세포 치료기술에 비해 낮은 세포 전환 성공률을 나타내게 됩니다.
본 연구팀에서는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나노 일렉트로닉스 기술을 접목하는 신개념의 생체 내 신경세포 세포 전환 기술을 개발하여 2017년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잡지인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보고하였습니다. 이 기술을 파킨슨 질병 모델 마우스에 적용하여 생체 내에서 도파민 신경세포를 생산하였고 이를 통해 파킨슨 질환의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등, 세포치료 기술 확보의 가능성을 제시한 바가 있습니다. 또한, 본 연구팀은 이런 기술을 신경세포에 국한하지 않고, 심근세포 (Cardiomyocyte) 및 조골세포 (Osteoblasts) 등 다양한 세포로 확대 적용하여 특정 질환에 최적의 맞춤형 세포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100세 시대가 다가온 요즘 ‘건강이 행복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첨단재생의료 기술의 발달이 중요시되고 있지만, 실용화에 이르기까지 아직 많은 연구가 필요한 실정입니다. 많은 연구들을 바탕으로 미래에는 앞서 소개한 영화에 등장하는 기술처럼 환자맞춤형 치료 세포를 제작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기를 기대합니다.
* 이 글은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산업단으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단
- 저작권자 2022-12-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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