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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5-11-20

“아스피린이 암 발생 경로 차단” 암 예방약 되려면 '개인 맞춤 처방'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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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최초의 합성의약품인 아스피린(Aspirin)은 ‘만능 약’이라고 할 만큼 다양한 용도로 사용돼 왔다. 해열 진통이나 혈전 용해, 심장병과 뇌졸중 예방까지 지금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약 중의 하나다.

지난해에는 아스피린이 대장암과 기타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돼 의료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아왔다. 그러나  피 응고를 억제하는 특성에 따라 몇몇 사례에서 심각한 위장관 출혈이 나타나면서 보편적인 암 예방약으로 쓰기 전에 아스피린의 작용기전을 정확히 이해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미국 유타대 헌츠맨 암 연구소(Huntsman Cancer Institute) 시니어 이사인 코닐리아 울리히(Cornelia Ulrich) 교수는 “모든 약물에 부작용이 있듯이 아스피린에도 부작용이 있어 장기적인 암 예방 약으로 쓰기 위해서는 개인에 따른 맞춤 처방이 필요하다”며, “약을 투여한 후 부작용이 가장 적고, 이득은 훨씬 많은 사람에게 처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스피린의 새로운 암 예방 기전을 밝힌 코닐리아 울리히 교수 ⓒ Huntsman Cancer Institute
아스피린의 새로운 암 예방 기전을 밝힌 코닐리아 울리히 교수 ⓒ Huntsman Cancer Institute

아스피린 투여하자 암 대사물질 줄어

울리히 박사팀은 아스피린의 암 예방 작용기전을 알아내기 위해 ‘대사 산물 프로파일링’(metabolite profiling)이란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아스피린에 의해 조절되는 생화학적 경로를 새로 식별해 냈다. 연구팀은 특히 아스피린이 건강한 피실험자들의 피와 두 개의 대장암 세포라인에서 ‘2-하이드록시글루타레이트’(2-hydroxyglutarate)라는 화학물질의 농도를 상당히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울리히 박사팀은 이 같은 사실을 의학저널 ‘암 역학, 바이오마커와 예방’(Cancer Epidemiology, Biomarkers, and Prevention) 최근호에 게재했다.

2-하이드록시글루타레이트는 이미 혈액과 뇌 암에서 농도가 높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여러 연구그룹들이 현재 암 형성을 촉진하는 분자로 보고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암 발생을 이끄는 암 대사물질(oncometabolite)의 하나로 간주된다.

울리히 박사는 이번 연구가 암 예방에 아스피린이 중요하다는 종합적인 증거를 덧보탰고, 연구 필요성이 있는 새로운 경로를 지적해 냈다고 말했다.

코팅된 아스피린 알약. 아스피린은 암 발달과 연계된 여러 경로를 차단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 Wikipedia (Ragesoss)
코팅된 아스피린 알약. 아스피린은 암 발달과 연계된 여러 경로를 차단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 Wikipedia (Ragesoss)

연구팀은 먼저 피실험자 40명에게 60일 동안 아스피린을 복용토록 하고 이들로부터 뽑은 피를 대사 프로파일링 기법으로 정밀 분석했다. 당류나 아미노산, 비타민 같은 소분자 화학물질을 포함해 360개의 대사산물이 분석됐다. 우리 몸에서 알려진 거의 대부분의 생화학적 경로를 포괄했다고 울리히 박사는 밝혔다.

분석 결과 아스피린 대사 산물은 예상대로 증가했다. 이와 함께 암 발생 촉진자로 알려진 2-하이드록시글루타레이트는 12%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통계적으로 현저한 변화를 보였다.

아스피린, 새로운 기전으로 암 예방”

연구팀은 후속연구를 위해 실험실에서 배양한 대장암세포에 아스피린을 처치한 후 2-하이드록시글루타레이트의 농도를 측정했다. 그러자 대장암 세포라인에서 일관되게 2-하이드록시글루타레이트의 농도가 줄어들었으며 많게는 34%가 감소했다.

연구팀은 아울러 아스피린의 첫 번째 대사물질인 살리실산염이 2-하이드록시글루타레이트 생성을 촉진하는 HOT(hydroxyacidic-oxoacid transhydrogenase)라는 효소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것은 아스피린이 피실험자들에게 처치했던 것과 같은 농도로 지금까지 안 알려진 경로에도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울리히 박사는 “이번 연구는 아스피린이 암 발달과 연계된 여러 경로를 막는데 주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건강한 사람에 대한 임상시험과 실험실 연구에서 확인한 2-하이드록시글루타레이트의 감소는 암 예방에서 아스피린이 새로운 기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해 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2-하이드록시글루타레이트 수치의 변화가 과연 실제 대장암 환자의 조직에서도 나타나는지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5-11-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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