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못하는 아기에게 울음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 배고픔, 졸림, 짜증 등 다양한 의사소통을 울음으로만 해결한다. 엄마들이 특히 아기의 울음에 집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기가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학자들에게도 아기의 울음은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이다. 비슷하게 들리는 아기의 울음소리도 사실 다양한 뜻과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바로 이 아기의 울음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아기의 울음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알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한다.
아기의 울음에는 차이가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과연 먼저 태어난 아기와 늦게 태어난 아기의 울음 사이에도 차이가 있을까. 지난 8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 수 있는 일본 연구진의 연구가 학술지 '생물학 편지'(Biology Letter)를 통해 발표되었다. (원문링크)
마사코 묘와 야마코시(Myowa-Yamakoshi, Masako) 일본 교토부립 의과대학(京都府立医科大学) 발달과학과 교수팀은 조산(재태 32주 미만과 32~36주 사이)에 태어난 아기와 만기(37주~42주 사이)에 태어난 신생아 총 64명의 공복시 울음소리를 녹음해 분석하였다.
그 결과 울음소리가 각각 다르게 나타났다. △32주 미만에서는 460~642 헤르츠(Hz) △32~36주에서는 435~609 헤르츠(Hz) △만산기에서는 361~524 헤르츠(Hz)로 나타났다. 즉, 빨리 태어난 아기일수록 울음소리가 높은 경향을 보였다.
이 연구 결과는 아기의 신체 발달 상황 및 크기와는 무관했다. 울음소리와 태어난 시기는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선행된 연구에 따르면 갓 태어난 조산아는 자율신경계의 하나인 미주신경의 활동이 낮다고 한다.
미주신경은 목소리의 긴장을 낮춰주는 역할을 하는데, 높은 소리는 성대의 과도한 긴장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조산아에서 미주신경의 활동이 미숙하다는 사실이 목소리 높이를 통해 나타난 것이다.
이번 연구는 울음소리 높이가 자율신경계의 활동에 관련하고 있다는 내용을 바탕으로 했다. 일찍 태어난 아기일 수록 울음소리가 높다는 연구 결과는 조산아의 발달 구조를 파악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기의 가짜울음, 엄마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이렇게 아기의 울음소리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매번 아기의 울음소리에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아기들이 별 이유 없이 괜히 울 때도 있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가짜울음'인데, 여기에도 하나의 의미가 숨어있다.
히로코 나카야마(Hiroko Nakayama) 일본 성심여자대학(聖心女子大学) 교수팀은 학술지 '유아 행동 및 발달'(Infant Behavior and Development)를 통해 생후 1년 미만인 두 명의 아기들을 6개월 넘게 관찰해 얻은 결론을 발표하였다. (원문링크)
연구팀은 아기들이 울음을 터뜨리기 전후의 감정 변화를 관찰하였다. 아기들은 울기 전에는 칭얼대는 소리를 내거나 얼굴을 찡그리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 반대로 미소를 짓거나 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는 아기들이 엄마의 주의를 끌어 자기 곁으로 다가오게 하기 위함인 것으로 나타났다.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울음을 통해 엄마에게 자신의 의도를 표현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아기들이 이러한 뜻을 전하기 위해 심사숙고를 하고, 울지 말지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즉, 아기들은 의도적으로 가짜울음을 지을 수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아기들이 가짜로 운다고 해서 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가짜울음을 울 때에도 엄마들은 아기들에게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아기의 행동에 피드백을 해주는 것은 아기와의 친밀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밤마다 우는 아기, 그 원인은 무엇일까
아기의 울음소리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어른에게 밤마다 들리는 아기의 울음소리는 조금 괴로울 수 있다. 그래서 밤마다 우는 아기 때문에 당황해하는 경우가 있다. 특별히 몸이 불편하지 않은데도 우는 행동에는 과연 어떤 이유가 있을까.
학술지 '진화, 의학 그리고 공중보건'(Evolution, medicine, and public health)를 통해 발표된 데이비드 헤이그(David Haig) 미국 하버드대학교(Harvard University)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밤마다 우는 아기의 행동에는 타고난 생물학적 이유가 있다고 한다. (원문링크)
연구팀에 따르면 아기들은 선천적으로 엄마의 관심을 독차지하려는 성향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밤에 우는 것은 엄마의 잠을 깨우거나 수유를 하게 하는 등의 행동을 하게 만들어 둘째의 탄생을 막으려고 하는 생물학적 행동이라는 것이다.
모유수유 기간 동안에는 일반적으로 자연 피임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밤에 아기가 울면 엄마들이 수유를 하는데, 이 기간에는 임신이 되지 않기 때문에 동생을 가질 확률이 낮아지는 것이다. 즉, 유독 밤에 자주 울어서 수유를 해야 하는 아기의 경우에는 이러한 욕구가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가장 적합한 것만이 살아남는 진화과정'을 의미하는 자연도태와도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형제가 적을수록 한정돼 있는 자원을 사이에 둔 경쟁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인간의 생리학적 성향이 갓난아기 때부터 발현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연구이다.
- 이슬기 객원기자
- justice0527@hanmail.net
- 저작권자 2014-09-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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