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 22일은 ‘김치의 날’이다. 김장 문화를 계승하고 김치의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2020년 제정됐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김장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10주년이 되는 지금, 올해도 돌아온 김장철을 맞아 더 맛 좋은 김치를 만들기 위한 과학적 비법을 정리해봤다. (관련 기사 보러 가기 – 한국인 자기 관리 비결은 ‘김치 테라피’)
싱싱한 배추 고르기
배추를 절이기 전에는 육안으로 멀쩡했던 배추가 절임 후 무름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배추 무름병이라고 불리는 연부병 때문이다. 배추 무름병은 잎, 줄기, 뿌리에 반점이 생기기 시작해 빠른 속도도 확대되어 포기 전체가 썩는 병해다. 원인균인 무름병 부패균(Pectobacterium carotovorum subsp. carotovorum)이 배추 성장 과정에서 보균상태로 생존하다가 수확, 운송, 가공단계에서 물리적 충격을 받으면 압력에 의해 증식한다.
배추 무름병 발병을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김치 제조업체 입장에서 막대한 손해를 유발하는 골칫거리였다. 세계김치연구소(김치연) 연구진은 김치 업계의 애로사항을 접수한 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절임 전에 배추 무름병 발병 여부를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결과는 2022년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실렸다.
연구진은 초분광 영상 처리 기술을 이용해 배추의 정밀한 분광 정보와 영상 이미지를 취득했다. 200개 이상의 샘플을 대상으로 기초자료를 수집해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24종류의 배추 무름병의 특징을 분류했다. 최종적으로 배추 무름 현상을 조기에 예측 및 진단할 수 있는 6개의 파장 영역을 특정하고, 머신러닝 기법으로 학습시켰다.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을 이용하면 배추 무름병 균을 3분 이내로 신속하게 찾아낼 수 있다. 기존에는 최소 48시간 이상 걸리던 과정을 대폭 줄인 것이다. 예측 정확도는 96% 수준으로 높아 고품질 배추김치 생산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고춧가루 툴툴 넣어 영양 높인다
김치는 배추, 고추, 마늘, 젓갈 등 다양한 원료로 만들어진다. 이들 원료가 가진 수 많은 유기물은 유산균에 의한 발효 과정을 거치면서 다양한 대사산물을 만들어낸다. 특히, 고춧가루는 김치의 핵심이다. 김치 고유의 붉은색과 매운맛을 담당하는 주요 재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춧가루 첨가가 김치를 영양학적으로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김치연 연구진은 2020년 나박김치를 이용해 고춧가루 첨가에 따른 김치 미생물 군집 변화와 대사산물 변화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고춧가루를 첨가한 김치에서는 첨가하지 않은 김치보다 ‘와이셀라 속’ 유산균이 10배나 더 많았다. 김치 발효에 관한 유산균은 크게 3개 속으로 나뉘는데, 이중 와이셀라 속 유산균은 아미노산인 아르니긴을 분해하여 시트룰린과 오르니틴을 생성하는 능력이 다른 미생물에 비해 우수하다.
김치를 담근 직후인 1~2주 발효 과정에서 고춧가루 첨가로 인해 증가한 와이셀라 속 미생물로부터 약 75~120배 많은 오르니틴이 생성되는 것을 확인했다. 오르니틴은 운동기능 향상과 피부 미용에 효과가 있고, 숙취 해소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춧가루가 단순히 매운맛을 낼 뿐만 아니라 김치의 영양학적 우수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김치 발효의 핵심은 배추와 마늘
한편, 연구진은 김치에 들어가는 여러 재료 중 발효를 유도하는 재료도 특정했다. 발효는 김치의 맛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이지만, 어떤 재료에서 유래한 유산균이 김치 발효를 유도하는지, 또 유산균 종류에 따라 김치의 발효 특성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았다.
연구진은 김치의 재료 중 배추, 마늘, 생각, 고춧가루 4종을 선택적으로 멸균한 뒤, 김치 발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유산균이 어떤 재료에서 유래하는지 분석했다. 김치의 재료가 되는 다양한 원부재료 중 배추와 마늘에서 유래한 유산균에 의해 김치 발효가 유도되는 반면, 생강과 고추에서 유래하는 미생물에 의해서는 김치 발효가 유도되지 않았다. 또한, 배추와 마늘에서 유래한 미생물에 의해 만니톨과 젖산 등 대사산물이 생성되는 것도 확인했다. 이 연구는 김치 발효를 이끄는 유산균의 기원을 추적한 것으로 향후 표준화된 김치 생산을 위한 과학적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한편, 맛있게 완성된 김치의 매운맛을 정량화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됐다. 김치연 연구진은 김치 매운맛의 주성분인 ‘캡사이신’과 ‘디하이드로 캡사이신’을 1분 안에 정량 분석할 수 있는 초고속 분석법을 2020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기존에는 전문 분석 장비를 활용하여 1시간 이상 시간을 들여야 김치의 매운맛 분석이 가능했다. 새로 개발된 방법은 기존 분석법 대비 검출 감도가 캡사이신은 4,230배, 디하이드로 캡사이신은 2,382배 향상시켰다.
연구진은 “새로운 분석법을 통해 상품 김치의 매운맛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여 소비자가 기호에 맞는 김치를 선택하는 데 도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전한 포장까지 자체 해결
요즘에는 김장을 하지 않고 김치를 구입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식품위생법상 김치에 보존료 첨가를 금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한 포장에 대한 고민도 병행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치가 자체적으로 항균물질을 생성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김치연 연구진은 김치 발효 대사산물에 연구한 결과, 김치 발효 대사산물로 페닐젖산(PLA)이 생성된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생성 기전을 규명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진은 김치의 대표 유산균인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럼’과 ‘류코노스톡락티스’가 페닐젖산을 많이 만들어낸다는 것을 밝혔다. 김치에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럼 유산균을 첨가한 경우, 발효가 진행됨에 따라 김치 내 페닐젖산의 농도가 첨가하지 않은 김치보다 약 1.7배 증가했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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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3-11-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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