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면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많다. 바다나 도심 속 수영장을 찾을 경우 신체 노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리한 다이어트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때문에 비만 정도가 심한 사람은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약물치료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다만 시중에 나와 있는 비만치료제들은 대부분 효과가 떨어지거나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약물이다. 아무 생각 없이 사용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식욕억제제의 경우 단기간에 체중을 줄이기에는 효과적이지만, 향정신성 의약품이라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장기간 복용 시 정신적 문제가 나타날 수 있고, 그런 점을 우려해 일정 기간 복용을 멈추게 되면 요요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 과학자들이 고추의 매운 성분인 캡사이신(capsaicin)을 활용해 신체에 안전한 비만치료제를 개발했다. (관련 기사 링크)
수용체 자극하여 지방 소모 유도하는 캡사이신
캡사이신은 고추 중에서도 고추씨에 가장 많이 들어 있다. 매운 맛을 내는 주성분인 동시에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주고, 발열 효과를 일으켜 체온을 높이면서 에너지 대사를 증가시키는 기능도 갖고 있다.
캡사이신은 또한 비만 치료의 적이라 할 수 있는 콜레스테롤도 낮춰준다. 콜레스테롤이 낮아지면 당뇨나 동맥경화도 예방할 수 있기에 캡사이신을 적당히 먹는다면 건강한 육체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 와이오밍대 연구진은 이런 캡사이신의 효능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2015년에 이미 캡사이신이 에너지 연소를 촉발하는 수용체를 자극해 지방을 소모하도록 유도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당시 연구를 주도했던 ‘비베크 크리슈난(Vivek Krishnan)’ 연구원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수용체를 제거한 쥐와 제거하지 않은 보통의 쥐에게 캡사이신이 0.01% 섞인 고지방 먹이를 지속적으로 제공했다.
그 결과 수용체를 제거하지 않은 보통의 쥐들만 체중이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캡사이신이 수용체를 자극해 지방을 소모하도록 유도한다는 연구진의 주장이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크리슈난 연구원은 “수용체를 제거하지 않은 쥐들은 대사활동과 에너지 연소가 크게 증가해 먹는 양에 상관없이 체중 증가 억제 효과가 나타났다. 반면 수용체가 제거된 쥐들은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크리슈난 연구원은 또한 당시 인터뷰를 통해 “나노분자를 이용해 캡사이신이 지속적으로 방출되게 하는 약을 개발한다면 비만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이를 개발하는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구용으로 만든 제제가 백색지방을 갈색지방으로 바꿔
그리고 3년이 지난 최근 미 와이오밍대 연구진은 다시 한 번 캡사이신이 비만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는 약학대학의 바스카란 티아가라얀(Baskaran Thyagarajan) 박사가 책임자로 참여했다.
연구진은 본격적인 실험에 앞서 캡사이신의 체내흡수를 돕고 부작용을 줄인 경구용 비만 억제제 메타보신(metabosin)을 개발했다. 메타보신은 캡사이신을 천천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체내에 투여해 지방 소비를 장기간에 걸쳐 촉진한다는 것이 티아가라얀 박사의 설명이다.
그는 “메타보신은 지방세포에서 많이 발견되는 TRPV1라는 이름의 수용체를 자극해 백색지방을 갈색지방으로 전환시킨다”라고 밝히며 “백색지방이 갈색지방으로 바뀌게 되면 체중 증가가 억제된다”라고 말했다.
백색지방은 우리 몸이 에너지로 사용하고 남은 칼로리를 저장해서 생기는 지방이다. 반면 갈색지방은 열을 냄으로써 칼로리를 연소시켜 에너지를 생성하는 지방이다. 갈색지방으로 불리는 이유는 철분을 포함한 미토콘드리아가 다량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만을 억제하려면 백색지방이 없어지고, 갈색지방이 많아져야 한다. 갈색지방을 늘리는 방법으로는 꾸준한 근력 운동이 있다. 메타보신 같은 약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연구진은 지난 8개월 동안 실험용 쥐를 상대로 고지방 먹이를 주면서 메타보신을 함께 투여했다. 그 결과 쥐의 체중이 줄고 대사 건강이 개선되는 등 기존의 백색지방이 갈색지방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티아가라얀 박사는 “실험용 쥐들은 혈당과 혈중 콜레스테롤 그리고 인슐린에 대한 반응이 크게 개선됐다. 또 고지방식으로 인한 지방간도 완화됐다”라고 언급하며 “반면에 염증을 비롯한 캡사이신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업계의 시각은 기대반, 우려반이다. 현재 몇 가지 비만 치료제가 FDA 승인을 받아 실제 임상에서 쓰이고 있지만, 약물 요법 단독으로 충분한 체중 감량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캡사이신을 활용한 약물이 앞으로 비만 치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18-08-01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