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 알지 못하지만, 벼에도 꽃이 핀다. 사실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농부도 벼가 꽃을 피운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벼가 작은 꽃을 피우고 그 꽃 하나가 우리가 먹는 쌀 한 톨이 되는 것이다. 쌀 한 톨이 되기까지 벼는 이렇게 꽃을 피우고 온 힘을 다해 쌀 한 톨을 만들어 낸다.
‘안녕, 밥꽃’을 쓴 저자 장영란은 사람을 먹여 살리는 많은 곡식과 채소의 꽃을 ‘밥꽃’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리고 직접 농사를 지으며 만난 밥꽃 60여 가지를 10년간 글과 그림으로 남겼다. 이 책에는 아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밥꽃 7가지를 골라 담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밥꽃이 고마워지고, 음식이 소중해지고, 그것을 먹는 내 몸 또한 소중하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장미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열매를 품어 우리를 먹여 살리는 수많은 밥꽃들
책 속에서 지은이는 따로 떨어져 있는 암시금치를 보고 안타까워한다. 왜일까? 시금치는 꽃가루가 멀리까지 날아가지 못해서 암꽃과 수꽃이 서로 가까이 있어야한다. 그런데 책 속에서 따로 떨어져 있으니 수꽃의 꽃가루가 닿지 못할 테고, 그럼 씨를 맺지 못하게 되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작고 화려하지도 않은 밥꽃이 세상 그 어떤 꽃보다 아름답고 귀하다고 말하는 지은이는 서울에 살다가 1996년에 농사를 지으러 시골로 내려와 농사를 지으며 만난 60가지 밥꽃들을 글과 사진으로 남겼다. 밥꽃 사진을 찍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새벽마다 카메라를 챙겨 들고 나갔다. 밥꽃이 져버리면 다시 피기까지 1년을 기다렸고, 그렇게 10년 동안 우리 밥꽃을 찍고 글로 남겼다. 그 덕분에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씨앗이 땅에 심겨 싹이 트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다시 씨앗이 생기는 그 과정을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밥꽃뿐 아니라 식물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저자는 책을 통해 두부와 두유, 메주를 만드는 재료인 노랑콩의 원산지는 어디인지, 식물의 한살이는 무엇인지, 배추를 뽑아내지 않고 남겨둔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등에 관해 이야기 한다.
실제로 배추는 흔히 볼 수 있는데, 배추꽃은 좀처럼 볼 수가 없다. 왜일까? 이는 ‘식물의 한살이’를 알아야 이해할 수 있다. 식물의 씨가 싹트고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다시 씨를 만들고 죽기까지를 ‘식물의 한살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먹는 벼나 콩은 한살이를 다 마친 ‘씨’다. 우리가 먹지 않고 땅에 심으면 새 생명이 자랄 수 있는 완전영양을 갖고 있다. 하지만 배추는 다르다. 배추가 꽃을 피우기도 전에 잎을 먹기 때문에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것이다. 만일 김장거리로 뽑아내지 않고 배추를 남겨 둔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겨울 추위에 배추가 얼어 죽기도 하지만 얼어 죽지 않고 살아난 배추는 봄에 다시 싱싱하게 자란다. 잎도 새로 올라오고, 4월이 되면 꽃도 피어날 것이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 있는 식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식물에 대한 여러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밥꽃 이야기, 우리가 사는 이야기
지은이는 외딴 곳에서 자라는 암시금치를 걱정한다. 가까이 수시금치가 없으니 꽃가루를 어디서 구할지, 다른 시금치는 벌써 꽃가루를 만나 씨앗을 맺었는데 저러다 혼자 외로이 늙어 가는 건 아닐까? 걱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외딴 시금치를 보고 사람하고 비슷한 거 같다고 생각한다. 홀로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사람의 모습을 떠올린다. 밥꽃 이야기는 식물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와 비슷하다. 책을 통해 우리의 삶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김지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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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5-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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