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기초·응용과학
정리 = 이강봉 편집위원
2008-01-14

먼저 언어의 장벽을 헐어버려야... 과학과 문화는 과학혁명 이후 같은 운명의 동반자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사회 전반에 걸쳐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과학을 더 사랑하고, 사회 각 분야에서 과학기술을 폭넓게 이용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할 방안은 없을까... 사이언스타임즈는 새해를 맞아 학계, 교육계, 과학문화 등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 신년대담을 통해 과학문화 활성화 방안과 함께 새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과학문화 과제들을 점검 했다. [편집자 註]



[신년대담 참석자 명단]


진정일 과학문화진흥회 회장

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

나도선 한국과학문화재단 이사장

이기성 수유중학교 교장

사회 이덕환 서강대 교수(본지 편집기획위원장)



국내에서 ‘과학문화’란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초반부터였다 . 지금은 ‘과학문화’란 말이 국민들에게 전혀 낯설지 않은 말이다. 정부 역시 법에 따라 ‘과학문화 창달’을 위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계는 물론 인문사회계, 예술계 등 각 분야에서 ‘과학문화’에 대한 의미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11일 사이언스타임즈가 주최한 신년대담에서 도정일 경희대 교수는 서구 과학사적인 측면에서 ‘과학문화’를 설명해 큰 주목을 받았다. 나도선 한국과학문화재단 이사장은 과학 대중화 차원에서, 진정일 과학문화진흥회 회장은 과학기술인의 입장에서 이기성 수유중학교장은 교육자의 측면에서 ‘과학문화’의 의미를 진단했다.


이덕환 = ‘과학문화’란 용어를 사용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정부는 지난 6년 전(2001년) 과학기술기본법에 따라 ‘과학문화 확산’을 10대 과제 중의 하나로 설정하고, 올 들어 2차 기본계획에도 이를 포함시켰다. 그러나 국가적 주요 과제인 ‘과학문화’를 놓고 사회 각 분야에 걸쳐 입장이 다르고, 또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것 같다. 우리에게 과학문화란 과연 무엇인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오늘 이 자리에는 여러 분야에 전문가들이 참석해 있다. 각각의 입장에서 의견을 듣고 싶다.


도정일 =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고, 생각하고, 지식을 쌓아가는 여러 가지 방식 가운데 과학적 방법이 있는데, 이 과학적 방법을 소중히 생각하고, 대중적인 이해를 확산시키는 것이 ‘과학문화’가 아닌가 생각한다. 오늘날 서구문명이 여타 문명을 압도하고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과학기술이 있었고, 그 바탕에는 동양에서 볼 수 없었던 과학문화가 있었다. 구체적으로 기존의 세계 이해에 대한 방식, 또는 지식에 대해 의문이 발견되면 과감하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비판정신과 정직성, 그리고 그 같은 지적 용기를 과감히 받아들인 합리적인 사회 풍토 등은 지금의 탁월한 서구 과학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이었다고 볼 수 있다.


나도선 = 과학문화의 의미를 ‘생활 속의 과학’으로 압축하면 될 것 같다. 과학의 생활화, 생활의 과학화를 위해 먼저 해야 할 일은 일반인들이 과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대중의 언어로 과학을 소개하는 일이다. 실제로 국민들에 있어 과학에 대한 오해가 의외로 심각하다.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의 다른 점을 이해하는 경우가 절반이 안 된다. 때문에 감기가 걸렸을 경우 항생제를 먹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감기는 바이러스성이기 때문에 항생제는 효과가 없다. 비슷한 오해 사례를 자주 발견할 수 있다. 고차원적인 것보다 가까운 실생활에서 과학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교육적인 측면도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지식인의 경우도 매우 기본적인 과학적인 지식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반인들이 과학지식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평생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진정일 = 서구에서 과학문화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국내에서 사용하고 있는 과학문화란 용어는 과학 외에도 또 다른 문화의 분야가 존재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문사회과학을 비롯해, 과학의 생활화, 교육, 국가발전 등 다양한 측면이 넓은 의미의 문화라는 개념에 포함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과학 쪽에서도 (한국적인) 과학문화에 대해 올바른 정의를 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매우 광범위한 개념이라 간단히 하나의 문장으로 정의하기는 힘들다고 본다. 그러나 국내 상황에서 과거를 돌아봤을 때 국내에서 과학문화란 용어는 다분히 국민 의식 합리화란 측면에서 사용돼온 것 같다.


도정일 = 서구사회에서 과학문화란 용어를 한정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 대신 ‘과학혁명’이란 말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서구에서 과학혁명을 가능하게 한 조건들을 들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특히 과거의 친숙해져 있던 중세적 세계관으로부터의 급격한 이탈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는 과학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과학, 예술 등 모든 분야가 포함돼 있다. 이런 점에서 ‘과학문화’를 말할 때 과학영역에만 국한시킬 수는 없다. 과학문화는 근대 500년을 거쳐 오는 동안 근대 세계가 만들어놓은 사고방식으로 과학과 문화가 그 기본 정신을 공유하고 있다. 공통의 기본정신을 갖고 있다. 기본정신이란 자유로운 탐구(Free Inquiry), 새로운 연구결과에 대한 관용, 그리고 겸손의 3가지 가치를 말한다.


진정일 = 일반적으로 보았을 때 (과학과 다른 분야 간에) 다른 문화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무엇보다 언어의 문제 때문이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먼저 언어의 장벽을 헐어버려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지금처럼 가르쳐서는 대화의 단절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언어의 소통이 막힐 수밖에 없다. 많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독서교육 등 새로운 방법을 통해서 우주를 전체적인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하는데 현실 교육상황은 그렇지 않다. 과학이든 인문사회계통이든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에 대해 많은 연구와 노력이 있어야 하겠다.


이기성 = 과학과 문화 사이에 이질감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철학, 문학, 예술 등 문예적인 이야기를 하다 과학 이야기를 하면 매우 낯선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 교육현장에서의 교사, 학생들 모두의 솔직한 분위기다. 그러나 이질감을 교육현장에서 스스로 해소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말씀하시는 언어의 문제 등 근본적인 문제가 존재하는 한 교육현장에서의 이질감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일부 교사들을 통해 과학을 문화의 언어로, 문화를 과학의 언어로 쉽게 가르치려는 시도가 있기는 하지만 역부족이다.


진정일 = 대학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모 대학의 경우 과학기술과 인류문화사를 결합한 새로운 과목을 교육필수과목으로 개설했다. 그러나 이 과목을 가르칠 교수가 없어 결국 그 과목을 폐쇄했다는 말을 들었다. 교수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이 같은 과목을 가르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지 못하고 있는 대학 당국에도 문제가 있다. 과학기술을 문화와 결합하는 일은 중요하면서도 시급한 일이다. 그러나 초.중.대학 교육 모두 이 같은 교육을 실시할 준비가 거의 되어있지 않은 것 같다.


도정일 = 현행 교육을 보면 이과, 문과를 나눠놓고, 한 분야는 아는데 다른 분야는 전혀 모르는 불완전한 지식인을 양산하고 있다. 올바른 세계관을 가진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과학은 물론 역사,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종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지금처럼 과학만 아는 사람, 예술만 아는 사람을 양산하는 교육 시스템은 교육의 본질이 아니다. 세계 이해라는 교육의 제 1목표가 상실되면 교육 전체가 파행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정리 = 이강봉 편집위원
aacc409@hanmail.net
저작권자 2008-01-14 ⓒ ScienceTimes

태그(Tag)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