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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꽃가루의 화려한 변신 해양 기름유출사고 처리 소재로 주목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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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7일 서해안의 태안 앞바다에서는 유조선과 해상 크레인이 충돌해 총 1만2,547㎘에 이르는 원유가 유출됐다. 이로 인해 태안을 비롯해 서산, 보령, 서천, 홍성, 당진 등 6개 시·군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바다에 기름이 유출되는 사고가 일어나면 불을 붙여 태우거나 화학물질을 이용해 작은 기름방울로 분산시키면 된다. 그런데 기름을 태우면 온실가스가 발생하고, 작은 방울로 분산시켜도 미세 기름방울이 해양 생태계를 망가뜨릴 수 있다.

해바라기 꽃가루를 이용해 재사용이 가능한 친환경 흡착재가 개발됐다. ©NTU Singapore

태안 기름유출사건 때는 비교적 2차 환경 피해가 덜한 흡착재로 기름을 수습했다. 하지만 이 역시 2차 오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기름유출사고시 사용되는 흡착재는 폴리프로필렌(PP)을 직물 형태로 제조한 플라스틱 성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수하지 못할 경우 해양 미세플라스틱 배출의 원인이 되며, 회수된 플라스틱 흡착재도 소각 처리과정에서 미세먼지와 발암 성분이 배출될 가능성이 크다. 태안 기름유출사고때 사용된 흡착재만 해도 493t이며 기름걸레, 폐오일펜스, 자원봉사자들의 폐작업복 등 수거된 전체 폐기물의 소각량은 무려 3만2,074t에 달한다.

그런데 해바라기 꽃가루를 이용해 재사용이 가능한 친환경 흡착재가 개발됐다.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NTU) 조남준 교수팀이 개발한 이 소재는 휘발유와 엔진오일 같은 다양한 밀도의 석유 오염물질을 상업용 흡착재와 비슷한 속도로 흡수하는 능력을 보여줘 해양 기름 유출 사고에 대처할 수 있는 유망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기체의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꽃가루

해바라기를 비롯한 모든 꽃가루는 ‘유기체의 다이아몬드’라 불릴 만큼 외막이 굉장히 단단하다. 또한 식물의 수분작용에 사용되지 않는 꽃가루는 생물학적 폐기물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다.

조남준 교수팀이 이 쓰레기(?)의 새로운 용도를 찾아내게 된 건 우연한 실수 덕분이었다. 신약 개발을 위해 꽃가루로 약물전달 시스템을 연구하던 중 한 대학원생이 실수로 꽃가루를 꺼내지 않고 3일 동안 알칼리성 용액에 그대로 담아놓았던 것.

그때 외막이 단단한 꽃가루가 마치 흐물흐물한 젤처럼 변해 있는 걸 발견하곤 연구를 계속해 해바라기 꽃가루로 생분해성 스펀지를 개발하게 되었다.

스펀지를 만들기 위해 연구진은 해바라기의 단단한 꽃가루 알갱이를 기존의 비누 제조와 유사한 화학 공정을 통해 유연하고 젤 같은 재료로 변형시켰다. 3D 다공성 구조를 가진 꽃가루 스펀지가 만들어지면 다시 200℃로 가열해 액체를 반복적으로 흡수하고 방출함으로써 형태와 구조를 안정시킨다.

그 후 동물성 지방과 식물성 지방에서 흔히 발견되는 지방산의 일종인 스테아르산층을 코팅하면 구조적인 무결성을 유지하면서도 소수성이 있는 스펀지가 만들어진다. 소수성이란 물과 쉽게 결합하지 않는 성질을 말한다.

연구진은 휘발유 등 다양한 밀도의 유기용제와 기름으로 꽃가루 스펀지에 대한 오일 흡수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9.7~29.3g/g 이상의 흡수 용량을 지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흡수 용량 범위가 8.1~24.6g/g인 상업용 폴리프로필렌 오일 흡수제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생체 적합성 있어 응용 가능성 다양

또한 스펀지를 실리콘 오일에 반복적으로 담근 뒤 오일을 짜내는 등 내구성과 재사용 가능성을 시험한 결과, 적어도 10회 이상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조남준 교수와 성균관대학 화학공학과의 조슈아 잭맨(Joshua Jackman) 교수 및 황영규 박사가 공동으로 진행한 이 연구 결과는 소재 분야 국제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됐다.

조남준 교수(맨 오른쪽)가 해바라기 꽃가루 흡착재를 들어서 보이고 있다. ©NTU Singapore

지금까지 개발된 해바라기 꽃가루 스펀지는 지름 5㎝ 크기에 불과하지만, 연구진은 업계의 필요에 맞게 스펀지 크기를 늘릴 계획이다. 또한 연구진은 실제 환경에서 꽃가루 스펀지에 대한 시범 테스트를 하기 위해 비정부기구 및 국제 파트너들과 협력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꽃가루는 생체 적합성이 있다. 그 때문에 신체 조직에 노출될 때 면역학적 알레르기나 독성 반응을 일으키지 않아 상처 드레싱, 보철물, 이식 가능한 전자장치 등의 응용에 잠재적으로 적합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조남준 교수는 “우리의 혁신적인 꽃가루 재료가 언젠가는 널리 사용되는 플라스틱을 대체하고 플라스틱 오염이라는 세계적인 문제를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저작권자 2021-04-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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