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인슐린의 분자구조를 규명한 천재들 (25) 프레더릭 생어와 도로시 호지킨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프레더릭 생어는 남들은 한번도 받기 어려운 노벨상을 두 번이나 받은 천재다. 그는 인슐린 구조 연구를 통해 불과 40세의 젊은 나이에 노벨 화학상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도로시 호지킨은 24세에 인슐린 연구를 시작해 35년 만에 인슐린의 3차원 입체 구조를 밝혀낸 의지의 과학자다. 도로시 호지킨 또한 생체 분자구조 연구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인슐린 아미노산 서열을 밝혀낸 프레데릭 생어

프레더릭 생어의 첫 번째 노벨상 수상은 단백질 서열을 최초로 해석한 공로를 인정받은 결과였다. 그가 최초로 해석한 단백질은 바로 ‘인슐린(insulin)’이다. 인슐린(insulin)은 51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뤄진 단백질이다.

분자생물학과 유전공학 발전에 기여한 프레더릭 생어. ⓒ 김은영/ ScienceTimes

생어는 1955년 생거법을 사용해 소의 인슐린 구조를 알아냈다. 그는 인슐린의 아미노산 배열순서를 정확히 밝혔다. 소 인슐린은 사람 인슐린의 아미노산 구조와 48개는 동일하고 3개는 다르다.

인슐린이라 하면 자동으로 당뇨병이 연상된다. 음식이 몸에 들어오면 당을 흡수하여 혈당을 낮추도록 하는 것이 인슐린의 역할이다. 인슐린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면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당뇨병은 심근경색, 뇌졸중, 실명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해내는 주범이다. 지금은 쉽게 인슐린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인슐린이 대량 생산되기 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신체 일부를 절단하거나 목숨을 잃었다.

이전에는 소나 돼지 등 동물의 인슐린을 사용했다. 소나 돼지의 인슐린은 사람의 인슐린과 아미노산 구조가 달라서 부작용 등의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생어가 인슐린의 아미노산 서열을 규명하면서 1978년에는 유전자 재조합 방식을 이용한 인간 인슐린(human insulin)이 개발됐고 이전에 소나 돼지에게 얻었던 인슐린의 부작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프레더릭 생어와 도로시 호지킨은 화학적 인슐린 합성을 비롯한 당뇨병 치료제 개발에 크게 기여했다. (사진=당뇨병 치료를 위한 인슐린 치료제)

생어는 단백질 연구에 이어 DNA 연구에 도전했다. DNA는 유전 정보를 지니고 있는 물질의 총칭이다. 생어는 DNA의 구조를 이루는 A(아데닌), T(티민), G(구아닌), C(시토신) 4종의 염기서열을 읽는 기술을 개발하여 두 번째 노벨 화학상을 거머쥔다.

DNA의 염기서열을 해독해 인간 게놈(Genomics) 프로젝트를 가능케 한 그의 업적은 오늘날 첨단 생물학, 현대화학, 유전공학 발전의 귀중한 토대가 됐다.

인슐린 연구를 35년 만에 완성한 도로시 호지킨

인슐린의 1차 구조인 아미노산 서열을 규명한 이가 프레더릭 생어라면 도러시 호지킨은 인슐린의 3차 구조, 즉 입체구조를 규명한 천재다. 도러시 호지킨은 X선 결정학을 통해 인슐린의 구조를 분석했다. X선 결정학(X-ray crystallography)이란 X선 회절 현상을 이용해 화합물의 3차원 입체구조를 알아내는 방법이다.

24세에 밝히고자 했던 인슐린 분자구조를 35년 만에 완성한 도로시 호지킨. ⓒ 위키미디어

호지킨과 인슐린과의 인연은 193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24세였던 호지킨은 X선 회절영상으로 인슐린 결정 촬영에 성공한다. 하지만 인슐린의 구조를 풀어내기엔 당시 기술로는 쉽지 않았다.

호지킨은 인슐린 연구의 연장선 상에서 콜레스테롤의 구조를 찾는 일에 열중했다. 연구는 페니실린 연구로 이어졌고 이후 100여 개의 원자로 이루어진 비타민 B₁₂의 분자구조를 X선 분광기를 사용해 밝혀낸다. 호지킨은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64년 노벨 화학상을 거머쥐었다.

노벨상 수상 이후 호지킨은 영국 옥스퍼드 대학으로 돌아와 자신이 24세 때 연구했던 인슐린 연구를 이어가기로 한다. 당시 호지킨은 젊었을 때부터 수없이 반복되는 실험으로 인해 심한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고 있는 상태였다. 그의 손은 X선 기계 스위치를 작동하기 어려울 만큼 손상됐다. 하지만 호지킨은 젊은 시절 인슐린의 구조를 알아내고자 했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결국 1969년도에 X선 사진 위 7만여 개의 반점을 분석해 인슐린의 입체구조를 완벽하게 규명해냈다. 35년 만에 이뤄낸 끈기의 산물이었다.

일생을 분자구조 연구에 바친 프레더릭 생어와 도로시 호지킨. 이들은 화학적 인슐린 합성을 비롯한 당뇨병 치료제 개발에 크게 기여했다. 이들의 일생을 건 끈질긴 집념의 연구 덕분에 우리는 오늘날 단백질을 비롯한 수많은 종류의 생체 고분자 연구를 발전시킬 수 있게 됐다.

 

김은영 객원기자
teashotcool@gmail.com
저작권자 2021-03-15 ⓒ ScienceTimes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