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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에서 인류의 기원을 찾다 (39) 제인 구달과 루이스 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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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침팬지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이자 국제적인 환경운동가로 유명한 제인 구달 박사가 종교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템플턴상을 수상했다. 존 템플턴 재단은 구달 박사의 수상 사유에 대해 “제인 구달은 동물의 지능에 대한 세계의 시각을 크게 바꿨고 그 결과 인간성에 대한 이해를 풍부하게 했다”라고 설명했다.

구달 박사는 침팬지 연구에 일생을 바쳤다. 그의 침팬지 연구는 수상 사유처럼 인류에게 동물에 대한 다른 시각을 전해주었고 인류가 동물과 자연에 대해 어떻게 대하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 주었다.

인간만이 도구를 사용한다? 침팬지의 어머니 제인 구달

제인 구달(Jane Goodall, 1934~)이 처음 침팬지를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60여 년 전. 26세의 구달은 1960년 탄자니아 곰베 강 야생동물 보호구에서 처음 침팬지를 만났다. 그리고 그곳에서 침팬지와 함께 지내며 침팬지를 관찰한 결과 구달은 세계가 그동안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었던 침팬지의 획기적인 생태 특성을 밝혀냈다.

침팬지의 특성을 밝혀 영장류학에 커다란 공헌을 한 제인 구달. ⓒ 김은영/ ScienceTimes

침팬지는 영장목 성성이과의 포유류로서 지구의 현생 종 중 가장 인간과 흡사한 특성을 가진 영장류 중 하나다.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침팬지와 인류는 한 뿌리에서 만난다. 인간과 침팬지는 약 500만 년 전 공통 조상에서 갈려져 진화했기 때문이다.

인간이 도구를 사용한다는 특성, 사회생활을 한다는 특성은 모두 침팬지도 가능한 일이다. 침팬지는 인간과 똑같이 정치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구달은 침팬지가 도구를 잘 사용하고 육식도 한다는 것, 동족을 살해한다는 점 등 과거에는 몰랐던 침팬지의 특성을 밝혀냈다.

26세의 젊은 나이에 탄자니아 오지에서 침팬지 연구를 시작해 60년이 된 제인 구달 박사. ⓒ www.janegoodall.org

당시 침팬지는 채식 동물로 알려져 있었다. 또한, 도구를 사용하는 것을 밝혀냄으로써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인간만의 특성이라고 생각하던 당시 학계의 생각을 완전히 뒤집었다. 구달이 침팬지가 도구를 만들고 사용하는 것을 발견한 것은 20세기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로 여겨진다.

동물학이나 인류학에 대한 전문 지식이나 교육을 받지 못한 26세의 젊은 여성이 아프리카 오지에 들어가 침팬지만을 관찰하면서 수십 년을 산다는 것은 보통 사람이라면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구달은 침팬지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그 모든 것들을 극복해냈다.

제인 구달의 스승이자 고인류학의 선구자, 루이스 리키

고인류학의 선구자라 불리는 루이스 리키(Louis Seymour Bazett Leakey, 1903~1972)는 제인 구달의 명성에 비하면 생소한 인물이다. 가장 대중적인 인지도를 가지고 사랑받는 동물학자는 제인 구달이지만 오늘날의 제인 구달이 있기까지는 루이스 리키의 도움이 컸다. 구달은 고등학교를 졸업 후 야생 동물을 연구하고 싶은 마음에 당시 케냐 나이로비의 국립 자연사 박물관장인 루이스 리키를 찾아갔다. 그리고 그의 비서가 됐다.

부인 메리 리키(사진 왼쪽)와 함께 한 리키 루이스 박사(사진 오른쪽). 메리 리키도 고인류학자로 화석 발굴에 앞장섰다. ⓒ 위키미디어

루이스 리키는 구달의 열정과 능력을 보고 구달이 탄자니아에서 본격적으로 침팬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동물학에 대한 전문지식이나 학위가 없던 구달을 박사학위 과정까지 밟을 수 있게 한 것 또한 그였다. 당시 구달의 능력과 열정을 알아본 리키 박사의 식견이 있었기에 인류는 고인류학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케냐에 정착한 루이스 리키는 케냐 주류 종족인 키쿠유족과 교류하며 완벽하게 아프리카의 환경과 문화를 완벽하게 습득했다. 아프리카의 문화를 습득하면서 그는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에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는 미국 캠브리지 대학에서 인류학과 고고학을 전공하고 이어 박사과정까지 마친 후 그 증거를 찾기 위해 탄자니아 올두바이 협곡을 조사했다. 천신만고 끝에 그가 찾은 화석은 가장 오래된 사람 속(屬)인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의 화석이었다. 인류의 기원이 종래의 학설보다 더 오래전부터 시작됐다는 것을 알린 이 화석은 인류의 역사와 앞으로의 방향을 나타내는 중대한 인류학사의 자료가 됐다.

루이스 리키는 후학 양성에도 큰 힘을 썼다. 인간과 가장 흡사한 생물인 유인원 연구에 대해 강한 열정을 보였다. 그는 침팬지 연구에는 제인 구달을, 고릴라 연구에 다이앤 포사, 오랑우탄 연구에는 비루테 갈디카스를 낙점하고 이들이 유인원 연구를 하는 데 있어 부족함이 없도록 물심양면 지원했다. 그 결과 이들 모두 오늘날 유인원 연구에 커다란 공헌을 했다.

루이스 리키가 가는 길은 외롭고 험난한 길이었다. 그가 발견한 화석들은 학계에서 인정해주지 않아 오랫동안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고 학계의 이단아 소리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열정은 아들, 손자까지 3대에 걸쳐 고인류학에 매진하게 했으며 그가 일생을 바쳐 양성한 후학들과 발굴한 수많은 화석은 오늘날 인간의 진화 과정과 인간의 특성을 연구하는 소중한 기틀이 됐다.

김은영 객원기자
teashotcool@gmail.com
저작권자 2021-06-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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