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가장 지구촌을 뜨겁게 달군 기사는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 버진그룹 회장의 우주 비행 소식일 것이다. 지난 11일(현지 시간) 브랜슨은 ‘유니티’를 타고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고도 88.5㎞의 우주 상공까지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그가 탑승한 ‘유니티’는 브랜슨이 창업한 우주기업 버진 갤럭틱에서 만든 우주 비행기다.
공공연하게 ‘화성 이주’를 주장하는 일론 머스크나 ‘올해 7월부터 민간인이 탑승하는 우주 관광을 실현하겠다’고 발표한 제프 베이조스는 이미 전 세계의 ‘우주 개발 아이콘’이다. 그런데 이들 뒤에는 우주 개발을 노리는 또 다른 ‘뉴 페이스(New Face)’들이 있다. 이번에 우주 비행에 성공한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과 호텔처럼 지낼 수 있는 우주선 모듈을 개발 중인 로버트 비글로우(Robert Bigelow) 버짓 스위츠 호텔(Budget Suites Hotel) 회장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71세의 괴짜 부호 브랜슨의 과감한 우주개발 베팅
브랜슨은 우주 상공에 올라 “나는 한때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꿈을 가졌던 아이”라며 “이제 멋진 어른들과 우주선을 타고 아름다운 지구를 바라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브랜슨의 전언은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유튜브 시청자와 뉴멕시코주의 버진갤럭틱 우주 기지에 있던 관중들에게 생중계됐다. 중계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새로운 우주 관광 시대를 연 브랜슨에게 환호하며 짜릿한 희열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브랜슨의 버진 갤럭틱은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 X나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우주개발기업이다. 사람들은 스페이스 X나 블루 오리진 중 한 곳이 준궤도 비행을 중심으로 한 민간 우주관광 기업이 될 것으로 전망해왔다. 하지만 브랜슨은 이와 같은 예상을 깨고 이들을 제치고 우주 비행에 성공하며 그의 이름을 전 세계에 똑똑히 알렸다.
브랜슨의 우주를 향한 사랑은 그가 19세가 되던 해부터 시작됐다. 그 해는 닐 암스트롱은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착륙한 1969년도였다. 그는 TV 속 닐 암스트롱을 보면서 자신도 언젠가 우주를 가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는 19세 때의 꿈을 그대로 실천에 옮겼고 결국 목숨을 건 우주 비행에 성공했다. 이제까지 버진 갤럭틱이 보낸 유인 비행은 단 한 차례만 성공했다. 지난 2014년도에는 비행사가 사망하는 사고까지 발생했기 때문에 브랜슨이 직접 탑승한 것은 자신의 목숨을 건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우주정거장에 풍선형 우주호텔을 만든 로버트 비글로우
브랜슨 외에도 우주여행에 사활을 건 또 다른 뉴페이스가 있다. 미국의 억만장자 로버트 비글로우 버짓 스위츠 호텔(Budget Suites Hotel) 회장이다. 거대한 호텔 체인을 이끌고 있는 그는 우주선을 호텔식으로 짓겠다는 야심을 품었다. 그는 비글로우 스페이스(Bigelow Space Operations, BSO)와 비글로우 에어로스페이스를 통해 2007년부터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팽창식 호텔을 국제 우주정거장(ISS)에 부착하고 이를 운영해오고 있다.
그는 앞으로 우주경쟁이 치열해지고 우주 로켓 발사가 빈번해지면 우주에도 거주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생각한 것은 우주에서도 호텔처럼 쾌적하게 거주할 수 있는 풍선형 호텔이다.
그는 앞으로 달과 지구 사이에 호텔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어 달 여행이 본격화되면 달 표면에도 ‘월면 호텔’을 짓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다만 그의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될지는 의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로 인해 지난해 비글로우 에어로스페이스 운영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여건이 좋아져서 다시 운영을 재개하게 된다면 향후 몇 년 후 정말 사람들은 그의 우주 호텔에서 저녁을 먹으며 지구를 감상하게 될지도 모른다.
오는 20일에는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 갤럭틱을 시작으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도 자신이 이끄는 우주탐사기업 블루 오리진의 우주선 ‘뉴 셰퍼드’을 타고 우주 상공으로 날아오를 예정이다. 곧이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스페이스 X에서도 우주비행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최근 우주는 전 세계 최고 부호들이 노리는 최고의 ‘보물섬’이다. 우주는 광활하고 수많은 잠재력이 있다. 하지만 그 누구의 것도 아니다. 그 때문에 혹자는 지금의 이러한 상황을 미국 서부 개척시대의 ‘골드러시’ 상황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단순히 부호들의 취미 정도나 그들의 돈벌이 비즈니스 사업으로만 치부할 건 아니다. 우주산업은 첨예한 디지털 정보와 첨단기술이 집약된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부호들이 우주를 향한 꿈을 현실로 구현했다는 것은 인류가 우주를 향한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과학기술을 가지게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과거 닐 암스트롱이 인류를 대표해 달에 역사적인 첫발을 디뎠던 것처럼 인류는 우주를 향한 또 다른 한 발걸음을 내딛게 된 것이다.
- 김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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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7-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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