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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의 구속을 벗어나 우주로 향한 그들 (36) 스티븐 호킹과 이상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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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우리는 우주 속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인류는 늘 우주를 향해 궁금해했다. 그리고 그 거대한 질문은 늘 물음표로 남았다. 세계적인 천체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1942~2018)은 몸이 불편해져 전동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게 될수록 더욱 우주로 눈을 돌렸다. 인간의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답이 우주에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스티븐 호킹’이라 불리는 이상묵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도 그렇다. 불의의 사고 이후 목 아래를 움직이지 못하는 이 교수 또한 전동 휠체어를 타지 않고서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지만, 몸이 불편해질수록 생각은 더 넓어졌다. 그리고 상상력을 통해 우주를 자유롭게 유영하며 우주 속에서 인류의 의미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지금쯤 우주 어딘가를 자유롭게 유영하고 있을 스티븐 호킹

지난 2018년도에 타계한 스티븐 호킹 박사만큼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던 매력적인 물리학자는 흔치 않을 것이다. 호킹 박사는 일생을 양자역학과 상대성 이론을 이용해 블랙홀의 존재를 규명하는데 할애했다. 그는 우주의 생성과 우주의 힘을 설명하는 통일장 이론에 크게 기여했다. 무엇보다 인류가 가장 궁금해하는 우주와 시간여행, 인류의 존재를 찾는 ‘빅 퀘스천’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했다.

지금은 우리 곁을 떠난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1942~2018). 그는 고통스러운 병을 앓으면서도 과학에 대한 열정과 유머를 잃지 않았다. ⓒ 김은영/ ScienceTimes

그의 저서 ‘시간의 역사(A Brief History of Time)’는 스티븐 호킹이라는 이름을 세계에 알린 책이다. 1998년에 출간된 시간의 역사는 40개 언어로 발간되며 1천만 부 넘게 팔리며 지금까지 전 세계 밀리언셀러로 사랑받고 있다. 호킹이 사랑받는 이유는 그가 위대한 천체물리학자라는 사실 외에 오랫동안 고된 병에 시달려오면서도 연구에 대한 열정을 꺾지 않았다는 데 있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고통을 유머로 승화시키며 대중과 주변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호킹은 21세에 2년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그의 병명은 ‘근위축 측삭 경화증(ALS)’. 일명 루게릭병이라 불리는 불치의 병이다. 그는 루게릭병을 앓으면서 목이 꺾이고 팔과 다리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근육이 마비되면서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얼굴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일그러졌고 제대로 앉아있는 것도 힘겨울 지경이 됐다.

2007년 나사에서 무중력 체험을 하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호킹 박사. ⓒ https://www.hawking.org.uk

그는 박사 학위를 앞두고 연구를 계속해야 하는지 갈등해야 했다.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은 스스로 운동을 통제할 능력을 잃고 말하고 먹고 숨 쉬는 능력까지 서서히 잃어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러한 불운의 순간을 더욱 즐기기로 했다. 신체의 구속은 그를 묶어둘 수 없었다.

그는 몸이 점점 더 불편해질수록 자유로워졌다. 호킹은 물리학 법칙과 머릿속 생각을 이용하여 우주를 여행하며 살았다. 호킹은 그의 유작 ‘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도서출판 까치)에서 “나는 우리 은하에서 가장 먼 끝까지 가보았으며 블랙홀 안에도 들어가고 시간이 시작되는 순간으로 거슬러 가보기도 했다”라고 회고했다. 호킹은 인간으로서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신체의 구속을 벗고 가장 자유로운 영혼이 되었다.

죽음의 사막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한 한국의 스티븐 호킹

이상묵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한국의 스티븐 호킹’이라 불린다. 그는 지난 2006년 미국 캘리포니아 데스밸리(Death Valley)에서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를 겪으며 척추를 다쳤다. 서울대학교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이 공동으로 진행한 지질연구 조사를 갔다가 겪은 사고였다. 이 교수는 네 번째 척추가 손상되어 목 아래는 움직이지 못한다. 사고 이후 그는 책장을 넘기는 것조차 물을 맘대로 먹을 수조차 없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강단 위의 슈퍼맨, 한국의 스티븐 호킹이라 불리는 이상묵 교수. ⓒ 김은영/ ScienceTimes

이 교수는 사고 이후 6개월간의 피나는 재활 훈련 끝에 서울대학교 강단에 다시 서는 기적을 만든다. 그는 과학자로 살기 위해 장애를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고 말했다. 과학에 대한 열정은 신체를 뛰어넘었다. 그는 전동 휠체어에 의지하면서도 빨대에 꽂은 물이 아니면 물을 마실 수 없었음에도 책은 읽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이 교수는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사고 후 지난 10여 년간 아마존 킨들에서 구매한 책은 800여 권이 넘었다.

그는 몸이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서 오히려 전공을 뛰어넘어 더 폭넓은 장르의 학문을 탐구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다양하고 방대한 양의 책을 읽으면서 그는 자신의 전공 외에는 관심이 없었던 분야의 문제들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고 탐구하기 시작했다. 장애를 겪은 것이 과거 건강한 몸에서는 생각해본 적 없는 문제를 새로운 각도에서 보게 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사고가 난 지 15년이 지난 지금, 환갑의 나이에도 이 교수는 왕성한 연구 활동과 강의, 강연을 병행하고 있다. 그 덕분에 ‘강단의 슈퍼맨’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 교수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당연하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그는 사고 이후 삶의 의미와 우주 속 인간의 존재도 새롭게 정의할 수 있었다. 그는 인류가 우주의 희망이라 믿는다. 두 ‘스티븐 호킹’은 우주 속에서 인간 삶의 진리를 깨달았다. 신체의 불편함이 그들에게 우주로 날아갈 수 있는 영감과 상상력을 준 것이다.

김은영 객원기자
teashotcool@gmail.com
저작권자 2021-05-3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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