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융합의 시대다. 21세기에 진입한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별개의 지식, 분리된 학문 영역을 종합하는 융합과 통섭에 매우 적극적으로 순응해왔다. 역사라는 이름으로 중무장한 오랜 시간 동안 각각 전문화되어 있는 개별 영역들은 인접·이접 영역을 가리지 않고 교류와 결합을 통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만들어 냈다. 이후 4차산업혁명과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융합 이슈가 사회적 관심을 받는 분위기다.
특히 단일성이 보편적 가치였던 한국 사회 역시 기존의 교육 방식과는 차별화된 ‘교육혁신’을 시도하면서 융합인재 양성에 공을 들여왔다. 그리고 지금, 코로나19로 닥친 위기를 극복하고, 다가오는 뉴노멀의 시대를 준비하는 교육 대전환이 신중하게 모색되고 있다.

STEAM, 융합적 창의인재의 소양
우리나라는 2015년에 개정한 교육과정의 목적을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에 두고 있다. 현재도 운용 중인 교육과정에서 창의융합형 인재란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추고 바른 인성을 겸비하여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고 다양한 지식을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람”으로 정의되었다. 이를 위해 학교는 모든 학생에게 인문, 사회, 과학기술의 기초적인 소양을 쌓고, 이 지식을 실제 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점차 예측이 어려운 사회로 접어들자 시대가 요구하는 ‘융합’, 즉 서로 떨어져 존재하던 것들을 관련짓고 연결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지식을 학교 교육 차원으로 끌어들이게 된 것.
이러한 교육 방법은 이미 세계 교육 선진국에서 활발히 시도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교육혁신 캠페인’을 통해 젊은 세대의 STEM 능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추진 중이다. STEM이란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 등을 종합적으로 교육하는 것으로, 다학제·범학제적 과학기술 소양을 갖춘 인력 양성이 목적이다.
유럽 역시 미국과 유사한 목적으로 STEM 분야를 교육하고 있으며, 영국을 중심으로 기존의 STEM에 예술(Arts)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었다. 그 밖에도 독일, 일본, 호주, 프랑스, 캐나다 등 교육 선진국들은 점차 STE(A)M에 초점을 두고 융합적 창의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2011년부터 시행된 우리나라의 STEAM 교육은 ‘융합적 소양’을 강조하며, 다양한 지식을 활용해 실생활 속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양성하고자 한다. 사실 학교 현장에서는 단일 교과로서 ‘과학’, ‘수학’이 비인기 과목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분명히 이 교과목들이 미래의 국가경쟁력을 견인하는 과학기술 역량과 직결된다. 이 때문에 STEAM 교육은 이들 교과목에 대한 흥미와 이해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방법들을 고안하고 개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뉴노멀 시대에 더 강조되는 융합교육
미래학자들은 인류가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기후 변화, 식량, 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촉발된 예상 불가능한 어젠다를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현대 사회의 복잡성으로 인해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력은 융합적 사고력에서 기인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예측은 실제로 수개월째 전 세계의 모든 사회활동을 정지시키고, 수많은 사망자를 낸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서 입증되고 있다. 따라서 혹자의 표현대로 ‘대전환의 시대’, 혹은 ‘뉴노멀 시대’에는 융합적 사고와 문제해결 능력, 이 같은 능력을 갖춘 인재 양성이 더욱 강조된다.
이 같은 사회적 요구에 맞춰 다양한 분야에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바, 지난 23일에 개최된 ‘ICAS(International Conference on the Advancement of STEAM) 2020’에서 대표적 융합교육인 STEAM의 국제적 발전 추세와 사례들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다.

‘뉴노멀 시대로의 도전(Challenge into New Normal)’을 주제로 열린 본 행사는 국제 사회가 바라보는 뉴노멀 시대, 현재 시도되고 있는 STEAM 방법, 융합교육 교수학습법, STEAM 교육과 기술, 교육의 기능 등의 세부 섹션으로 나뉘어 총 31개의 강연과 발표로 풍성한 논의가 진행됐다.
그라하마(Chatlotte Grahama) 교수는 “코로나19는 오랜 세월을 거쳐 견고하고 구조화된 교육과정의 외부에서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교육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전통적인 교육 방법과 가상 교육 사이의 적절한 균형이 매우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었지만, 뉴노멀 시대에서 이러한 논의는 예전같이 구조화된 명료한 정답으로 귀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이제는 이슈와 설루션 모두 융합과 통섭을 통해 최선을 찾아가는 방향이 중요한 시대가 왔다는 것.
기조 발제를 한 리오라(Liora Nutova) 교수 또한 “일상생활과 학문적 환경에서의 변화와 도전은 총체적이며 융합적 관점에서 출발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현재 온라인 수업은 위기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학습자들이 다양한 플랫폼을 다루고 지식을 공유하면서 ‘프랙털 기하학(fractal geometry)’을 경험하고 이를 또 다른 상황에 적용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대부분의 발제자들은 코로나19 상황은 갑작스러웠지만, 4차 산업혁명 이후 이미 다양한 플랫폼이 개발되고 이를 교육에 적용하는 추세였다면서 교육 방법의 대전환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예견된 일이었다는 데 동의했다.
뉴노멀 시대의 교육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인력 양성이 목적이 될 것이며, 교육의 게이밍화 및 가상현실, 증강현실, 인공지능, 자동화된 디지(digi)와 같은 신기술의 신속한 통합 전망과 같이 교육에 관한 가장 대담한 아이디어들을 탐구하는 것 자체가 교육이 될 것이다.

- 김현정 객원기자
- vegastar0707@gmail.com
- 저작권자 2020-10-28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