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코로나 이후 예상되는 세상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1970년대 이후 드러난 신자유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 그리고 4차 산업혁명 전개를 통해 예고되던 대전환의 움직임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거대한 실험을 통해 전면 부상한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뉴노멀은 4차 산업혁명의 가치와 상통하는 내용이 되리라고 봅니다.”
최근 발간한 저서 ‘팬데믹과 문명’을 통해 인류 문명과 전염병의 연관성을 분석한 김명자 (사)서울국제포럼 회장. 그는 코로나 이후 예상되는 이른바 ‘뉴노멀’ 시대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제시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향한 국제협력입니다. 세계적 위기는 어느 특정 국가의 힘만으로는 결코 풀 수 없고, 감염병 자체가 글로벌 이슈이기 때문이죠. 서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와 노하우를 공유해서 효율적으로 대응해야 하고, 치료제와 백신의 공급과 배분 역시 국제협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강대국들이 협력 대신 서로를 탓하는 블레임 게임(Blame Game)을 하고 있고, 코로나 이후 각자도생에 나설 것이라 하니 전망이 어둡네요.”

“협력과 공감…국가와 조직 이끌 핵심 키워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조직과 국가 모두 소통하고 공감하고 협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물리적으로는 거리를 둘지라도 타인과 협력하는 것이 리질리언스(resilience, 회복력)를 높이는 길이다.
“조직의 구성원들이 현실에 대한 공감대를 이루면서 대응하면 위기 상황에서도 조직의 리질리언스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때 관건은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 능력이죠.”
이를 위한 사례 중 하나가 온라인상에서 서서 하는 ‘스탠드업 회의’다. 구성원들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친밀감과 소속감을 키우는 한편, 업무 진행과 프로세스 개선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김 회장은 “스킨십이 빠진 비대면 환경에서도 사람들 사이의 인간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며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협력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특히 조직의 구성원들이 서로 협력하고, 자신의 특별한 재능이 조직의 이익과 발전에 기여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조직의 역량과 구성원의 자신감을 높이는 것이 가장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공유경제 활성화…문명사적 전환 이끌 것”
한편 이번 사태로 위기를 맞았던 공유경제가 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발전을 이끌 수 있는 뉴노멀 시대의 주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에어비앤비가 올 상반기에만 10억 달러의 손실을 예상하고, 우버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등 기존 공유경제 모델이 코로나 이후 충격에 빠진 형국입니다. 그러나 공유 주방이나 공유 상점 등 새로운 공유경제 모델 비즈니스가 성장세를 보이는 사례도 있었죠.”
김 회장은 또한 동선이나 공간을 무작위로 공유하는 것이 아닌, 개인이 독립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 모델을 창출한다면 코비드-19 이후 공유경제 모델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스마트폰의 등장, 5G 이동통신 서비스의 도입 등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누구라도 연결되는 초융합 시대가 열리는 점을 고려하면 공유경제 실현에 대한 가능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김 회장이 공유경제에 주목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는 이에 대해 “이론적으로 공유경제를 통해 소유를 최소화하면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며 “이상적인 수정 자본주의 모델의 하나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자동차가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장소로 찾아가는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그리고 그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위한 기술적, 제도적, 사회적 인프라가 갖추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자동차의 ‘탈소유’를 통해 자원을 절약하고, 환경오염을 해소하며, 공간 활용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효율성은 더욱 높아지겠죠. 이런 변화를 바탕으로 문명사적 전환이 가능해질 것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과학기술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는 뉴노멀 구축에서 ‘나침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스마트 워크, 온라인 교육, 원격의료 등 산업 부문에서의 변화는 물론, 그로 인한 사회 변동의 폭과 깊이를 가늠하고 통합적 관점에서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역사적으로 산업혁명에서의 기술 패러다임 전환은 가치관의 변화, 사회체제 혁신과 서로 조응하며 전개돼 왔습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은 산업, 경제, 고용, 사회, 정부 형태까지 모두 바꿀 것이기 때문에, 기술과 사회를 엮어서 보는 통찰력이 중요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경제, 산업, 교육, 보건, 안전 등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표준과 규범을 만들어야 합니다. 뉴노멀 구축에서 정부의 가장 큰 역할은 규제 혁신입니다.”
“인간 자체가 지구의 바이러스…조화 원리 깨달아야”
이야기는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책으로 넘어갔다.
“거듭 강조하지만, 21세기는 기후위기, 자원위기, 생태계 파괴, 빈부격차, 보건안보 등의 리스크 요인이 얽힌 복합위기 시대입니다. 그런데 이런 복합위기의 근원은 ‘끝없는 개발’과 ‘무조건적 성장’을 추구하는 듯한 이 시대의 세계관과 얽혀 있습니다.”
그 대안으로 김 회장은 “동양 전통의 ‘천인합일사상(天人合一思想)’을 현대 문명의 맥락에서 재해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히며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강조했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서로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전체론적(holistic)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첨단 기술문명은 인간의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인간과 자연 사이의 원초적인 유기성을 무시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러, 자연과의 조화 원리는 점차 잊히고 있죠.”

결론적으로 ‘공존’, ‘협력’, ‘조화’가 현재의 위기 국면을 벗어날 수 있는 대원칙이자, 미래사회의 핵심 가치라는 말이다. 김 회장은 “인류 문명이 바이러스 공포에서 벗어나려면 인간 자체가 지구라는 숙주를 위협하는 바이러스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자연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재조명하는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대로, ‘코비드-19 발생은 생태계 위기를 무시한 인류에 대한 자연의 대응’일 수 있습니다. 결국 인간과 다른 생명체와의 관계를 깨닫고, 주어진 한계 내에서 ‘지속가능 발전’을 지향하는 패러다임으로 바뀔 때 근원적인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이런 논리가 공허하게 들릴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한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 김청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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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6-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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