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2011)’와 ‘러브 앳(2019)’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주인공들의 직업이 소설가라는 것, 그리고 현재 연인과의 갈등이 있고 그것의 실마리를 평행우주의 공간에서 찾게 된다는 것이다.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 길은 연인과의 가치관 차이로 혼란스러워 한다. 그는 낭만과 이상을 꿈꾸지만 약혼녀 이네즈의 관심은 현실적이고 물질적인 것들뿐이다. 그런 그녀는 그를 무시하며 다른 남자 일행과 춤을 추러 가버린다.

길은 머물던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허탈하게 걷다 길을 잃고 계단 위에 주저앉는데, 이때 어딘가에서 종소리가 들려오고 그의 앞에 한 대의 자동차가 멈춘다. 엉겁결에 그 차에 오른 그는 1920년대에 닿게 된다. 그곳에는 동경해오던 예술가 헤밍웨이, 피카소, 그리고 스콧 피츠 제럴드가 있다. 그 후 꿈같은 만남은 매일 밤 열두 시가 되면 어김없이 이어졌고 그는 그 세상 속에서 거장 거투르드 스타인에게 자신의 소설을 호평받아 용기를 얻기도 하고 예술을 사랑하는 아드리아나와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그 끝에 다시 현실로 돌아온 그는 더 이상 혼란스럽지 않다. 막막한 현실의 귀퉁이에서 일순간에 도달한 또 다른 세상, 한바탕 꿈을 꾸고 온 듯한 그곳에서 그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자신의 사랑과 삶에 대한 실마리를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러브 앳’의 주인공 라파엘은 현실 속 아내 올리비아에게 깊은 상처를 안겨준 상황. 올리비아는 피아니스트로서의 재능을 포기하고 소설가가 되고픈 그를 위해 희생했지만 성공 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그에게 그녀는 조금은 귀찮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그러던 중 서운한 감정이 쌓인 올리비아와 그는 싸우게 되고 그날 밤 라파엘은 술에 취해 잠이 든다. 다음 날 눈을 떠 낯선 세상 속에 던져진 라파엘. 그곳에서 그는 또 다른 올리비아를 만난다. 그녀와 사랑에 빠진 그는 반대로 현실의 올리비아에게 해주어야 할 일을 찾게 된다. 라파엘 역시 또 다른 세상에서 혼란스러운 현실 상황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다.

병행하여 존재하는 또 다른 세상이라 여겨지는 평행 우주. 그것은 아인슈타인이 밝힌 빛이 파동인 동시에 입자일 수 있다는 양자역학에 근원을 두었다. 이는 반대로 물질을 이루는 입자들이 동시에 파동일 수도 있다는 것을 설명하기도 한다. 우주를 이루는 물질은 입자로 구성되지만 파동은 고정된 위치를 갖지 않는다. 그래서 그것들은 동시에 두 장소에도 있을 수 있고 우주 역시 또 다른 장소에 또 존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1960년대부터 존재해온 이 평행우주의 개념은 2000년 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영화 속에 등장하고 있다. 거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주인공이 과거로 여행을 가면 주인공이 존재하는 자체가 모순이지만 평행우주라 하면 존재가 가능하다는 점, 시리즈의 경우 전작과의 연속성을 무시하고 이야기를 새롭게 만들 수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흥미진진한 설정이라는 점 때문이다. 초월적 삶 속에 도달한 주인공은 낯설고 신기한 경험을 하고 무한한 자유와 마음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일본 만화가 와츠키 노부히로는 평행 우주 이야기에 대해 “'또 하나의', 혹은 '또 다른' 이야기이며 가짜가 아닙니다. 하나의 작품을 다시 새로운 형태로 즐길 수 있는 멋진 장치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최근 데일리스타에 나사의 과학자들이 평행우주에 대한 증거를 발견했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과학자들은 남극 상공에 아니타(ANITA, Antarctic Impulsive Transient Antenna)라는 이름의 안테나를 운반하기 위해 거대한 풍선을 이용했다. 그 덕에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발견을 방해하는 라디오 소음이 거의 없는 완벽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었다.

그들의 보고서에 따르면 낮은 에너지 입자, 즉 중성미립자는 지구를 완전히 통과할 수 있으며, 우리 행성의 물질과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더 높은 에너지 물체는 지구의 물질에 의해 정지되었다.
이것은 높은 에너지 입자들이 우주에서 '내려오는' 것만이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구 밖으로 나오는 타우 중성미립자라는 더 무거운 입자를 감지하는 것은 이 입자들이 실제로 시간적으로 거슬러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리고 이 감지는 평행우주에 대한 증거이다.
하와이 대학의 실험 입자 물리학자 겸 ANITA의 수석 연구원인 피터 고럼(Peter Gorham)은 그것이 일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지구를 통과하기 전에 입자가 다른 종류의 입자로 바뀐 다음 다시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 김민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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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6-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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