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발달에서 신경세포인 뉴런이 될 세포들은 배아를 가로질러 신경시스템의 최종 목적지에 도달해야 한다.
거기서 이 세포들은 정의되지 않은 신분에서 특정 역할을 지닌 신경세포로 변신해, 동물의 행동을 지시하는 신경회로에서 함께 일하게 된다. 그러나 이 여정이 정확히 어떻게 펼쳐지는지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채 일부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최근 미국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 자넬리아 연구캠퍼스의 이난 완(Yinan Wan) 박사팀은 살아있는 동물에서 직접 뉴런의 행동 전모를 관찰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해 이 분야 연구에 새 전기를 마련했다.
완 연구원은 신경세포와 회로에서 “우리가 실제로는 보지 못하고 추측만 하는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어린이의 갓 태어난 시절부터 유치원 입학 첫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듯이, 제브라피시의 뉴런을 그 기원(origin)에서부터 신경회로에 연결돼 몸체 운동을 조절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를 비디오로 처음 추적해 냈다.
이 연구는 생명과학저널 ‘셀’(Cell) 26일자에 발표됐다. <관련 영상 1>, <관련영상 2>, <관련영상 3>

신경 발달 이해를 위한 ‘플랫폼’
뉴런들이 시작에서부터 완전한 신경회로를 형성할 때까지 발생 기원과 이동, 기능적 활동을 동시에 추적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완 연구원은 젊은 뉴런들의 물리적 위치와 발달 이력을 이들이 신경시스템에서 갖게 되는 새로운 역할과 연결시키면, 뇌가 스스로를 조직하는 방법을 살펴보는 새로운 창을 열 수 있다며, “이 도구들을 신경 발달을 이해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완 연구원과 자넬리아 그룹 리더인 필립 켈러 (Philipp Keller) 박사팀은 이 도구를 구축하기 위해 7년여 동안 발달 중인 뉴런에 관해 필요한 정보를 모으고 분석했다.
켈러 박사는 “단일 세포 수준에서 전체 배아 발달을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넓은 영역을 이미지화하거나 아주 작은 미세한 사항 포착, 그리고 실제로 빠르게 촬영할 수 있는 현미경을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실험을 위해서는 모든 일을 한꺼번에 수행하고 살아있는 취약한 생물체를 다룰 수 있는 현미경이 필요했다.
연구팀은 자넬리아에서 켈러 박사와 다른 연구원들이 함께 개발한 라이트-시트 형광 현미경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지난해 유사한 기술을 사용해 발달 중인 쥐의 배아에서 세포가 분열해 이동하고 기관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신경계에 초점을 맞춰 세포의 위치뿐만 아니라 각각의 세포들이 하는 일을 추적했다.

신경회로를 통한 ‘최초 행동’ 확인
연구팀은 먼저 제브라피시의 모든 세포들이 빛을 내도록 하기 위해 이 물고기에 작은 분자를 넣는 조작을 했다. 그리고 배아의 뉴런에서 뉴런의 활동을 보고하는 분자와, 세포가 특정 기능을 수행할 때만 나타나는 일부 핵심 단백질을 추적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단백질들은 세포가 몸체 안에서 실제로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이 모든 정보를 통해 연구팀은 서로 다른 종류의 뉴런들을 구별하는 한편, 세포들이 스스로의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어 14시간 동안 현미경을 통해 제브라피시 배아의 모든 세포 움직임을 포착하고, 수백만 화소의 고해상도 스냅사진과 같은 초당 네 개의 3차원 이미지를 찍는 속도로 세포 활동을 추적했다.
완 박사와 다른 팀원들이 실험실에서 개발한 알고리즘으로 개별 뉴런들의 경로를 재구성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자넬리아의 공동연구자인 지치앙 웨이(Ziqiang Wei)와 샤울 드러크먼(Shaul Druckmann)이 뉴런의 활동 패턴을 분석할 수 있는 전산기술을 개발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연구원들은 현미경 이미지들을 통해 이동 중인 세포들과 이들의 위치를 찾아낸 다음 세포들이 특정 역할을 맡아 회로에 연결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미경 이미지는 단일 세포 수준에서 어떻게 고도로 조율된 네트워크 활동이 처음 나타나고, 제브라피시의 첫 행동이 일어나는가를 보여주었다.
현재 스탠포드대에 재직하고 있는 드러크만 박사는 “전산 신경과학의 많은 부분이 현재 뉴런 집단의 활동 패턴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놓고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번과 같은 뉴런 발달에 대한 연구는 현재의 집단 역할뿐만 아니라 이 패턴들이 어떻게 발달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이해하도록 돕는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지식을 추가해 준다”고 설명했다.

움직임의 기원
완 연구원은 이번 연구에서 생성한 제브라피시 척수의 운동 회로는 실험실에서는 최초로 발달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여러 각도에서 광범위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완 박사는 회로의 신경세포가 어떻게 성숙하고 함께 협동하기 시작하는지를 이해하게 되면 “바로 커다란 지식의 갭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팀의 작업은 무질서 속에서 어떻게 협동적인 움직임이 시작되는지를 설명해 줌으로써 그런 공간을 메꿔준다.
운동 회로는 두 가지 운동 뉴런들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근육과 통신하는 뉴런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뉴런으로부터 신호를 가져오고 때때로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는 중간 뉴런(interneurons)이다.
연구팀은 발달 중인 물고기에서 신경회로가 형성되면서 운동 뉴런이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하는 최초의 세포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켈러 박사는 이는 놀랄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운동 뉴런은 이 과정에서 다른 세포들이 유도하는 대로 따를 것이라고 생각해 왔었다.
켈러 박사는 “우리는 이전에 개별 장기들이나 심지어 전체 배아 발달까지도 재구성했다”며, “그러나 그 과정을 이번처럼 동일한 세포를 대상으로 한 시스템 전체의 고속 기능성 이미징으로 결합시킨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뇌세포 발달과 기능을 함께 살펴보면 단일 세포 수준에서 신경 기능이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퍼즐 조각 맞추듯 이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김병희 객원기자
- hanbit7@gmail.com
- 저작권자 2019-09-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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