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과학자인 지 인 박사가 주 저자로 쓴 허블상수 논문이 전 세계 우주천문학계에 커다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지 인(영어이름 Inh Jee) 박사는 지난 12일 사이언스(Science) 저널에 ‘A measurement of the Hubble constant from angular diameter distances to two gravitational lenses’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2개의 ‘중력렌즈’를 사용해서 ‘허블상수’를 계산하는 방법론에 대한 것이다.
지 박사팀은 중력렌즈를 이용해서 측정한 허블상수가 82.4라고 발표했다. 기존 유럽 및 미국 과학자들이 발표한 허블상수에 비해서 매우 높다.
허블상수는 우주가 얼마나 빠르게 팽창하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이다. 허블상수가 높으면 우주가 빨리 팽창한다는 의미인데, 이럴 경우 우주 나이는 젊게 계산된다. 허블상수가 낮으면 우주 나이가 많은 것으로 계산된다.
지 박사 연구팀이 발표한 허블상수를 적용할 경우, 우주 나이는 기존에 알려진 137억 년 보다 약 20억 년 정도 젊은 114억 년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세계 언론은 ‘우주가 20억 년 더 젊을지 모른다’는 취지로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지 박사는 “우리가 사용한 방법은 다른 방법들에 비해 아직 오차가 크기 때문에, 이 방법으로 측정한 우주 나이가 다른 방법과 차이가 난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허블상수를 82.4라고 추정했지만, 오차 범위가 82.4+8.4, 82.4-8.3으로 매우 크고 신뢰수준 역시 68%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 박사는 “새 허블상수가 74.1에서 90.8의 사이에 위치할 확률이 68%라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지 박사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허블상수를 계산한 것을 더 중요한 과학적 업적으로 꼽았다.
중력렌즈 이용한 새 측정법 이용
지 박사팀이 사용한 중력 렌즈는 ‘질량이 큰 천체 (예: 타원은하)에 의해 뒤에 있는 천체로부터 오는 빛이 휘어져서 도착하는 현상’을 총칭하는 말이다.
중력렌즈는 휘어짐이 아주 강해서 뒤에 있는 천체가 여러 개로 보이는 ‘강 중력렌즈’와 휘어짐이 비교적 약해서 뒤에 있는 천체가 약간 뒤틀려 하나의 상만 관측되는 ‘약 중력렌즈’로 나뉜다.
연구팀은 이 중 ‘강 중력렌즈’를 사용했다. 지 박사는 “우리 연구팀은 타원은하의 뒤에 있는 퀘이사가 타원 은하를 거치면서 여러 개의 상을 맺는 것을 관측하여 허블 상수를 측정하는 데 이용하였다”고 밝혔다.
지 박사는 강 중력렌즈 중에서도 특별한 시간 지연 렌즈 (time-delay lens)를 사용했다. 이 경우 뒤에 있는 천체가 시간에 따라 밝기가 변하는 성질을 가져야 한다.
밝기가 변하는 퀘이사나, 초신성 폭발 등 아주 희귀한 경우에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이번 연구에 이용하기에 충분한 관측 데이터가 발표된 시간 지연 렌즈는 6개밖에 없다. 연구팀은 이번에는 퀘이사 ‘B1608+656’과 퀘이사 ‘RXJ1131-1231’ 등 2개의 강 중력렌즈만 사용했다.
지 박사는 “우리 논문의 주요 목적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이었고, 이를 통해 추가적인 관측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두 개의 중력렌즈만 사용하는 것으로도 괜찮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현재 허블상수는 유럽과 미국 과학자들이 서로 다른 방법을 이용해서 크게 3개가 나와 있다. 유럽우주국(ESA)은 10여 년 전부터 플랑크 위성이 관측한 우주배경복사(CMB)를 이용해서 측정한 허블상수가 67.8라고 발표했다.
올해 초 노벨상 수상자인 천체물리학자인 아담 리스(Adam Riess)는 허블상수가 74라고 발표했다. 아담 리스 연구팀은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우리 은하와 이웃한 ‘대마젤란은하(LMC)’의 세페이드 변광성 70여 개 빛을 분석하고 Ia형 초신성과 변광성 사이의 거리를 측정해 새 허블상수를 계산했다.
그런데 올해 7월에는 또다시 새로운 측정법에 의한 새 허블상수가 발표됐다. 천체물리학 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에 발표한 논문에서 시카고 대학의 웬디 프리드먼 (Wendy Freedman) 교수는 ‘적색 거성’(red giant)을 이용하여 측정한 허블상수가 69.8이라고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이 같은 차이가 암흑 에너지와 암흑물질을 인정하고 수립한 ΛCDM이라는 우주론의 표준 이론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닌가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기존 허블상수의 단점 보완
우주 배경복사를 사용해서 우주 나이를 계산하는 경우, 측정된 허블상수의 값은 우주론 모델에 따라 변한다. 세페이드 변광성이나 적색거성은 퀘이사에 비해서 밝지 않기 때문에 근거리에 있는 경우에만 관측할 수 있어서, 근접 우주의 특성에 영향을 받기 쉽다.
지 박사가 사용한 측정법은 우주론 모델에 의한 관측값의 변화가 거의 없고, 중거리에 있는 은하까지의 거리를 이용하여 허블상수를 측정하기 때문에 근접 우주의 특성에 의한 영향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 지 박사는 경기 과학고와 서울대 물리학과 및 한국고등과학원 (KIAS)을 거쳤다. 미국 오스틴 텍사스 대학(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석사를 마치고 독일 뮌헨의 루드빅-막스밀리언 대학(LMU)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논문의 주요 공저자는 뮌헨공대(TUM)의 쉐리 수유(Sherry Suyu) 교수이다.
- 심재율 객원기자
- kosinova@hanmail.net
- 저작권자 2019-09-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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