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술지 사이언스 382호(12월 7일 발행) 표지에 ‘호기심’이라는 표제어와 실제로 궁금한 표정을 지은 소의 얼굴이 실렸다. 해당 기사 “농장 동물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를 제목으로 염소, 돼지 및 기타 가축의 생각과 마음이 사람이 생각한 것보다 더 복잡하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동물에게도 마음이 있을까?
동물에게 마음이 있을까? 누군가에게는 쉽고,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은 질문이다.
동물의 마음은 존재가 아닌 지각의 영역에서 다뤄졌다. 즉, 동물과 인간이 공동세계를 구성하는 것은 인간의 이입감이 중심이 된 상호주관성이라는 것이다. 이런 입장에서 보면 인터넷에 떠도는 동물 사진에 달린 ‘아련하다’ 혹은 ‘측은하다’라는 식의 댓글은 지극히 인간 중심적 해석이라고 여긴다. (행동관찰 없이 사진만 본 사례에 해당된다.)
그러나 최근 동물의 마음 자체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었다. 반려동물 문화가 퍼진 영향도 없지 않지만, 반려동물 외에 그간 사람의 감정 이입에서조차 배제되었던 가축의 마음에 관심이 시작된 것은 과학의 힘이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동물에게 마음이 있을까? 라는 질문에 답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존재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물의 마음을 탐구하는 사람들
독일 두머스토프에 위치한 가축생물연구소(이하 FBN)은 수천년 간 인간과 함께 살아온 가축의 감정을 탐구해왔다. 연구진들은 ‘가축은 멍청하고 과학적 관심을 받을 가치가 없다’는 기존의 인식을 뒤집으며, 이러한 인식에 과학적 지지를 보탠다. 얀 랭빈(Jan Langbein) 응용행동학 박사는 “동물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들이 필요한 것, 그들을 위해 더 나은 환경을 설계할 수 없다.”면서 이 분야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돼지의 공감능력과 염소의 사회적 지능에 대한 연구결과가 보고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최신의 연구에 따르면 소는 배변훈련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인지능력을 가졌고, 염소는 개와 비슷한 수준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번 사이언스지에 실린 동물행동학자들의 연구는 기존의 연구를 뒷받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친구야, 구해줄게! 꿀꿀
동물행동학자인 리자 모스코비츠(Liza Moscovice) 박사는 사이언스지를 통해 돼지의 공감능력에 대한 실험결과를 발표했다.
이 실험은 이른바 ‘상자 함정’인데, 2020년 프라하 인근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멧돼지 여러 마리가 상자에 갇힌 새끼 돼지를 구한 사건에 영감을 얻은 것이다. FBN 연구진은 멧돼지 종이 아닌 종에게서도 유사한 행동 양식을 관찰해, 올해 여름에 열린 학회에서 약 85%의 동물들이 20분 이내에 갇힌 동료를 구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실험에서 연구팀은 돼지 축사 안에 작은 창문과 문이 달린 상자를 두었다. 몇 분 후 돼지들이 호기심을 갖고 상자 주변으로 모여드는데, 이것이 함정인지 모르는 돼지들 중 한 마리가 문을 열고 들어가 갇히는 상황이 됐다.
모스코비츠 박사는 “한 마리가 갇히면 다른 돼지들은 초기의 호기심이 급격히 사라지고, 갇힌 동료를 응시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특히 갇힌 돼지를 응시하는 시간이 긴 돼지일수록 도움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갇힌 돼지가 비명을 지르면서 민감한 ‘감정상태’를 드러내면, 밖에 있는 동물들은 그 감정에 공감해 상자를 탐색하는 행동을 시작했다. 연구진이 수집한 상자 밖 돼지의 타액 샘플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지지 않았는데, 이는 도와주는 조력자들의 그것과 일치했다고 밝혔다.
상자 문을 여는 시간을 비교하기 위해 상자가 비어있을 때와 상자에 갇힌 동료를 구할 때를 따로 측정한 결과 상자에 동료가 갇혔을 때 문을 열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 연구진은 “상자를 열고자 하는 행동이 단순 호기심에 의한 것이 아닌, 공감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배변훈련하는 소, 사람의 감정을 구별하는 염소
연구진이 수행한 또 다른 실험은 소의 배변훈련이다. 반려견이나 반려묘처럼 단시간에 성공하기 어려운 실험이었지만, 자신의 배설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동물에게서 성공한 사례라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실험은 2년이나 걸렸다. 연구진은 2년 전, 소 우리 복도애 철제 문을 지나 인조 잔디밭으로 이동할 때 방광을 참는 법을 가르쳤다. 이때 사용한 방법은 ‘마시멜로 테스트’와 유사한 것으로 긍정적 행동에 대해 보상을 주었다. 그 결과 소는 일정한 장소에서는 배설을 하지 않았고, 어디로 가야 배설하는 지를 감지하는 데 성공했다.
크리스티안 나우올스(Christian Nawroth) 박사는 염소의 정보처리 능력을 실험했다. 크리스티안 박사는 염소는 시각적인 관심이 높기 때문에 흥미로운 곳을 응시하면서 머릿속에서 정보를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실험 중 흥미로운 것 하나는 염소도 개와 마찬가지로 행복한 사람과 화난 사람의 사진을 구별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인간과의 공진화로 설명할 수 있는데, 가축화된 동물에게서는 최초의 사례라고 크리스티안 박사는 말했다.
동물행동을 관찰한 이 연구결과는 가축으로 오래 산 동물들의 특정 인지능력이 잠재해 있음을 알 수 있다. 크리스토퍼 크루페이예(Christopher Krupenye) 존스홉킨스대 심리학 교수는 “동물들이 가축화되어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기 시작하면서 자기 자신을 길들여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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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3-12-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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