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관련 첨단과학기술이 전시된 제18회 경북과학축전 현장. 취재에 열중하던 기자의 코에 달콤한 팬케이크 냄새가 솔솔 풍겨왔다.
‘어째서 난데없이 맛있는 냄새가 나는 것일까?’ 싶은 기자는 황급히 음식 냄새를 추적했다.
이윽고 기자가 도착한 그곳에는 바로 경북과학축전 부대행사로 3D프린팅 쿠킹대회 ‘냉장고를 부탁해’가 열리고 있었다.
냉장고를 부탁해… 3D프린팅 쿠킹대회
3D프린팅 쿠킹대회는 3D푸드 프린터의 과학적 원리를 이해하고 우리집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추가해 우리 가족만의 디저트를 만드는 대회다. 창의융합과학과 요리에 관심이 많은 가족들이 참석했다.
우선 어떤 모양으로 팬케이크를 만들지, 부모와 아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컴퓨터로 옮겨서 디자인 모델링 작업을 끝내면 3D푸드 프린터를 통해 음식으로 출력이 된다. 그 위를 예쁘게 데코레이션을 하는 것도 참여 가족들의 몫이다.
이번 쿠킹대회를 주관한 김신옥 3D프린팅강사협회 부회장은 “보통 3D프린터는 디지털화 된 3차원 설계도에 따라 2차원 단면 소재를 벽돌 쌓듯이 한 층씩 적층하거나, 절삭하는 방식을 통해 입체적인 사물을 만들어 낸다”며 “3D푸드 프린터는 적층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푸드 프린터에는 팬케이크 반죽을 넣을 수 있는 통이 달려있는데, 통에서 달궈진 팬 위로 반죽이 떨어지는 시간차에 따라 반죽의 익는 정도가 달라진다. 때문에 4가지 음영이 표현돼 밑그림을 그대로 구현해 낼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쿠킹대회에 출전한 규리와 찬서 가족은 알록달록 꾸며진 행복한 우리 집을 만들어 출품했다. 일곱 살 동생 찬서는 자신이 그린 사자 팬케이크를 먹어치우기 바빴지만, 초등학교 2학년 규리는 “3D프린터란 걸 처음 봤는데, 연필로 그린 제 그림이 그대로 팬케이크가 되어서 나오니까 엄청 신기했다”고 말했다.
경북과학축전, 놀고~상상하고~ 꿈꾸라!
이처럼 흥미로운 체험 행사가 다양하게 펼쳐진 경북과학축전이 14일부터 16일까지 구미코 전시장에서 열렸다.
‘스마트 경북‧구미! 놀고, 상상하고, 꿈꾸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 가장 크게 인기를 끌었던 것은 포항공대 나노융합기술원의 ‘미니카 만들기 체험’이었다.
미니카를 조립해서 완성하고, 이를 경기장에서 직접 작동해 보는 체험 부스에는 행사 내내 사람이 끊이지 않았다.
또 다른 곳에서는 드론을 이용한 스포츠 경기가 한창이었다. 드론을 비행시켜 장애물을 빠르고 정확하게 통과시키는 드론 장애물 레이싱, 제한시간 내에 공처럼 둘러싸인 드론을 골대에 골인시키는 드론 농구, 드론을 이룩시켜 과녁판에 착지를 시키는 드론 컬링 등 종목도 다양했다. 승부욕을 자극하는 스포츠 경기를 펼치다보면 금세 드론 조작 원리도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드론 외에도 증강현실(AR)을 이용한 스크린 클라이밍 체험과 크로마키 기반의 AR콘텐츠를 제작해 보는 ‘타임슬라이스 촬영’ 체험이 인기가 높았다.
또 다른 색다른 체험은 ‘생각만으로 움직이는 세상’이었다. 뇌파를 이용해 선풍기를 돌리고, 모형 자전거를 움직이는 등 생각으로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다는 꿈의 실현이 멀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예술 체험’도 눈길을 끌었다. 관람객들은 사진이 순식간에 원하는 화풍의 그림으로 바뀌는 것을 보며 신기한 듯 발길을 멈췄다.
이는 일종의 AI알고리즘이다. 사람이 공부를 하듯이 인공지능에게 특정한 화가의 스타일을 학습시켜 이를 응용하게 만드는 것이다.
한편 과학체험놀이터에는 1일 학교가 마련됐다.
여기서 학생들은 3D프린터로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명찰을 제작하는 모델링 작업을 배우기도 하고, 원하는 대로 로봇을 코딩하여 움직여볼 수 있도록 코딩을 배우기도 했다.
이밖에도 ‘나만의 삼엽충 만들기’ ‘나만의 분자모형 만들기’, ‘행운의 탄생석을 찾아라’ 등 재미있는 체험거리들이 다양했다.
과학이론을 쉽게… 과학커뮤니케이션
이번 경북과학축전에서도 과학실험쇼와 사이언스버스킹을 통해 과학원리를 재미있게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과학커뮤니케이터들은 전기 없이 팝콘을 튀길 수 있다면서 다양한 크기의 고체물질이 섞인 혼합물을 흔들면 입자가 큰 것들이 위로 올라오는 ‘브라질 땅콩 효과’를 보여줬다.
또 영하 198도에서 액체 형태가 되는 액체질소를 손에 부어버리는 퍼포먼스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경악한 것과는 달리, 손은 멀쩡했다. 이는 액체질소와 손의 온도 차이 때문에 공기층이 생긴 덕분이다. 이를 ‘라이덴프로스트 효과’라고 한다.
접시에 담긴 송진가루에 불을 붙이는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사람들은 불꽃이 펑펑 터질 것 같은 생각에 움찍했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안심도 잠시, 과학커뮤니케이터가 송진가루를 공기 중에 뿌리면서 불을 붙이자 마치 용이 불을 뿜는 것처럼 타올랐다. 이는 송진가루가 불과 접하는 표면적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자녀들과 함께 이런 과학실험쇼를 지켜본 한 학부모는 “초등학쇼 4학년 과학 교과서에 응고, 융해, 기화, 응결, 승화 등이 나온다. 그런데 실험을 통해서 그런 현상을 직접 볼 수 있어서 굉장히 유익한 시간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강연도 진행됐다.
경희대 유전공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2018 페임랩코리아에서 대상을 수상한 박찬우 과학커뮤니케이터는 ‘알기 쉬운 과학이론’을 설명했다.
그는 “과학자들은 생물 약 170만 종을 3역 6계로 분류하는 분류체계를 채택하고 있다”며 ‘생물의 분류’를 재미있게 소개했다.
아울러 “사람들이 과학을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고 있다. 일반 대중들이 과학을 보다 쉽게 접근하면서 또 하나의 문화로 승화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김순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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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9-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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