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학창의축전이 한창인 11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 전시장 3홀 대무대에 최현석 쉐프가 등장했다.
국내외 명사를 초빙해 과학 강연을 듣는 대한민국과학창의축전의 메인 행사 중 하나인 사이언스 마스터 클래스 둘째 날에는 ‘분자요리’라는 새로운 요리의 영역을 선보이며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최현석 쉐프가 나서며 ‘요리가 과학인 이유’를 설명했다.
고등학생 때 흥미 없던 과학을 22년째 하고 있는 쉐프
“고등학교 때 화학점수가 ‘2점’인 적이 있었어요. 그만큼 과학에는 별 뜻이 없었죠. 하지만 22년간 요리사로 활동하면서 요리가 과학이라는 것을 연일 느끼고 있어요.”
요리와 과학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최 쉐프는 “모든 요리의 반응이 과학이고 화학”이라고 운을 뗀 후 “자신은 과학은 하나도 모르지만 과학과 접목한 새로운 요리를 늘 시도하고 있다”며 고백했다.
우리가 이론적으로는 알지 못하고 먹는 모든 음식들이 물리학적, 화학적, 생물학적 반응의 결정체이다. 최 쉐프는 물리학적 요리의 대표적인 사례가 ‘생선회’라고 설명했다. 살아있는 물고기 자체는 음식의 재료이지만 잘라서 담아놓으면 재료에서 요리가 된다.
부시고 갈고 깨고 힘으로 변형시키는 물리학적 단계의 요리에 열을 가하면 생화학적 요리가 된다. 고기를 썰어서 먹으면 물리학적 요리지만 익히면 화학적 요리가 된다.
고기에 열을 가하면 고기 속에 함유된 당 성분과 단백질이 선홍색의 고기 색을 갈색으로 변화시키며 고소한 냄새 물질을 만들어낸다. 1912년 프랑스의 생화학자 마이야르가 발견한 ‘메일라드 반응(maillard reaction)이다.
생물학적 요리는 무엇일까. 미생물, 효소, 효모 등을 번식시켜 맛을 바꾸게 하는 요리를 뜻한다. 김치나 빵이 대표적이다.
과학자가 만든 ‘분자 물리 요리학’이 ‘분자 요리’로
과학자들이 요리를 만든다면 어떤 맛일까. 프랑스의 화학자와 물리학자는 맛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맛있게 먹으면서 왜 ‘맛’이 나는지 과학적으로 궁금증을 풀고 싶어서였다.
이들은 어디서 맛이 생기는지, 향은 어떻게 나는지, 질감은 왜 변하는 건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최현석 쉐프는 “요리에서 과학을 설명하는 방법이 아니라 이들은 역으로 과학에서 요리의 요소를 찾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헝가리 물리학자 니콜라스 쿠르티(Nicholas Kurti)와 프랑스 화학자 에르베 티스(Herve This)는 1988년 음식 재료의 분자 구조를 변화시켜 만든 요리를 연구하며 ‘분자 물리 요리학(Molecular and Physical Gastronomy)’을 정립했다.
쿠르티의 사망 이 후 좀 더 간결한 용어인 ‘분자 요리학(Molecular Cuisine)’이 대표 이름이 되었다. 분자 요리란 분자 구조를 변화시켜 만든 요리를 의미한다. 다양한 조리법을 통해 형태나 질감, 맛, 조직 등을 물리, 화학적으로 변화시켜 색다른 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최현석 쉐프는 “최근 여러 다양한 분자요리를 개발하면서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는 과정을 보내고 있다”며 직접 개발한 분자요리를 설명했다.
그는 겨자에 젤라틴을 섞어서 막을 만들었다. 그래서 겉에서 보기에는 삶은 달걀처럼 보이지만 살짝 터뜨리면 겨자가 나오는 이색적인 분자요리였다. 보기에는 마치 삶은 계란을 반으로 갈라서 얹어놓은 것 같지만 표피에 막을 만들어 안에 겨자를 집어 넣었다.
최현석 쉐프는 “이렇게 힘들게 분자요리를 만드는 이유는 재료의 식감과 질감, 색, 형태를 변화시킴으로써 전혀 다른 색다른 요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풍미와 먹는 재미가 있다”며 분자요리의 매력을 전했다.
최현석 쉐프는 강연에 이어 직접 만든 분자요리를 즉석에서 시연하기도 했다. 그는 구체화 기법을 이용해 만든 완두콩 모양의 액체도 만들어 보였다. ‘구체화 기법’(spherification)은 해초추출물 알긴산나트륨이 염화칼슘을 만나서 굳어버리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그는 액화질소를 이용한 분자요리도 즉석에서 만들어 선보였다. 최현석 쉐프는 “액화질소는 굉장히 위험한 물질이지만 안전하게 사용하면 색다른 요리를 만들 수 있다”며 “반드시 액화질소 전용 특수용기와 도구를 사용해 안전수칙에 따라 요리를 하고 흡입하거나 직접 만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왜 이렇게 어렵게 분자요리를 해야 하는가' 하는 사람들의 궁금점에 대해서 최현석 쉐프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최 쉐프는 “매일 ‘과학과 요리가 만나면 어떤 새로움이 일어날까?’ 자문하며 분자요리를 개발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롭고 재미있는 요리를 만들며 좀 더 즐거운 세상을 만들고 싶다”며 참관객들에게도 “새로움에 도전해보라”며 권했다.
- 김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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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08-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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